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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공동생활규칙의 효과

기자명 법보신문

스스로 만들고 지키며 배려심도 성장

 

▲ 히로나카 스님은 아침마다 진지하게 기도를 올린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절대로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하며 아이들 스스로의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내가 항상 우리 절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무엇이든 좋으니까 최고가 되라’다. 음악이든 운동이든 미술이든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재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재능이 꽃 필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아이한테는 나는 우선 진학(進學)을 하라고 권한다. 자격이나 학력 때문에가 아니라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게 때문이다.

 

성장기엔 마음도 미성숙 자기 문제점 제대로 못 봐


우리 절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저녁에 목욕을 하고 잠 잘 때까지, 생활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겐 결코 부모가 아니라 ‘아저씨’ ‘아줌마’니까 생활에 대한 모든 일을 돌봐줄 수는 없다. 아이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생활해야 되는 것이다. 어떨 땐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가족에게 못하는 이야기를 우리 부부한테 할 수도 있고, 버릇없는 짓이나 응석 부리는 행동을 자제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우리 절에서 마음의 영양소를 챙길 수 있겠지만, 사이쿄인(西居院)이 있기가 너무나 편하면 집에 돌아가야 되겠다는 마음이 없어져 버리니 약간 불편하게 지내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절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면 2~3일 지나면 조금 적적해지기 시작한다. 그 동안 같이 지내왔던 가족이나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자신이 혼자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지금 자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우리 절의 몇 안 되는 규칙 중의 하나는 자는 시간 이외엔 절대로 방에서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다른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스스로가 가진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 깨달음이 앞으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이 아주 평범한 가정생활이기도 하다. 소년원처럼 모든 일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생활은 실제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절에서는 아이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부처님 앞에서 기도 드리는 일도 시키지 않는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제대로 성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 종교에 억지로 입교(入敎)시키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을 처음 우리 절에서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무렵, 나와 아내 마치코씨가 둘이서 아이들 식사와 빨래를 모두 맡아서 했었는데, 지금은 모든 가사 일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을 받아들인 지 14년이 지나 우리 절에선 상하관계가 분명해진 것 같다.


그전의 일본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나가서 일을 하고, 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었다. 한 가정에서 아버지에게 위엄이 있었던 것은 아버지를 떠받치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 앞에서 항상 아버지를 높이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아버지는 가정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이가 나쁜 짓을 하면 야단치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혼난 아이를 품에 안아주었다. 이런 식으로 상하의 관계가 분명한 곳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이 원래의 가정 모습인데, 그런 불문율이 무너지면서 아이들의 비행(非行)문제도 커져갔던 것이다.

 

마음 터 놓고 공동 규칙 제정 불만 줄고 이해 폭은 넓어져


나는 우리 절에 온 아이들과 먼저 악수를 한다. 그것은 나의 다스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처음 만날 때 아이를 그렇게 받아들이면, 그 후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저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항상 아이들 하나하나를 가만히 살펴보면서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마음을 쓰고 있다. 그것이 바로 어른으로서의 할 도리라 생각한다.


매일 매일 야단을 쳐야만 하는 아이도 있고, 아침 인사말만 하고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아이, 그날 날씨에 따라 성조(聲調)를 바꿔가며 말을 걸어야하는 아이도 있고, 꽉 안아주어야 하는 아이도 있다. 그 아이의 상태에 맞게 대응하는 것은 원래 부모 역할이다. 나는 그 아이의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식으로 마음을 쓰는 것은 아이들이 절대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 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아이들이 바로 ‘어린이 회의’를 소집한다.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원칙인데, 이 회의는 내가 제기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해 낸 것이다.


‘사이쿄인(西居院) 헌법’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이들이 단체생활에 있어서 지켜야하는 규율이다. 예를 들어 ‘핸드폰 사용은 저녁 10시까지’, ‘모든 일을 스스로가 하도록 한다’, ‘여름엔 오후 6시15분, 겨울엔 5시 15분 까지 돌아와야 한다’ 등등 16개 조항을 쓴 종이를 아이들이 냉장고 문에 붙여놓았다. 공동생활을 잘 유지시키기 위한 슬기로운 규칙이다.


나는 강연회에 나갈 때마다 이 ‘사이쿄인 헌법’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집집마다 ‘가족 헌법’을 만들어보라고 제안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요구라도 하듯이 규칙을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아이들이 부모한테 원하는 것을 적고, 그 다음 부모가 아이한테 원하는 것을 적는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1. 엄마는 ‘빨리빨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2. 아버지는 아무데서나 담배 꽁초를 버리지 않는다.
3. 내가 받은 세뱃돈을 어른 마음대로 쓰면 안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1. 아침에 일어날 때 짜증내지 않는다.
2. 동네사람들에게 인사를 똑바로 한다.
3. 학교에서 늦게 올 때는 꼭 전화로 알린다.
아이와 부모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으면서 대화도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가 있다. 한 가정에서 같이 생활하면서도 서로 말 못하는 불만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히로나카 스님
그런 것들을 정리함으로서 서로의 부족한 면을 확인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도 생기니, 이 방법을 독자 여러분도 꼭 실천해보았으면 한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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