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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용 (하)

기자명 법보신문

애물단지서 불법 수호신으로 환골탈태

 

▲통도사 금강계단.

 

 

불법을 수호하는 천왕팔부중은 천,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다. 여기에 부모 속을 썩이는 자식, 애물단지가 있다. 입에서 불까지 내뿜는다. 게다가 백성들을 괴롭히는 존재이기도 했다. 바로 용이다.

 

용이 왜 애물단지(?)일까. 아홉 마리 용 설화가 얽힌 사찰 이야기가 흥미롭다. 민오 스님이 1705년(숙종 31)에 엮어 간행한 ‘통도사사리가사사적약록(通度寺舍利袈裟事蹟略錄)’에 용이 등장한다. 통도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탑이 있어 불보(佛寶)사찰로 유명하다. 이 탑을 중심으로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다. 공교롭게도 계단을 조성한 곳은 용이 살던 연못이었다고 하던데…….


자장 율사가 당나라 종남산 운제사에서 기도를 드릴 때였다.

 

문수보살이 스님 모습으로 나타나 부처님 가사와 사리, 경전들을 주며 일렀다. “그대의 나라 남쪽 취서산 기슭 독룡(毒龍)이 거처하는 연못에 금강계단을 쌓고 불사리와 가사를 봉안하라.” 독 품은 용이 백성들을 못살게 굴고 있으니 보살 말대로 하면 불법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는 게다. 독룡이 천룡(天龍)이 돼 계단을 옹호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용들이 순순히 자장의 뜻을 따르지는 않았을 터다. 그러나 자장은 아홉 용을 쫓아내고 계단을 쌓았다. 하루아침에 내쫓긴 용 가운데 한 마리는 굳이 터를 지키겠다고 해 연못 한 귀퉁이를 남겨 살게 했다. 구룡지(九龍池)다.


풍수지리 대가 도선 국사에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쫓겨난 용도 있다.

 

고려시대 민지가 ‘금강산유점사사적기’에 기록한 사건으로 반평생을 옥룡사 주지로 지낸 국사가 절을 창건할 때 일이다. 절터 일대가 큰 연못이었는데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고 한다. 용들은 걸핏하면 도술을 부려 사람들 속을 썩였다. 국사는 이곳에 절을 세우기로 하고 용들에게 물러가라 했다. 국사의 명성이 자자했던 터라 여덟 용은 군말 없이 이삿짐을 쌌단다. 헌데 백룡(白龍) 하나가 버텼다. 둘은 도술 경쟁을 하기에 이르렀고 화가 난 국사가 지팡이를 휘둘러 백룡의 눈을 멀게 했다. 그래도 버티자 아예 연못을 펄펄 끓였다. 눈멀고 몸뚱이마저 여기저기 타서 망신창이가 된 백룡 행방은 묘연하다.


사실 용은 부처님이 태어날 때 청정수를 뿜어 목욕을 시킨 영물이다. 때문에 닫집, 대들보, 천장 등 사찰 곳곳에는 용이 도사리고 있다. 사바에서 피안으로 건너갈 때 타는 배를 반야용선이라고 하는데, 법당에 조각된 용머리와 꼬리는 도량이 반야용선임을 의미한다. 승주 선암사 승선교 아래 거꾸로 매달린 용머리는 개천을 타고 경내로 들어올지 모를 사악한 무리들을 경계하고 있다. 순천 송광사 삼청교도 마찬가지다.


불법 수호는 호국으로 이어진다. 온갖 판타지 게임에서 만사형통, 절대무적의 무기로 구경도 하기 힘든 만파식적(萬波息笛) 얘기다.


‘삼국유사’에서 문무왕은 늘 지의 법사에게 “죽은 뒤 용이 돼 불법을 받들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서원하곤 했다. 왕은 불교식으로 화장하고 유골을 동해 입구 대왕암에 안장해달라고 유언하고 눈을 감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랬다. 바다 속 큰 용이 된 왕은 아들 신문대왕에게 만파식적을 선사했다. 이 피리를 불자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낫고, 가물 땐 비가 왔다. 많은 비를 개이고 했으며 바람이 가라앉고 물결은 평온해졌다. 용의 신통력이 한데 모인 만파식적. 서원은 세상을 바꾼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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