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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구니 승가와 국제영어학교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한국여성이다.


비구 승가 중심의 한국불교에서 한국여성이 그 대표라면 의아해할 사람이 있겠지만 불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한국불교에서 여성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번 연재에서 말한 것처럼 여성불자의 신행은 여러 면에서 한국불교를 규정하는 주된 요소이기 때문에 그 의의가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한국불교를 세계적에서도 독보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구니 승가의 존재이다. 비록 비구니 스님들이 아직까지 종단 내에서 대표성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비구니 승가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4년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여성불자대회가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회를 통해 한국 비구니 승가가 세계적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비구니 스님들 자신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불교는 타종교와 비교해볼 때 매우 이른 시기부터 여성들에게 깨달음의 가능성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남성과 동등한 수행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20세기 말까지 비구니 승가는 한국, 대만, 일본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티베트 등 다른 지역에 여성수행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율에 의해 비구와 동등한 신분으로 인정되는 비구니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도 여성들이 종교적 삶의 중심에 선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서양여성들은 불교를 수용하는 데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이었으며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안적 삶을 불교에서 찾는 많은 서양여성에게 다른 곳에서는 이미 사라진 비구니승단이 가부장적인 가족질서가 온존하고 있는 동아시아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고 신선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몇몇 미국대학에서 한국불교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은 비구니 스님에 대한 것이었다.


비구니로서 차별 받는 것은 없는지, 여성수행자로서 고충이 무엇인지 등등. 한국 비구니 승가가 독립적인 교육기관(강원)과 수행기관(선방)을 가지고 있으며 사찰운영과 의례 집전에서 원칙적으로 비구 스님과 차별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모두 놀라워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받았던 많은 호의와 특별한 배려도 따지고 보면 “동양에서 온 비구니”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여성종교지도자에 대한 호감은 매우 높다. 많은 여성들이 불교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성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명법 스님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 종단에서 운영하는 국제영어학교에서 비구니스님들을 훈련시키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들을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비구 스님의 보조자가 아닌,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줄 것을 여러 종단 관계자에게 부탁드린다.
 

명법 스님 조계종 교수아사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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