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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몸과 마음을 모두 보살피는 틱세곰파

기자명 법보신문

청정 감로수 일곱 잔엔 평등 보시의 공덕 있다

 

▲틱세곰파의 법당에는 높이 14m의 미륵부처님이 조성돼 있다. 아침예불을 마친 한 스님이 부처님 전에 청정수를 공양 올리고 있다.

 

 

아침예불이 끝나자 곰파 안 스님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동자스님들은 예불하는 동안 스님들에게 차공양을 올리는데 사용했던 주전자를 챙겨들고 종종 걸음을 친다. 물론 걷는 동안 또래의 스님들과 장난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보다 좀 더 나이를 먹은 스님들은 양동이나 주전자에 맑은 물을 한 가득 담아들고 다시 법당으로 들어간다. 그 중 한 스님을 따라가 본다.


미륵부처님 미소가 법당에 가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나 법당에 들어서자 환한 미소를 머금은 금빛 부처님의 커다란 상호가 법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화들짝 놀라 얼떨결에 합장부터 한다. 라다크에 와서 이렇게 큰 부처님 상호를 본 것은 처음이다. 삼배를 마치고 자세히 살펴보니 화려한 보관으로 장식된 미륵부처님이다. 그런데 얼마나 크게 조성했는지 부처님의 법신이 2층 건물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1층에서 보면 부처님 다리만 보일 뿐 가슴 위 상반신은 이곳 2층 법당에 올라와야 볼 수 있다. 그런데 1층 법당은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조금 무례를 범해서라도 부처님 앞 불단 난간에 기대어 목을 쭉 빼고서야 가부좌로 앉아 계신 부처님의 법신을 모두 친견할 수 있다. 높이가 무려 14미터, 흥미로운 점은 미간 사이의 백호가 오른쪽방향의 소용돌이 문양이 선명한 소라고둥 껍데기라는 점이다. 티베트불교에서 행운을 불러온다는 여덟 개의 상징 가운데 첫 번째인 법라를 응용한 게 아닌가 싶다. 각종 보살상으로 장식돼 있는 보관뿐 아니라 어깨까지 늘어지는 커다란 귀걸이에 가슴을 뒤덮고 있는 오색의 영락 목걸이, 그리고 화려하게 채색된 법의까지. 이렇게 화려하게 장엄된 부처님은 처음 본다.


앞서 법당에 들어선 스님은 미륵부처님 앞 불단에 청수를 공양하기 시작한다. 일곱 개의 물잔 하나하나에 맑은 물을 가득 채워 공양 올리는 동안 불단을 살펴보니 간단한 과일과 버터를 빚어 만든 꽃을 비롯해 과자, 음료수 등 다양한 공양물이 올라있다. 불단에는 세계 각국의 불자들이 공양한 불전도 쌓여있는데 그 중에는 우리나라 천 원짜리 지폐도 눈에 띈다.


청수 공양을 끝낸 스님은 일곱 잔의 물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일곱 잔의 물은 과거 일곱 분의 부처님께 모두 공양을 올린다는 뜻이고 물을 올리는 이유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한 공양물이나 부자의 값비싼 공양물이나 그 공덕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틱세곰파에 조성돼 있는 초르덴.

 


가난한 이가 공양 올린 등불이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불을 밝혔었다는 ‘빈자일등’의 가르침이 라다크의 소박한 물잔에 담겨 있음이다. 부처님께 다시 한 번 삼배를 올리고 법당을 나선다.


법당 참배를 마쳤으니 틱세곰파 입구있던 진료소에 가볼 참이다. 틱세곰파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사실 진료소라 하기에는 좀 작다. 얼핏 보아서는 약국 정도로 보이는데 ‘티베트 전통 의술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다행히 문이 열려있다. 밖에서 쭈뼛쭈뼛 안을 살피는데 스님 한 분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를 예상했는데 스님이라니. 호기심이 발동을 해 얼른 들어가 본다. 알고보니 이곳의 의사선생님은 바로 이 스님이다. 벽면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는 약장에는 크고 작은 크기의 각종 환약을 담아놓은 병들이 줄지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잠바 소남 스님은 티베트 전통 의학을 다루는 라다크의 전통 의원 ‘암치’다. 암치에 관해서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의 명저 ‘오래된 미래’에서도 언급돼 있다.

 

 

         ▲ 틱세곰파의 내부 전경.                            ▲틱세곰파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티베트 전통의술원.

 


그렇지 않아도 며칠째 고산증과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입맛을 잃고 있던 터라 이번 기회에 암치에게 진료를 받아 본다. 통역을 맡아줄 가이드를 사이에 두고 소남 스님이 우선 진맥을 시작한다. 소남 스님은 한 동안 매우 신중한 표정으로 양쪽 손목에서 맥을 짚어 본다. 우리나라 한의원과 똑같다. 진맥을 마친 스님은 요 며칠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다. 무엇을 먹고 잠은 어느 정도 잤으며 어떤 일을 하고 다녔는지 등을 묻는다. 우리나라 한의원에서는 이런 것을 묻는 경우가 없는데 말이다. 평소 성격은 어떤지도 묻는다. 통역을 통해 정성껏 대답을 하고 나니 스님의 처방이 내려진다.


“며칠 동안 심장이 무리하게 움직여서 기운이 떨어져 있어요. 무엇보다도 추위에 약한 체질인데 몸에 냉기가 좀 들었네요.”


스님은 까맣게 생긴 알약 2주분을 처방해 준다. 박하향 같이 향긋한 냄새가 나는 알약을 신문지에 싸서 준다. 3일간은 아침, 저녁마다 1알씩, 4일째부터는 아침에 1알을 꼭꼭 씹어서 물과 함께 먹으면 된다. 우선 당장 한 알 먹어본다. 각종 약초를 갈아 이곳에서 스님이 직접 만든 생약이라 그런지 맛은 좀 쓰지만 향은 아주 좋다. 진료비는 무료, 약값은 80루피로 우리 돈으로 2천원이 채 안 된다.


의사스님이 직접 진찰·처방


스님은 오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듯 도움이 될 만한 생활 습관 몇 가지를 더 알려준다. 약 덕분인지, 아니면 스님과의 이야기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라다크에 도착한 이후 줄곧 바쁘게 달음질치던 심장 박동이 조금 편안해지고 잠을 설친 간밤의 피로도 조금씩 풀리는 듯 하다. 몸과 마음 모두를 새롭게 충전시켜주는, 틱세곰파에는 그런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는건 아닐까.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자원봉사 하던 마을의사서 스님으로


전통의사 ‘암치’ 자바 소남 스님

 

▲자바 소남 스님

티베트 전통 의술원 의사인 잠바 소남 스님은 올해 세납 65세다. 스님은 라다크의 전통의사인 암치다.


라다크에서 암치는 가업이다. 스님도 가업을 이어 30년 전 암치가 됐다. 아버지에게 의학을 익히고 사람의 체질과 몸의 구성, 몸에 흐르는 기와 맥을 익히고 각종 약재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티베트 의서도 공부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답식 시험을 봤다. 각종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한 가지도 틀리지 않고 대답한 후 그는 마을의 암치가 되었다. 물론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부터 모든 마을사람들이 그를 암치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암치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스님은 2006년 티베트 전통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스님은 곧바로 이곳 틱세곰파에 진료소를 열었다.

 

마을 암치로 활동할 때는 필요 없었던 암치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곰파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남 스님의 진료소는 사찰을 찾는 사람들뿐 아니라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의료시설이 되었다. 그러던 지난 2009년 정식으로 출가해 스님이 되었다.


“가벼운 감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기침으로 고생하던 아이들이 건강해질 때면 가장 행복합니다.”


출가 전 소남 스님은 친구와 함께 다람살라를 찾아가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곤 했다. 그러다 친구가 먼저 출가했고 곧이어 스님도 출가하게 된 것이다.


“달라이라마께서는 자신의 재능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더 많은 이웃을 위해 의술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야 말로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기 위해 서두르는 일행에게 소남 스님이 당부한다.


“너무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요. 당신의 심장에게도 자비를 베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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