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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불교의 미덕

기자명 법보신문

서양문화 유입, 전통적 좌·우 개념 혼란 초래

 

▲통일신라 3대 금동불상으로 꼽히는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26호).

 

 

2010년 7월 좌측통행 위험성으로 인하여 우측통행이 전격 실시됐다. 그러고 보면 우측통행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하철에서 좌측통행을 하다가 아차 하는 것은 필자만은 아니리라. 그 만큼 우리에게 좌측통행은 무의식의 깊은 곳에 관습으로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한자문화권에선 왼쪽 우대


우리는 흔히 한문으로는 ‘좌우’라고 하면서, 한글로 말할 때는 ‘오른쪽 왼쪽’이라고 한다. 한문은 천지(天地)나 우열(優劣) 등에서처럼, 앞에 오는 글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우리는 한문과 한글의 표기에 있어서 각각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실제 좌의정은 우의정에 비해서 직위가 높다. 또 주인을 중심으로 좌측에 위치하는 사람이 우측 사람에 비해서 위계가 높게 된다. 그러나 ‘내 오른팔과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에서는 분명 오른쪽의 무게비중이 더 크다. 한문과 한글에서 좌우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사실 왼쪽을 높이는 것은 중국문화권 특징이다. 그래서 길례(吉禮)에서는 좌측을 높이고, 흉례(凶禮)에는 우측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유럽에 이르는 유목문화는 이와 반대로 우측을 높인다. 이러한 문화권의 상반된 차이는 한문으로 된 액자나 편액을 볼 때, 좌측에서 읽어야 하는지, 우측에서 읽어야 하는지의 혼란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붉은 낙관(圖書)의 위치를 먼저 살피게 된다.


중국불교의 초기전래와 관련된 ‘홍명집’에는 좌우와 관련된 문화권적인 충돌이 기록되어 있다. 내용인즉, 불교의 우측숭배가 부당하다는 중국관점에서의 지적과 이에 대한 불교의 대응이다. 실제로 불교에서는 탑돌이를 할 때, 우요삼잡이라고 해서 오른쪽(시계방향)으로 3바퀴를 돈다. 또 인도불교는 오른 어깨와 팔을 드러내는 것으로 존중의 예를 삼았는데, 이는 오늘날까지도 불교에서 가사를 착용하는 준칙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문화에 존재하는 좌우 혼란은 불교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불교가 중국문화에 들어온 것이 물경(놀랍게도) 2천년이나 된다. 그러므로 불교에 의한 것이라면, 한문적인 부분에서도 혼란의 양상이 존재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혼란이 한문과 한글표현으로 대별된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혼란이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서구화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파악케 해준다. 즉, 오늘날의 좌우에 따른 혼란은 ‘동양 전통’과 ‘서구 가치’에 의한 문화적 충돌 결과다.


우측문화인 인도불교가 좌측문화인 중국에 들어와 정착하면서, 양자의 사이에는 충돌과 절충이 파생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불교 안에는, 오늘날까지도 좌우와 관련된 이중 잣대가 다수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에서 탑돌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부는 시계반대 방향인 좌측으로 도는 모습이 발견된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우측이 상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가지는 것과 반대로, 좌측은 상대를 모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볼일을 본 뒤, 뒤처리를 하는 인도문화를 생각하면 쉽게 납득될 수 있다. 그래서 좌측으로 돌게 되면 재앙이 내린다고 율장에는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흔히 ‘안하는 것 보다는 틀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탑돌이에 있어서 크게 주의할 대목이라고 하겠다.


전통 상복, 흰색서 검은색으로


또 부처님을 모시는 법식에 있어서도 좌우보처 중 좌보처가 우보처에 비해서 더 높게 나타난다. 즉, 석가모니에서처럼 좌우보처가 문수와 보현이 될 경우, 문수가 좌보처가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부분은 중국문화권의 좌측문화가 불교의 관점을 수정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양상은 불상의 손모양인 수인(手印)의 경우에서도 살펴진다. 석가모니의 탄생과 관련해서 초파일 관욕에 사용되는 탄생불은,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좌우의 혼돈으로 인해서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불상이 있는 반면, 어떤 경우는 하늘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인도불교에서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던 것이, 중국문화권에 와서는 왼손이 더 높기 때문에 ‘천지(天地) 중 하늘을 가리켜야 맞다’는 인식에서 나타나는 혼란상이다. 이러한 경우는 비로자나불의 수인에서도 살펴진다. 비로자나불의 수인 지권인(智拳印)은, 본래는 오른손으로 왼손의 검지를 말아 쥐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나 중국문화권의 좌측숭배로 인하여 왼손으로 오른손 검지를 감싸 안는 형식의 역지권인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대표적인 경우가, 통일신라 3대 금동불상으로 꼽히는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국보26호)이라고 하겠다.


또 참선을 상징하는 선정인(禪定印)과 같은 경우도, 본래는 오른손이 왼손의 위로 올라오는 것이 옳다. 오른손을 올린 상태로 명상을 하다가, 붓다께서 마왕을 항복하기 위해 위의 오른손으로 대지를 짚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석가모니불의 고유 수인인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이다. 그런데 오늘날 선방에서 참선하는 방식은, 왼손을 오른손의 위로 올리는 역선정인의 자세를 취한다. 이 역시 인도불교적인 우수의 가치가, 중국적인 좌수의 영향으로 인하여 변형된 측면이라고 하겠다.


인도에서 기원한 불교는 중국문화권에 정착하면서 좌우의 혼란상을 많이 겪게 된다. 불교의 경우 선행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에 혼란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서구의 가치는 조금의 배려도 없이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선행문화를 재구성해 버린다.


우리 전통에서 상례에는 의당 흰색을 썼다. 그런데 여기에 서구의 상복개념인 검인 색이 일방적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 상갓집은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바둑판과 같은 양상이 되었다.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친절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국에 가면 우리는 그들의 말인 영어로 물어본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도 영어로 물어본다. 우리가 미국에 가서 한국말로 물어본다면 그들이 과연 친절할 수 있을까? 또 미국인이 서툰 말이라도 우리말로 물어본다면, 우리인들 친절하지 않을까?!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자현 스님
우측통행이 좌측통행에 비해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문화권에서의 전통은 좌측통행의 당위성을 역설해준다. 현대의 가로쓰기는 과거의 세로쓰기에 비해서 보다 합리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불교의 존중문화가 더욱더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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