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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캇사파 3형제

기자명 법보신문

1000명 제자 둔 배화교도, 불법에 무릎을 꿇다

불의 신 숭배했던 마가다국 원로 바라문
제사도구 버린 후 삭발하고 삼보에 귀의

 

 

▲삽화=김재일 화백

 


사르나트에서의 초전법륜과 베나레스에서의 야사 및 그 친구들의 교화. 이들에게 전도선언을 하신 부처님은 그 길로 자신은 마가다국의 우루웰라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우루웰라는 깨달음을 얻기 전 부처님께서 6년간 머물며 고행을 했던 곳이자 깨달음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60여명의 제자를 거느리며 이제 막 승가의 기초를 형성한 시점에 부처님이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구체적인 사정은 알 길 없지만, 이곳에서 이루어진 부처님과 캇사파 3형제의 만남을 통해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부처님, 3500가지 신통력 보여


당시 우루웰라마을에는 캇사파 3형제라 불리는 자들이 민중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캇사파 3형제란 ‘캇사파(Kassapa)’라는 성을 가진 고령의 3형제, 즉 장남 우루웰라 캇사파(Uruvela Kassapa), 차남 나디 캇사파(Nadī Kassapa), 막내 가야 캇사파(Gayā Kassapa)를 말한다. 이 3형제는 모두 바라문 출신의 종교가로 우루웰라는 500명, 나디는 300명, 가야는 200명으로 도합 1,000명의 제자를 거느린 대규모 종교 집단이었다. 바라문의 전통에 따라 베다를 읽으며 불을 절대적으로 신성시하고 존중하여 불의 신인 아그니에게 제사지내는 이른바 배화교도(拜火敎徒)였다.


출가해서 머리를 땋고 산야에 머무르며 고행을 하는 이들은 불을 섬기며 제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특별한 주력(呪力)의 소유자들로 마가다국과 그 동쪽에 위치한 앙가국의 백성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었다.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도 이들에게 큰 신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우루웰라로 들어가 처음 방문한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캇사파 3형제 가운데 맏형 우루웰라 캇사파의 처소였다. 이로 보아 부처님의 우루웰라 방문 목적은 이들의 교화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루웰라 캇사파의 처소를 찾아간 부처님은 그 곳에 있는 성화당(聖火堂)에서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청하신다. 성화당이란 불을 모셔놓은 방 혹은 불씨를 보존해 두는 방을 말한다. 그러자 우루웰라는 “뭐 상관없지만, 그 화당에는 포악하기 그지없는 무시무시한 독룡(毒龍)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당신을 해칠지도 모릅니다”라며 저지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괜찮으니 걱정 말라며 계속 부탁했고, 거듭 세 번에 걸쳐 거부하던 우루웰라는 할 수 없이 승낙한다. 이렇게 해서 성화당에 들어간 부처님은 그 곳에 풀을 깔고 앉으셨다. 결가부좌한 채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고 생각을 면전에 모았다.


겁도 없이 성화당에 들어온 것도 화가 나는데 게다가 침착하고도 굳건한 모습으로 선정에 들고 있는 이 자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부처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독룡은 매우 불쾌하게 여기며 연기를 뿜어댔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 독룡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 독룡의 피부나 살, 근육, 뼈, 골수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나의 불로 이 자의 불을 소멸시켜야겠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연기를 뿜어내셨다. 이를 본 독룡은 분노에 휩싸여 스스로를 불태우며 불을 뿜어냈다. 부처님도 화계삼매(火界三昧)에 들어 불을 뿜었다. 부처님과 독룡, 이 둘이 불꽃에 휩싸이자 성화당 안은 마치 불타고 있는 것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우루웰라 캇사파와 그 제자들은 중얼거렸다.
“아, 그 잘 생긴 사문도 독룡에게 죽임을 당했구나.”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성화당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부처님이었다. 마력을 잃어버린 듯 힘없고 초라해 보이는 작은 뱀 한 마리가 담겨져 있는 발우를 우루웰라 캇사파에게 내밀며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캇사파여, 이것이 그대의 독룡이다. 이 독룡의 불꽃은 나의 불꽃에 의해 소멸되었다.”


우루웰라 캇사파는 부처님의 신통력에 내심 깜짝 놀랐지만, 결코 자신의 주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 깔보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신통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는 부처님에게 이곳에 머물 것을 제안한다. 부처님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루웰라 캇사파의 수행처 근처에 있는 숲에서 지내시며 이후로도 갖가지 신변을 보여주셨다.


어느 날 밤, 사대천왕이 숲 전체를 밝히며 부처님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부처님께 예를 갖춘 후 사방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불기둥과 같았다. 이 모습을 기이하게 보고 있던 우루웰라 캇사파는 다음 날 아침 부처님께 어제 숲 전체를 밝히며 와서 사방에 서 있던 그 불기둥과 같은 자들은 누구였냐고 묻는다. 부처님으로부터 이들이 사대천왕이었다는 소리를 들은 그는 부처님의 위력에 다시 한 번 놀랐지만 역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또 어느 날이었다. 우루웰라 캇사파는 부처님이 머물고 계시는 곳에 가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 그러자 부처님은 “캇사파여, 나는 할 일이 있으니 먼저 식당에 들어가 계시오. 잠시 후에 뒤따라가겠소”라고 하시며 그를 먼저 보내셨다. 하지만 우루웰라 캇사파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 이미 부처님은 잠부나무의 열매를 따가지고 와서 앉아계셨다.


그는 부처님의 신통력에 감탄했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자신이 더 우수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이를 눈치 챈 부처님은 또 다른 신통력을 보이셨다. 우루웰라 캇사파의 제자가 불을 붙이기 위해 장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도무지 장작이 쪼개지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은 우루웰라 캇사파에게 “캇사파여, 제자들을 위해 장작을 쪼개주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가 마음대로 하시라고 대답하자마자 500개의 장작이 순식간에 쪼개졌다. 이어 500명의 제자들이 불을 지피려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불을 지필 수가 없었다. 부처님은 이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장작에 불을 붙였다. 불을 끌 때도 결국 부처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부처님은 3500여 가지나 되는 신통력을 보이시며 우루웰라 캇사파의 마음을 움직여갔고 결국 그는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부처님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부처님의 곁으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그러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캇사파여, 그대는 500명의 제자를 이끌고 있는 스승입니다. 그대는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스승의 결정에 맹목적으로 따른 귀의가 아닌, 그들 스스로 진정 원하여 승가의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신중하고도 따뜻한 부처님의 배려였다. 즉시 우루웰라 캇사파는 제자들을 소집했다.
“나는 저 위대한 사문 곁에서 청정한 수행을 하고자 한다. 너희들은 각자 원하는 대로 해라.”


대중에게 “부처님은 스승” 선언


그러자 제자들은 말했다.
“캇사파여, 우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저 위대한 사문에게 믿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희들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루웰라 캇사파와 그 제자들은 제사도구 등을 모두 네란자나 강물 속으로 던져버린 후 머리카락을 자르고 불제자가 되었다.


한편, 네란자나 강의 하류 쪽에 머물고 있던 나디 캇사파, 그리고 이 보다 더 하류에 머물고 있던 가야 캇사파는 형의 제사도구가 강물에 흘러내려오는 것을 보고는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염려하며 우루웰라 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이들은 자신들도 제자 500명을 데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도합 1000명의 제자를 얻은 부처님은 이들을 모두 이끌고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로 향하셨다. 그리고 몰려든 대중 앞에서 우루웰라 캇사파에게 “부처님은 나의 스승이시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이다. 부처님에게는 일체지(一切智)가 있지만, 나에게는 없다”라고 선언하도록 하셨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심을 얻고 있던 노(老)바라문의 선언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를 제자로 만든 젊은 사문에게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 부처님은 육신통(六神通)이라는 능력을 몸에 지니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부처님이 신통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자신의 친족들이 몰살당할 위기의 순간, 목갈라나가 철로 된 바구니로 사캬국을 완전히 덮어버리자는 제안을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신 부처님이었다. 그만큼 신통력의 사용에 신중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캇사파 3형제의 귀의와 관련해서는 3500여 가지의 신통력을 사용하셨다고 한다. 왜일까. 그것은 이들을 설득하는데 있어 신통력보다 더 유효한 수단은 없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주력에 의존하며 그것이 전부라 생각해 왔을 종교가들이다. 이들 앞에서 논리적인 설법이나 주장을 펼쳐놓아 보아야 별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그 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주력으로 맞섬으로써 자신들의 주력이 별 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하셨던 것이리라.


여하튼 이렇게 해서 불교교단은 일시에 큰 성장을 이루게 된다. 당시 모든 종교가들이 모여 활동하던 마가다국에서, 그것도 최고의 존경과 인기를 구가하던 종교가와 그 제자들을 모두 흡수해 버림으로써 부처님은 단시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이자랑 박사
부처님과 카삿파 3형제의 만남 속에는 부처님의 이런 의도가 담겨 있었고 멋지게 성공을 거두었다.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세상에 펼쳐가고자 하는 부처님의 적극적인 의지, 그 의지가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이다.
 

이자랑 박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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