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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부모의 자세

기자명 법보신문

자녀 문제점 직시하고 과거부터 돌아보라

현재 문제해결은 임시방편
문제 시초 알아야 해결 가능

 

 

▲히로나카 스님의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강의실은 웃음 바다로 변해버렸다. 스킨십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느끼게 하는 방법 역시 히로나카 스님 특유의 강의 스타일이다. 사진은 군포시 광정동 청소년 문화의집 강연회 모습.

 

 

나는 카운슬러라고 할 수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사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심리상담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비행(非行)청소년을 만나면 먼저 그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문제의 시초를 찾아내려고 한다. 중3, 중2, 중1, 그리고 초6, 초5, 초4, 초3, 초2, 초1…. 그 아이는 언제 어떤 행동으로 부모에게 신호를 보냈을까? 초등학교 4학년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든지, 초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학교를 가기 싫어했다든지를 알아보고 나서, 아이의 문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상담하러 온 부모들은 보통 ‘지금 이 상태만’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 학교를 다시 갈 수 있도록, 또는 지금 담배를 끓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만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불등교가 된 아이는 중학교로 올라가서도 다시 불등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때 생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아이의 과거를 살펴보면 생활환경의 변화, 부부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등 어른들의 문제가 꼭 아이의 변화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 시초에 돌아가서 아이의 마음 상처를 치유해준다면 아이는 문제없이 다시 자라게 된다. 아이가 위기신호를 보낼 때, 마음 한 구석에서 가는 실이 끊어져버리고 그대로 자라게 된다. 그 실이 다시 이어져야 할 텐데, 부모가 후회없이 아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5년 후에 이 아이가 후회를 안 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될텐데 라고,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상담하고 있다.


원래는 마음의 성장과 신체적인 성장이 비례하는 것이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은 아주 천천히 성장하는데, 몸만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부모가 보기엔 다 큰 아이가 왜 그런 어릴 때 기억 때문에 고민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문제의 시초로 돌아가게 되면 어느 아이든 마찬가지로 다 “그때는 외로웠다”고 말한다.


물론 많은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는 그 때 받은 상처로 인해 고통을 받고 괴로워한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가 이런 일 가지고 왜 그러냐는 식으로 대하면 문제는 오히려 커져만 간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서로 부부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바쁘다고 아이를 돌봐준 적이 있었느냐든가, 엄마가 더 잘했어야 된다면서 말이다. 그럴 때 나는 부부에게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마음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갓난 아기 앞에서 둘이서 열심히 이 아이를 키우자고 맹세한 그 행복했던 순간을 되살려 보라고. 아이의 행복을 빌지 않았던 부모가 어디 있었을까?


문제의 시초를 알아내면 부모는 바로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하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한다고 맹세해야 한다. 부모의 진지한 말이 아이의 마음을 녹이게 한다. 아이는 부모의 한마디로 얼마든지 달리질 수 있는 존재다.


부부간의 마음의 거리, 아이와 부모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자. 그리고 ‘삼보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인정하자. 부모의 마음이 너무 빨리 가려고만 하는 게 아니었던가? 아이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할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발걸음 속도에 맞추어 아이를 지켜봐주자. 부모의 기대가 너무나 컸던 건 아니었던가? 아이는 부모 마음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너무나 지치고 있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보고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90프로는 가정 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원인알고나면 진심으로 사과
아이는 부모 한마디에 달라져


나는 카운슬러라고 했는데, 병원에 앉아서 환자가 오기만 기다리는 그런 카운슬러가 아니다. 나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나 거기로 달려가는 ‘공격형’ 카운슬러라고 할 수 있다.


방에서 절대 나오려고 하지 않는아이의 방까지 들어가서 “안녕! 아저씨가 왔어”라고 악수를 청하는 카운슬러다. 악수를 하면서 나는 그 아이에게 앞으로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머리 속에서 2분만에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를 보면 나는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아이의 부모에게는 나를 가까운 친척이라고, 그리고 친구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아이는 나를 아저씨라 부르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조심해야 하는 점이 있다. 아이의 문제가 부모와의 관계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선천적(先天的)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발달장애(發達障碍)’라고 하며, 이해력이나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뇌의 장애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빨간 불에 길을 건너면 안된다고 말해도 듣지 않는 아이의 경우다. 부모의 언성이 높아져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아이가 ‘발달장애’ 의심이 있다면 바로 아동상담소나 보건소, 소아과나 정신과로 데리고 가서 의논을 해야한다.


‘간질병’도 뇌의 병 중의 하나이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경련을 일으키지 않는 의식장애도 있다. 예를 들어 본인도 모르게 멀리 가버린다든지, 가게에 가서 물건을 훔쳐오기도 하는데, 뇌파(腦波)검사를 해보니 ‘간질병’이라고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럴 때는 신경내과를 찾아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는 ‘통합실조증(統合失調症)’도 뇌에 관한 병이다. 형광등을 보고 충동적으로 깨뜨리거나, 전철 안에서 갑자기 큰소리를 내거나 하는 행동을 취하는 경우다. 한가지 목적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경우에도 오랫동안 정리가 안되는 아이들이다.


아이가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아이를 나무라거나 부모 스스로를 원망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된다. 그리고 만약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그것을 부모로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장애는 장애대로 받아들이고, 그 아이에 맞는 교육이나 환경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 또한 주변 사람들도 장애를 가진 자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도 말고 일부러 피하지도 말아야 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자.


▲히로나카 스님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약을 처방해줄 수가 없다. 정신적인 병이라도 약을 먹으면 많이 좋아질 경우가 있으니, 방치하지 말고 꼭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맞는 약을 처방 받아서 복용하도록 해야 한다. 약과 잘 사귀는 것을 배우며 포기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 역시 부모가 해야할 일이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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