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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미성년자의 출산 선택

기자명 법보신문

따뜻한 가정환경 만들 수 있나가 관건

日미성년 출산 심각한 수준
 미성년 결혼 중 90%가 파탄

 

 

▲좋은 만남은 인생을 좌우하고, 따뜻한 가정의 정이 소중한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히로나카 스님은 고등학생들에게 만남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

 


두 달 전 우리 절에 17세인 아이 엄마와 9개월짜리 미우라는 아기가 함께 왔다. 일본의 최남단 섬인 오키나와에 있는 여성지원센터에서 연락을 받아 나는 아이와 젊은 엄마를 우리 절로 받아들였다. 미우 엄마는 16세에 임신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모두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결혼 후 몇 달 동안은 사이좋게 지냈는데, 갑자기 아이 아빠가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다. DV(가정내 폭력)다. 미우 엄마는 날마다 이어지는 남편의 폭행에 못 이겨 아이와 함께 여성지원센터로 피신했다. 우리 절에 왔을 때 미우 엄마는 온 몸에 멍이 들고, 미우의 허벅다리는 새파랗게 멍들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임신하고 결혼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진지한 만남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젊은 날에 불같은 사랑이 정말 인생에 있어서 ‘진지한 만남’일까? 당사자들은 그 만남을 평생 소중하게 여겨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생명은 과연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미우 엄마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뱃속에 생긴 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건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결혼이라는 선택은 잘 못했던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행복한 가정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너희들은 그렇지 못 했다. 다만 미우와 미우 엄마와의 만남은 이 세상에서 아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미우를 낳게 된 것은 미우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우 아빠와 헤어지더라도 미우를 위해 아빠를 미워해선 안 된다고.


나는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뱃속에 있는 아이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임신 출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복잡한 생각이 든다.

 

가족관계가 좋은 만남 영향
자녀, 정 알고 성장토록 관심


몇 년 전에 나는 우리 동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과 두 시간 동안 격론(激論)을 벌이다가 서로 의견이 안 맞아 헤어진 적이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인 수즈무라(鈴村)선생은 뱃속에 있을 때는 아직 생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이다. 산모가 양수검사를 받으면 뱃속의 아기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지에 대해서 미리 알 수가 있는데, 그 장애를 미리 알았을 때 낳을 것이냐 말 것이냐고 고민을 하게 되면, 수즈무라 선생은 낳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본인도 고생하고 가족도 고생하니 평생문제라고 생각하면 낳지 않은 것이 옳다고 한다.


수즈무라 선생은 또한 임신한 젊은이에게 낙태수술을 하면서 난잡스러운 성행위는 절대로 안 된다고 타이른다. 수즈무라 선생은 고등학교에서 성교육 강의도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꼭 콘돔을 사용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중학생의 20%가 성경험이 있다고 조사된 일본 상황을 생각할 때, 수즈무라 선생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불자인 나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있는 ‘회태수호은(懷胎守護恩)’에서 잉태했을 때부터 열 달 동안 온갖 고뇌나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부모의 마음을 알고, 뱃속의 아이도 이미 소중한 생명이라고 믿는 자다. 그러나 미성년자의 출산이 이미 심각한 수위에 오르고 있는 요즘, 미성년자의 결혼 중 90% 이상이 파탄이 난다는 수즈무라 선생의 말을 들으면 ‘때가 아닌 출산’을 막아야하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3학년인 여학생이 부모와 함께 우리 절을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학생은 임신 3개월째가 되어있었다. 학생은 아기를 낳겠다고 하고, 어머니는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하고, 아버지는 “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아기 아빠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지금 소년원에 있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제안했다. 뱃속에 아기가 태어날 때 아기 아빠 엄마가 같이 축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혹시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아빠 없이 살아야만 한다면, 그것 또한 아기에 대한 부모의 죄가 아닌가? 그리고 태어난 아기로 인해 학생본인도 부모님도 평생 고통을 받아야 된다면 그들의 인권은 누가 보장해줄 수가 있을까?


지금은 때가 아닐 수도 있다. 태어난 아이가 “아빠, 엄마, 나를 낳아주셔서 정말 고마워요!”라고 당당히 할 수 있을 때, 정말 축복 받고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 때 아이를 낳으면 어떨까?


결국 중학생은 낙태수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우리는 같이 수즈무라 선생을 찾아갔다. 학생이 수술을 받고 나와 마취를 깨고 아파했을 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딸의 등을 문질러주었다. 그 때 아버지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하다. 아버지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 세 식구가 껴안고 우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살며시 방을 나왔다. 이제 이 가족은 괜찮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나는 학생을 데리고 온 아버지가 딸이 원한다는 이유로 출산에 동의한 것은 정말 딸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저 딸을 못 이겨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했다. 정말 딸의 장래를 생각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통 받는 딸의 모습을 보고 진심을 토로했고, 딸은 그제야 부모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학생은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반에서 등교거부로 학교에 안나오는 학생 집을 찾아가 같이 학교를 가자고 끌고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두 명의 등교거부 학생도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할 수가 있었다. 학생은 뱃속의 아기는 살릴 수 없었지만, 그 대신 친구를 살린 셈이다.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학생의 마음도 성장하여 이젠 남을 위해서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갔던 것이다. 학생은 앞으로 정말 좋은 만남이 있을 것이다. 그 때 진심으로 축복을 받아 아이를 낳으면, 태어나지 못했던 아이의 몫까지 사랑해주면 된다.
미혼모의 출산, 이혼과 재혼으로 인해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가슴 아픈 사건이 점점 생긴다. 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나는 몇 년 전에 수즈무라 선생과 말다툼했을 때 나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 생명은 소중하지만 먼저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생명부터 생각해 보자고. 따뜻한 가정환경을 만들 수만 있다면 나이가 어려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 된다. 그러나 그런 환경을 만들 수가 없다면 오히려 태어난 아이에게 큰 짐을 짊어지게 하고, 아동학대로 이어져가는 길이 될지 모른다고 나는 낙태를 권하기도 한다.


▲히로나카 스님
아이들에게는 가족간의 유대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은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성장할 권리가 있고, 사람은 좋은 만남으로 인해 용기를 얻어 세상을 살아나갈 수가 있다. 결국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있어야 좋은 만남으로 이어진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자료제공=주식회사 日本標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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