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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인간관과 세계관-12연기 ③

기자명 서광 스님

신구의 삼업 부조화는 불안정 유발
사십사관 훈련으로 마음갈등 해소

지난 호에서는 명색의 단계에서 사심사관(四尋伺觀) 훈련, 즉 감각과 인식대상이 가지고 있는 이름(名), 그 이름과 연합된 의미(義), 본질(自性), 그리고 현상적 차이(差別)를 분석하고 자각하는 작업을 알아봤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집착하는 정신적 물질적 대상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사심사관 수행은 유식 5위 수행에서 두 번째 단계로 첫 번째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6바라밀과 37조도법, 그리고 사섭법과 사무량심 훈련을 바탕으로 깨달음을 향해 본격적으로 노력하는 단계다. 이를테면 사심사관 훈련은 말이나 행동으로는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의식 수준에서는 마음이 계속해 대상에 메이고 집착하는 경우나, 아니면 말로만 부질없다고 하면서 행동과 생각으로는 대상을 쫓고 있기 때문에 내면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훈련이다. 쉽게 말해 말로는 물질이나 명예, 돈이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정작 마음 한 구석에서는 끊임없이 돈과 명예를 꿈꾸고 추구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또 겉으로 드러난 행동으로는 돈과 명예를 무시하고 함부로 하지만 마음의 무의식 수준에서는 계속해서 돈을 원하고 인정과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신구의(身口意) 삼업의 부조화와 불협화음으로 인해 마음의 갈등으로 정서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거친 불선심소가 내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돈이나 명예가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막연히 알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러한 앎이 아직 충분히 내재화되거나 체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심사관의 구체적 예로서 프라다가방을 생각해보자. ‘프라다’라는 이름(名)은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다. 그 이름과 연합된 의미(義)는 우리 사회에서 고급, 신분, 부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인정과 관심, 지위, 프라이드 등 갖가지 의식·무의식적인 개념과 관념들이 붙어있다.


그래서 이름과 의미의 이 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명품을 쫓게 되고, 그것이 잣대가 되어 모든 것을 평가하고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짝퉁과 가짜가 성행하게 되는 이유다. 또 이 수준의 사람들은 똑같이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와 불상을 보고 좋아하거나 혐오하는 반응을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름과 그 이름에 붙여진 의미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대상의 이름과 그 이름에 붙여진 의미의 허망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들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보다 본질적인 성질(自性)을 사유하게 되고, 이름이 다를 뿐, 그 본질(體性)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식에서는 이를 무분별지(無分別智)라고 부른다. 그러나 자성을 깨달은 정신수준에 고착하게 되면, 이름-인플레이션을 미워하고 혐오하게 되어, 돈과 명예, 명품 등을 지나치게 싫어하고 공격하는 신구의 삼업을 짓게 된다. 어떤 경우는 실제로 자성을 깨달은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그 뜻만 새겨 내 것과 네 것이 따로 없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개념이 흐려져서 함부로 타자의 영역과 소유물을 침범하기도 한다.


사심사관의 마지막 훈련은 대상의 차별(差別)에 대한 깨달음이다. 비록 본질은 동일하나 환경과 조건에 따라서 그 작용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기 때문에 유식에서는 이를 분별지(分別智)라고 부른다. 절대적 차이가 아니지만 상대적, 현상적으로는 차이가 있음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다.

 

▲서광 스님
앞의 단계가 공(空)에 치우쳐 있다면 이 단계에서는 공이 조건과 어우러져 색(色)으로 드러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또 무분별지와는 달리 분별지는 공과 색이 하나임을 아는 단계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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