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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②-화

기자명 서광 스님

공격성은 멈추지 않는 분노에 기초
자비심으로 공격의 순환 벗어나야

지옥은 흔히 불 속이나 끓는 기름 속에서 고통을 받거나 굶주린 동물에 의해 사지가 뜯기는 고통과 같은 이미지로 그려진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공격성과 불안, 공포에 의한 고통이 지옥에 해당된다. 그 가운데서도 성난 불길처럼 화(anger)로 가득 차서 이글거리고 활활 타오르는 공격성의 심리상태다.


공격성의 대상은 타자나 자기 자신을 향한 멈추지 않는 분노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쵸감 트룽빠 린포체는 “공격성에는 끝이 없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함께 있는데, 왜냐하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전체를 공격성으로 물들이고, 마침내 그 환경이 다시 자신을 공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치 뜨거운 한 여름에 아스팔트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땀이 공기에 식혀지면서 잠시 잠깐 괜찮은 듯하다가도 계속적으로 올라오는 열기에 의해 숨이 막히고 폐소공포증 같은 느낌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누가 누구를 공격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공격의 순환, 윤회상태에 빠지게 된다.


공격성은 전통적으로 붉은 불을 내뿜는 하늘과 땅으로 상징된다고 한다. 땅은 붉은 뜨거운 철로 변하고 공간은 불과 불꽃이 된다. 거기에는 시원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어떤 공간도 없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은 극도로 뜨겁고, 밀폐된 폐소공포적이다.


그와 같은 심리상태에서 대화의 창구는 없다. 오직 분노를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표출하는 방법 이외에는 대화의 길이 없다. 그와 동시에 적을 공격하거나 상대를 이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큰 저항과 역공격이 발생된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지옥의 심리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쵸감트룽빠 린포체는 “지옥과 같은 마음상태는 오직 외부세계와의 관계 속에서만 발생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타인을 향한 공격성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공격성은 또 다른 공격성을 생성시키기 때문에 결국에는 끝이 없는 공격의 대상을 만들게 된다.


한편, 마크 엡스타인은 티벳불교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윤회도에 보면, 지옥도에서는 관세음보살님이 거울을 들고 계시거나 아니면 청정한 불꽃을 들고 계시는 모습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지옥 중생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보고 그 고통의 원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만이 지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지옥은 공격성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안과 공포의 심리상태를 말한다. 공격성은 흔히 우리의 욕구가 좌절되거나 그 욕구를 성취하는데 장애가 되는 대상을 향해 발생된다. 그리고 그러한 에너지는 내면의 불안과 공포심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어린시기에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의 좌절이 일차적 원인이다.


불교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공격성의 뿌리에는 자아에 대한 집착과 함께 아만, 아애, 아견, 아치의 사번뇌가 작동한다. 게다가 분노하고 공격하는 마음의 상태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애착이나 자만 등과 연합되어 있다. 그 결과 망상의 작용에 의해 왜곡, 오해, 착각하기 때문에 수시로 다양한 형태의 심리상태로 변환되고 새롭게 생성되면서 끝없는 감정의 출렁임으로 그 출구를 알 수 없는 고통의 파도 속에 휩싸이게 되는 상태다.


▲서광 스님
불교수행에서 공격성의 해독은 자비심이다. 그러므로 지옥같은 심리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공격의 대상을 향한 적개심을 자애로움과 연민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공격성을 자비심으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논의해 보기로 하자.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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