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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방황하는 청소년

기자명 법보신문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해야

막막해도 도망치면 안돼
용기 갖고 문제 마주해야

 

 

▲ 히로나카 스님은 방황하던 자식이 돌아오고자 할 때는 믿음으로 맞이해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라고 말한다. 사진은 한국 광동고 특별강연회 모습. 

 

 

Q.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모범생이란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6개월 전 가출을 하고 친구들과 피시방과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다가 얼마전부터 청소년보호센터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가 학교생활에 정이 떨어진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1학년 2학기 무렵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이 성적 때문인 것 같아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친구들과 경쟁에서도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에 가슴이 답답하고, 등수가 뒤로 밀리자 심하게 자신감을 잃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생활에 재미를 잃고 학교를 다니는 자체가 싫어졌습니다.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학교에서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 담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끊기가 힘들어요. 학교에서 선생님께 불려가 야단도 많이 맞고 부모님도 제게 심하게 실망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과 술, 담배를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는 제가 싫어서 가출도 했습니다.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방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예전처럼 생활하고 모범생이라는 말도 듣고 싶어요. 그래서 청소년보호센터를 찾아왔는데 어떻게 부모님을 뵙고, 다시 예전의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거기다 예전 친구들은 계속 연락을 해와 다시 함께 어울리자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18세, 고등학생)


A. 따뜻한 집과 부모님 곁을 떠나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겠군요. 그러나 학생이 청소년보호센터를 찾아갔으니 아저씨는 학생의 그 용기를 아주 훌륭하다고 봐요. 그것은 학생 스스로가 많이 성장한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반년 전 집을 나갔을 때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심하게 다퉜거나 말입니다. 단지 학생의 성적문제 때문에 가출을 하게 되었나요? 그 당시 집안 분위기를 다시 상기해보세요.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학생과 부모님 사이에 있는 홈을 메우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아저씨는 항상 아이들한테 “도망치지마라. 도망치면 쫓긴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 거기서 도망치는 것은 제일 쉬운 방법이지요. 그러나 도망치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또 한 가지는 “거절하는 용기와 용서하는 용기를 갖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친구 권유에 못 이겨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술과 담배로 도망친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가 않아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아무리 약한 마음을 가졌다고 해도 학생은 이 세상에 딴 하나 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자신의 좋은 면, 나쁜 면 모두를 사랑하도록 하세요.


지금 학생이 머물고 있는 청소년보호센터 선생님들은 어서 나의 품에 안기라며 팔을 벌리고 학생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학생은 아직 그 선생님한테 자신의 마음을 모두 떨어놓지 못하고 있지요? 학생이 한 발 더 다가서는 용기를 가지고 먼저 보호센터 선생님에게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다 해보세요. 그러면 선생님은 꼭 학생을 도와줄 거예요. 학생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여기 아저씨도 있고, 아저씨의 절에는 학생과 친구가 될 아이들도 많이 있어요. 한 번 일본의 사이쿄인으로 놀러 와요!


또 학생은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싶어서 집을 나갔다고 하는데, 집 밖에 새로운 길이 보이던가요? 혹시 새로운 길이라는 건 집안에서 가족 모두가 화목하게 지내는 일이 아닐까요?


지금 학생은 학교도 안가고 가출까지 해서 집으로 돌아가도 부모님께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고 있지요? 걱정하지 말아요. 부모님은 언제나 학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이라도 바로 부모님한테 문자 보내 봐요. 잘 있다고. 정말이지 부모님은 그 문자를 보고 얼마나 기뻐할지 몰라요. 눈물을 흘리실 수도 있어요.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걱정할 것 없어요. 가족이잖아요? 그리고 학생은 이미 많이 성장했어요. 딴 한 가지만, 집을 나간 것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정중히 사과를 드려야 해요.


부모님은 오랜만에 돌아온 소중한 자식을 맞이할 때 분노가 아니라 그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어머니는 먼저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세요.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 동안 엄마의 답답했던 마음에 확 가라앉을 겁니다. 그리고 딸이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면 이젠 지난 이야기, 즉 누구랑 어디를 갔었는지, 술이나 담배에 대해 절대 물어보지 마세요. 이미 학생은 충분히 반성하고 있어요. 지난 이야기를 따지지 않은 것이 바로 새로운 출발이 됩니다.


입시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학교 선생이 손을 잡아 같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은 아이에게 그저 “나는 열심히 돈을 벌어올 테니 너는 열심히 공부만 해라”고 하면 안 됩니다. 자식과 함께 자식의 장래를 같이 고민하고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부모는 항상 아이를 100% 믿어주세요. 마음속에서 99% 걱정을 해도 그 마음은 겉으로 드러 내지 않도록 하고, 아이를 안심 시켜주세요.


학생은 이제 집에 가서 할 일이 있어요. 바로 ‘어린시절 마음의 저금통’을 열어보는 일입니다. 유치원 때,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생이 앞으로 자기가 크면 무엇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을 거예요. 피아노 선생님, 학교 선생님, 간호사, 혹은 스튜어디스일까요?


어릴 때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부모님께도 여쭈어보세요. 어릴 때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오래 전에 찍은 가족사진을 보면서 부모님과 함께 어릴 때 꿈을 다시 생각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진로에 때해 구체적으로 상의해봅시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젠 학생한테는 새로운 출발이 필요할 때입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학생은 이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겁니다. 자신을 믿고, 용기를 가지고 새 출발을 해봅시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학생이 꼭 실천했으면 하는 일을 정리해봤습니다.


1. 아침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한다.
하루를 여는 아침 식사 시간은 오늘도 서로가 가족을 뤼해 열심히 살자고 마음속에서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2. 규칙 있는 생활을 하기 위해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정한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집 앞을 청소하거나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가족과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규칙적으로 실천합시다.

▲히로나카 스님

3. 가족사진을 가족과 펼쳐보자.
학생이 애기이었을 때, 부모님과 놀이동산 갔을 때, 초등하교 입학식 등등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해봅시다.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날 겁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사연을 보내주세요.
히로나카 스님이 법보신문 독자들을 위해 직접 상담해드립니다. 편지나 이메일로 자세한 내용을 적어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지면에 게재됩니다. 02)725-7014/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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