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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륜(相輪)? 바퀴와 양산도 구분 못하다니?

삿됨으로부터 고귀함 보호하는 탑 꼭대기

 

 

우리 탑 꼭대기를 ‘상륜부’라 부른다. 학술용어는 물론 전국 탑 문화재 안내판에 어김없이 그리 씌어있다. 바퀴 모양이라는 뜻이다. 유명한 불국사 석가탑 3층 위 꼭대기 상륜부는 오랜 세월 지나 파괴되어 신라의 모양을 전혀 알 수 없던 것을 1973년 복원 공사를 하며 남원 실상사 탑을 모방해 집어넣은, 지금도 횡행하는 엉터리 문화재 복원이다(그림1).


복사 원전으로서 실상사 탑 꼭대기를 보자. 인도 스투파의 축소된 모양이 석탑 위에 올라간다(그림2). 아래로부터 사각상자 ‘노반(露盤)’, 공 모양 ‘불란(佛卵, 오류명칭 복발)’, 꽃모양 ‘앙화(仰花)’와 그 위에 문제의 원반 바퀴 ‘보륜(寶輪)’ 네 개와 ‘보개(寶蓋)’, 그 위의 불꽃 모양 ‘수연(水煙)’과 구슬 ‘보주(寶珠)’로 구성되어 있다.


탑 위 바퀴모양은 양산 상징


육면체, 구, 불꽃, 구슬 등의 입체로 구성된 꼭대기 부분을 유치원생도 형태 분별할 수 있을 터인데, ‘바퀴 모양’이 아님에도 통째 ‘상륜부’ 즉 바퀴 모양이라고 부르는 우매한 일이 발생하였다. 백 년 전 식민지시대 근대 학문을 연 일본인들이 작명한 명칭이고 지금도 전문가 학자들이 멋모르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자문화권 중 일본과 한국만이 바보같이 상륜부라 부른다. 한편 현재 중국에서는 상륜부 대신 ‘탑정(塔頂)부’ 즉 ‘탑 꼭대기’로 부른다.


즉, 같은 한자문화권임에도 일본과는 달리 중국인들은 바퀴가 아닌 것을 바퀴라고 부르지 않고 형태와 언어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 보편언어로서 똑똑하게 잘 호칭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학계에 편입된 결과 명백한 오류까지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는 잘못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탑 꼭대기를 통째로 지칭하려면, ‘상륜부’라는 기존 오류 용어는 폐기되어야 마땅하고, 상륜은 글자그대로 원반 바퀴 모양의 ‘보륜과 보개’ 만을 지칭하도록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현재의 명백한 오류인 기존 ‘상륜부’ 용어를 대체하여 ‘탑상부(塔上部)’로 부를 것을 학계에 제안하였다.


그러면 탑 꼭대기에 왜 바퀴가 올라앉는가? 이것은 인도 불교가 1700년 전 중국으로 들어가면서 경전 번역 과정에서 실물을 잘 모르고 붙인 명백한 오류 작명이다. 제대로의 명칭은 ‘양산(陽傘),’ 영어로 parasol, 혹은 umbrella로서 범어로 ‘차트라(chattra)’이다.


앞서 연재에서 죽 보아온 인도의 스투파 꼭대기는 양산으로 씌워져 있다. 인도에서 왕처럼 높은 신분에 시종이 씌워주는 햇볕가리개로서 고귀함 자체를 나타내는 상징물화 한다(그림3). 인도 스투파 정 중앙 꼭대기에 양산은 하나이거나 두셋도 되며, 보통 위로 가며 점점 작아지며 층층 원반으로 솟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림4).

 

 

 

전 호에 본 바와 같이 아마르바티 스투파에서 버섯 꽃 모양으로 세 줄기로 만발하기도 한다. 또 양산은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해 신성한 보리수 꼭대기에도 씌워진다(그림5). 인도 스투파의 층층 겹겹 양산은 한국 석탑 꼭대기에 자그마한 직경의 층층 원반으로 축소 퇴화돼 원래 햇볕가리개 양산의 의미는 잃어버렸다.


다음으로 보다 더 중요한 오류는 ‘양산’이 중국에서 ‘바퀴’로 바뀐 ‘상륜’ 그 자체이다. ‘바퀴’는 범어 원어 ‘차크라(chakra)’로서 세계 모든 문명에서와 같이 인도문명에서 고대로 부터 차축(車軸)시대를 여는 중요 상징으로 등장해왔다.


인도를 여행하면 힌두 사원 아래 기단 부분에 바퀴가 조각되어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특히 본 사원 앞에 자그마한 ‘라타’라 부르는 신이 타는 자가용 수레 사원이 있어서 바퀴가 기본적으로 조각된다. 또 인도 전통 의학이나 명상 요가에서 침을 꽂으면 회전한다는 의미에서의 차크라는 우리의 혈과 같은 정신의 응결점이다. 또 차크라는 비슈뉴 신이 왼손에 들고 있는 무기이다.


특히 아소카 왕은 지배했던 광활한 제국 곳곳에 마치 신라 진흥왕 순수비처럼 영역 표시 기념물, ‘진리의 바퀴(wheel of law)’ 즉 범어 ‘다르마 차크라(dharma-chakra)’, 한자 번역어로 ‘법륜(法輪)’을 모신 돌기둥 ‘아소카 석주’를 세운다. 지금은 산치 스투파 현장에 부러진 돌기둥만 남았으나 남측 탑문 옆에 서있었고, 첫 설법한 사라나트의 박물관에 지금도 4사자와 4법륜의 아소카 석주 상부가 온전히 보전되어있다(그림6).


법륜 바퀴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듯이 불교만이 아닌 힌두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법륜은 현 힌두교 국가인 인도 국기 삼색 띠 한가운데의 국가 문장이 되었다. 법륜은 ‘바퀴를 돌리는 자(chakravartin)’ 즉 막강 전능한 전륜왕(轉輪王)을 의미하는데 아소카 왕의 상징으로부터 부처님의 상징으로 자리를 내어준다. 법륜의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해 바퀴 정상부에 양산을 씌운 조각이 도처에 나타나듯, 바퀴와 양산은 인도에서 전혀 다른 별개의 사물이다(그림7).


일본학계 답습 용어 ‘상륜부’


인도 스투파가 중국으로 들어가 탑으로 바뀌면서 양산이 바퀴와 근본적으로 혼동되었다. 탑상부 층층의 원래 스투파 양산은 작아지며 양산의 의미를 모르는 채로 ‘원륜(圓輪), 반개(盤蓋)’등을 거쳐 ‘바퀴 모양(相輪)’으로 번역되어 버렸다.


이는 중국인들이 인도 경전을 번역하면서 양산을 전혀 알지 못하고 모양새만 보고 바퀴로 번역하였다. 달마 진리의 ‘법륜 바퀴’와도 관련 없는 단순 겉모양 번역으로서, 비록 한역 경전 원전에 나오는 용어라고는 하나 원래의 불탑 인도 스투파의 정신을 잃어버린 번역 오류이다. 일본인들은 목탑에서 여전히 9개의 바퀴, 구륜(九輪)이라 부른다.


따라서 탑 꼭대기를 지칭하는 바퀴 ‘상륜’은 불교의 원 뜻에 전혀 맞지 않는 용어이므로 폐기해야 한다. 대신 인도 스투파의 고귀한 신분 즉 부처님에게 씌워주는 ‘양산’을 다시 회복하여야 한다. 정확한 명칭 햇볕가리개 ‘양산’이 너무 일반적이면 조선시대 왕에게 씌워 주던 ‘일산(日傘)’으로 불러도 좋다.


어찌되었건 치매도 아닌데 바퀴와 양산도 구분 못하는 탑상부 명칭 ‘상륜’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이는 모든 탑 관련 서적, 논문은 물론 사찰의 탑 문화재 안내판을 모두 수정해야 함을 말한다.

 

▲이희봉 교수
미술사 건축사의 학계에서는 스승으로부터 이어오는 일제 식민 잔재가 워낙 뿌리 깊어 자정 능력이 없다. 불교계에서 나서야 할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바퀴와 양산에 대해 더 살펴볼 것이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hblee@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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