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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②-화③

기자명 서광 스님

대상을 향한 관심은 자비명상의 핵심
자각의 힘은 분노에서 벗어나는 열쇠

지난 호에서 자비심을 배양하기 위해서 자비의 감정을 가장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제일먼저 떠올리고 그들의 행복과 평화, 안전, 건강 등을 기원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런 다음에 점차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느낌의 대상들을 향한 기도로 이동한다. 이때 사람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과 무생물, 자연과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삼고 그들의 안전과 평화, 웰빙을 기원하는 기도를 보낸다. 마지막에는 자비심을 베풀기에 가장 어려운 상대들, 싫어하고 혐오하는 대상을 향해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훈련한다.


그런데 실제로 자비명상 수행 프로그램에서 보면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자비심을 일으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자기 자신을 향해 자비심을 보내는 것을 더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으로부터 인정받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비심을 배양하는 첫 번째 단계로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 대신에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봉사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사람, 동물, 사물 등을 대상으로 시작해도 좋다. 그들의 이미지를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린 다음, 그들의 평화와 행복 등을 기원하는 기도를 보내고 나서, 보다 일반적이고 중립적인 감정을 가진 대상으로 확대해가는 방법이다. 맨 마지막에는 자비심을 일으키기가 가장 어려운 상대들을 향한 기도로 이동해 간다. 한 번에 한 대상을 떠올리되, 대상의 순서나 기도내용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자비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대상을 향한 주의(attention)와 관심의 이동이다. 이는 곧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타자중심으로 관심과 주의가 전환됨으로서 상대의 존재를 자기의 주관적 잣대로 판단하고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한편 주의를 받지 못했을 때는 수많은 것 중의 하나로 취급되고,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왜곡되지만 관심과 주의를 받게 되면, 특별한 존재로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자비심 수행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화의 에너지를 전환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자기 내면의 화를 누군가에게 표출한다는 것은 그 상대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감정에 빠져 상대를 자기방식대로 이해, 해석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진실된 만남이나 연결, 소통이 없고 단절감만이 존재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화내는 행동이나 감정표출에 의해 상대방이 얼마만큼 상처받고 고통하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화를 내는 사람은 상대방이 상처받고 고통받기를 원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마음바다에서 파도치는 감정에 휩싸여 폭발하는 것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화내는 사람이 상대에게 고통을 줄 의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과, 자기감정에 매몰되어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상대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비심 수행은 상대방의 행복과 평화, 고통으로부터의 안전을 원하는 기도이기 때문에 상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선한 동기와 의도를 길러준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말과 뜻으로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곧 자비심의 행동을 유발하는 힘을 심어준다.

 

▲서광 스님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게 함으로서 상대의 느낌과 감정을 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자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한 자각의 힘이 바로 분노의 지옥을 벗어나는 열쇠로 작용하는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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