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명상 습관이 필요한 까닭
4. 명상 습관이 필요한 까닭
  • 법보신문
  • 승인 2012.03.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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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마음관찰은 과거의 치부를 치유한다”

불안감은 대개 과거의 두려운 경험과 실수서 비롯
불편한 진실 직관하다보면 극복방법 찾을수 있어

 

 

▲미국인 수행자 리사 언스트 법사는 어렸을 적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처음에는 사진 속 콜로라도의 ‘매트리스 바위’를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 관찰하기를 통해 리사 법사는 ‘사다리’를 떠올렸고 이내 두려움을 극복하고 바위에 오를 수 있었다.

 

 

최근 나는 콜로라도를 방문해 ‘매트리스 바위’(Mattress Rock)라고 불리는 커다란 바위옆 장소까지 10대 소녀인 두 조카와 함께 올랐다. 큰 조카 ‘메리 캐서린’은 최근 이 바위 위에서 야영을 했었고 그 풍광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꼭대기는 매우 높아서 전적으로 기어오르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조카는 ‘폰데로사’ 소나무가 그 바위에 매우 가까이에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자기와 친구들이 기어오를 수 있었던 비법이라고 알려주었다.


작은 조카 ‘낸시’는 집중해서 소나무 가지를 움켜쥐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메리 캐서린’의 격려와 유도로 어려움 없이 바위 꼭대기에 올라갔다. 그러자 캐서린은 나에게 나무로 올라가라고 권유했다. 이 권유에 나는 소심해졌다. 위를 올려다보았고 그 광경이 싫었다. 내가 조카들의 나이 또래 이후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니 더욱 그러했다. 내가 망설이는 것을 보더니 “아니 저런, ‘리사’ 아줌마, 그건 사다리 오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라고 캐서린이 말을 했다. 갑자기 사다리 이미지가 마음속에 떠올랐고 ‘내 자신은 너무 쉽게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자문하게 되었다. 이내 나의 망설임은 사라졌고 나무를 붙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사다리에 대한 나의 심리적 연상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주었다. 사다리를 쉽게 오른다는 뿌리 깊은 믿음으로부터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반 정도 올라갔는데 사다리는 마음에서 사라져버렸고 나무를 오르는 눈앞의 현실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사다리를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도발적이었고 상당한 정도의 순간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았고 눈앞의 일에 마음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꼭대기에는 나무와 바위 사이에 겁먹을 만큼의 간격이 벌어져 있었다. 나는 그 벌어진 간격을 넘어서 바위 쪽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틈을 찾아야 했고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에는 조심스레 가느다란 가지를 움켜쥐었다. 약간 비틀거렸지만 끝까지 오르자 만족스러웠고 콜로라도 산악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불교 심리학에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업식’이 되어버린 ‘패턴’과 ‘연상 작용’에 대해서 종종 이야기한다. 과거에 형성된 연상 패턴에 따라 현재의 경험을 걸러내고 또 이를 이미 알려진 내용대로 분류해 버리도록 우리의 마음은 견고하게 고착되어 있다. 이런 정신적인 장막에 의해 가려짐이 없는 순수한 현재 이 순간은 매우 도전적이며 ‘업식’의 마음이 그려내는 이상형에 반하는 것이다. 이런 ‘업식’의 패턴을 똑바로 관찰하고 이를 걷어내어 순수한 경험에 도달하는 것이 불교 명상의 핵심이다.


심리적 연상 작용이 굳어지기 전 경험했던 일을 생각해 보라. 어린 시절 봄날, 새로 돋아난 풀 위를 맨발로 걸으면서 받는 느낌은 지극한 환희였으며 발목을 씻어내는 바닷물의 감촉은 완전히 마력의 순간처럼 나에게 다가왔었다. 점차로 성장하면서 신선하고 순수한 경험의 어린애 같은 경이로움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따금 스쳐가듯이 그것을 느낄 뿐이었고 대개 그것은 먼 과거의 기억이 되어버렸다.


이런 순수한 경험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순간을 다른 형태로 굴절시키는 마음의 여과장치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용기와 다짐이 필요하다. 나무 오르기와 사다리를 서로 연상시켰던 나의 경우 나무를 오르게 하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비교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연상 작용이 사라지자 나무를 올라야 하는 당장의 도전에 맞부딪치게 되었다.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것은 상황의 필요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끝에 나무 위로, 그 다음 바위 위로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위험이 남아있다고 상상되어지는 순간으로부터 도피처를 찾도록 만드는 두렵거나 불쾌한 경험과 우리의 과거 연상 작용이 서로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명상 수행은 이런 패턴을 명확히 관(觀)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의 경우 수행 초기 단계에서 금전적 어려움과 진로 불안이 매우 심하게 다가왔다. 때로 그 정도가 너무도 심해서 그런 불안이 나를 압도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명상 수행을 종종 회피하기도 했다.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불안은 피해버리는 성향이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이것은 불안에 대한 인간의 통상적인 반응이다. 보통의 사람들 역시 금전적 어려움과 진로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고 그것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불안의 진원지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고 내가 그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몇 달이 지나는 동안 나의 그러한 불안감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 불안이 나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매일 매일 명상 수행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함을 있는 그대로 마주 대하리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나는 명상 수행을 다시 시작했다. 또한 나의 불안감에 따라 붙어있는 최근의 경험들을 인식하고 그 관계를 끊어버리기 시작했다. 수행 초기에 나는 명상을 위해 가부좌를 틀고 앉자마자 곧이어 도피해버리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두려움에 정면으로 맞서자고 스스로 조용히 다짐해 나가면서 불안의 영역을 서서히 직접적으로 찾아낼 수가 있었다. 불안함을 덮고 있던 내재된 생각이나 이야기를 내가 따라야만 할 필요는 없었다. 불안감을 가볍게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어떤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이 나를 불안 속에 붙들어 두었던 반사작용의 고리를 풀어내는 과정의 시발점이 되었다.


확신이 깊어지면서 나는 그 불안감을 충분히 직접 맞서기 위해서 명상 수행 시간을 한 시간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리곤 했다. 통상 명상 시간이 중반에 이를 때면 그 불안감은 아침의 새소리 또는 창문으로 스며드는 일출의 부드러움 속으로 녹아 버렸다. 두려움에 가슴을 열었더니 지금 이 순간의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에도 가슴이 열리게 되었다. 이런 친밀감에서 감사와 평화의 마음이 솟아났다. 이런 수행을 계속해 나가면서 나는 불안감을 마주 대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불안감을 위험과 결부시키는 나의 심리적인 연상 작용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날까지도 불안감이 일어나면 도피하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끼게 된다. 내재 되었던 심리적 유형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외면하고 싶은 충동이 여전히 내게 남아 있지만 그 불안감을 열린 가슴으로 친밀하게 마주 대해야 한다고 자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개의 경우 상당히 줄어들었다. 사다리에 대한 나의 심리적 연상 작용이 나무를 올라야 한다는 눈앞의 현실 속으로 묻혀버리듯이, 나의 불안감은 그것 자체로 광대하고 걸림이 없는 지금 이 순간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끝>
 

백영일 번역편집위원 yipaik@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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