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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구두선(口頭禪)

기자명 윤창화

입으로 선 참구하고 말로만 선 공부하는 것
말이 많은 사람치고 실천하는 경우 드물어

‘구두선(口頭禪)’이란 입으로만 선을 참구하는 것, 말로만 선(禪) 공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에서도 ‘구두선’이라는 말은 자주 쓴다.


간혹 신문에 보면 ‘법적인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혹은 ‘사퇴는 구두선에만 그치지 말고 제발 실행하길 바란다’, ‘동반성장위가 아무리 동반성장을 목 아프게 외친들 대기업들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구두선일 뿐이다’ 등등.


이처럼 구두선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구두(口頭)’란 말·언어를 뜻하고, ‘두(頭)’는 어조사로 앞 글자를 명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염두(念頭, 생각), 몰두(沒頭)처럼 동사에 붙어서 추상명사를 만들기도 한다.


구두선이란 실제적인 수행, 실제적인 참구는 하지 않고 단지 입으로만 공부한 척하는 것, 말로만 깨달은 양 “선이 어쩌니 도(道)가 어쩌니” 하고 떠드는 것을 말한다. 또는 그런 납자를 꾸짖는 말이 구두선인데, 다른 말로는 ‘구두삼매(口頭三昧, 입으로만 삼매)’라고도 하고 또는 상양호호지(商量浩浩地)라고 한다.


호호(浩浩)는 물이 넘치는 모양을 가리키는 형용사인데 주고받는 선문답이나 법담, 법거량이 매우 화려한 것, 부처나 조사 선지식도 혀를 내두를 언어의 성찬을 말한다.


그 밖에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하여 선시(禪詩) 등 선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것, 화려한 문학적 수사로 선을 논하는 것, 혹은 옛 선승들의 말을 그대로 복창하는 것도 모두 구두선이다. 신심(信心) 없이 입으로만 염불하는 것을 ‘공염불(空念佛)’이라고 하는데, 같은 뜻이다.


중국에서는 교우(交友)가 두텁지 않은 것을 가리켜 ‘구두교(口頭交)’라고 하는데, 립서비스로만 교우한다는 뜻이다.


황벽선사는 구두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혹평한다.
“평소에 다만 구두선만 익혀서 선(禪)을 설하고 도를 말하며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꾸짖는다. 그러나 여기(本分事)에 이르러서는 아무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平日, 只學口頭三昧, 說禪說道, 呵佛罵祖, 到這裏, 都用不著. ‘선관책진’)”


‘백장청규증의기(百丈淸規證義記)’ 7권 ‘공주규약(共住規約, 공동생활 규약)’ 항목에는 추방에 대하여 여러 가지 조목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선원에서 구두선을 일삼는 자도 들어가 있다.


‘근본 대계(살생, 도둑질, 음행, 망어, 음주)를 범하는 자는 선원에서 추방하라. 선은 진실한 참구와 진실한 깨달음을 가장 중시한다. 그러므로 입으로 선을 희롱하는 자(弄口頭禪者)는 추방하라. 삼삼오오 모여서 산문 밖에 나가서 떠들면서 노는 자, 한가하게 앉아 있기만 하는 자도 벌을 주되 불복하면 추방하라(犯根本大戒者, 出院. 禪貴真參實悟, 弄口頭禪者, 出院. 三五成群, 山門外遊戲雜話, 并閑坐者罰, 不服者, 出院)’


여기에서 입으로 선을 희롱하는 자란 진실한 수행은 하지 않고 입으로만 말로만 ‘선에 대하여 어쩌니 저쩌니 하고 떠드는 자, 깨달은 척 떠들고 다니는 자를 뜻한다.


또 ‘경률계상포살궤의(經律戒相布薩軌儀)’ 1권에서는 수행자들에게 ‘도(道)를 배우는 자가 구두선을 배워 가지고 함부로 망령되게 반야를 말하여 그 결과 스스로 허물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學道, 莫學口頭禪, 妄談般若, 自招愆)’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말이 많은 사람치고 실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언행일치는 성인이라야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얼 비슷 동행은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도 드물다. 그러므로 말 수는 가능한 적어야 한다. 말이 많으면 허튼 말, 실언이 있게 마련이다.


▲윤창화

두 번째 실언은 더욱 인격을 손상시킨다. 수행자라면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수행의 척도는 말 한마디로도 알 수 있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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