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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선(邪禪)

기자명 윤창화

달콤한 것이 입맛 당기기에 邪쪽에 몰려
신통·타심통·축지법은 불교아닌 도교

사(邪)는 정(正)과 항상 반대에 있다.


정(正)과 사(邪)의 싸움은 인류가 생긴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공맹(孔孟)은 의(義)를 정(正), 불의를 사(邪)로 규정했고 붓다는 희생제와 번제(燔祭)를 올리는 바라문교도(힌두)들을 어리석다고 하여 사(邪)로 규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항상 사(邪) 쪽으로 몰린다. 달콤한 것이 입맛에 당기기 때문인데 정의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용어에서 ‘사(邪)’자가 들어가면 일단은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때론 타인을 매도하기 위한 야비한 방법으로 ‘사(邪)’자를 쓰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맹종은 고래로 치자(癡者)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사선(邪禪)’이란 ‘잘못된 선(禪)’, ‘삿된 수행법’, ‘삿된 선승의 가르침’을 말한다. 선의 정의에 어긋나는 선, 목적과 방법, 방향이 올바르지 못한 선이 사선이다.


사선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지만 본격적으로 썼던 선승은 간화선의 거장 대혜선사(1089∼1163)이다. 그는 같은 시대, 같은 지역(항주, 영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굉지정각의 묵조선을 혹평하여 ‘묵조사선’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문제는 간화선, 대혜선사의 입장에서 비판한 것이므로 놔두고, 여기서는 진정으로 삿된 선은 어떤 것인지 규명해 보고자 한다.


선(禪)의 목적, 참선 수행의 목적은 어리석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 있다. 욕망에 오염되어 있는 이 마음을 세탁, 청정하게 하는 데 있고, 고정관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해탈인이 되자는 데 있다.


교리적으로는 무상·무아·연기·중도·공(空)의 이치를 깨달아서 존재의 실상을 확실하게 파악해 보자는 데 있다(如實知見). 머릿속에 들어 있는 번뇌 망상을 비워버리는 것, 그것이 곧 공(空)이다.


선의 목적이 이와 같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엉뚱한 삿된 것을 가지고 선 수행의 목적, 또는 깨달음으로 착각하고 있는 수행자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있지도 않은 신통술 타심통 같은 것, 혹은 장생불사·신선술·기공·축지법 등 도교적인 것을 깨달음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이다.


또 요즘에는 귀신을 본다느니, 전생을 안다느니, 남의 운명이나 미래를 훤히 안다는 등 혹세무민의 통속적인 것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자나 깨나 한결같이 일심으로 화두를 참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몽중일여(夢中一如)’, ‘오매일여(寤寐一如)’를 오해하여, 실제 꿈속에서도(夢中一如), 깊은 숙면 속(寤寐一如)에서도 화두 참구가 되어야만 깨달은 것,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왜곡한다.


이런 것은 사실 육체적 신비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도교수행파(道敎修行派)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불교나 선에서 이런 것을 말한다면 그것은 삿된 가르침으로 깨달음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 ‘불성=영혼’으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고, 환영(幻影)이나 환시(幻視)가 나타나야만 깨닫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만일 영혼을 곧 불성으로 본다면 불교나 선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결국 영혼의 세계를 깨닫자는 것인데, 영혼의 유무(有無), 영혼의 세계는 어떤 것인지, 그런 것을 알고 싶다면(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차라리 무속인을 찾아가는 것이 더 첩경일 것이다.


▲윤창화
그 밖에 주력 수행도 이상한 신비적인 것을 추구한다면 그 역시 삿된 것이다. 선 수행의 목적과는 180도 다르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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