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달마대사의 공
40.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달마대사의 공
  • 김형효 교수
  • 승인 2012.04.0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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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죽음·부활 말한 옛 고사는 ‘공’을 이름
이 해탈경지는 非有非無로서 이중부정차원

“창칼을 만나도 언제나 태연하고, 독약을 마셔도 한가롭고 한가롭도다.”


죽음의 공포가 불법을 깨친 이에게 한낱 어린아이 장난 같다는 것이 영가대사의 생각이겠다. 성철 큰스님은 그의 저서인 ‘신심명, 증도가 강설’에서 구마라습의 제자인 승조 스님과 또 달마대사의 일화를 각각 소개하셨다. 승조(僧肇) 스님은 당시 요진나라 임금이 그를 탐내어 재상으로 삼고자 하므로 사양하는 그를 위협하여 그 직을 맡도록 강요했다.


이에 승조 스님은 죽음을 감수하고 그 요청을 거절했다는 일화를 소개하셨고, 유명한 달마 스님은 그의 설법으로 많은 중생들이 감화를 받는 것을 보고 질투심을 느낀 이들이 그를 죽이려고 시도했으나 다 실패하고, 드디어 여섯 번째에 독약으로 그가 세상의 인연을 스스로 다했다는 것이다. 그가 죽은 뒤에 3년이 지나서 후위(後魏)의 송운(宋雲)이 서역으로 귀국하는 달마대사가 짚신 한 쪽만을 지팡이에 매고 걸어가는 것을 고갯마루에서 만나 인사했다고 한다. 그가 후위에 돌아와 이 사실을 임금에게 보고하여 달마대사의 무덤을 파헤치니 과연 그 무덤 속에 대사는 보이지 않고 짚신 한쪽만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었다. 달마대사는 독약으로 과연 죽었는가, 아닌가?


원효대사가 ‘금강삼매경론’ 서문에서 기술하였듯이, ‘일심의 근원은 유무(有無)를 떠나서 홀로 해맑다’고 말했다. 불법을 깨달은 이는 우주법계의 일심을 통달하고 있으므로 유·무의 양경계를 벗어나 자유자재한 해탈의 경지를 노닐고 있다 하겠다. 이런 해탈의 경지는 공(空)의 경지로서 원효의 지적처럼 유무를 떠난 경지이므로 공은 논리적으로 비유비무(非有非無)로서 이중부정의 차원이다.


한쪽 짚신을 메고 가는 달마를 후위 사신이 다시 만났다는 것은 이미 공의 경지에 이른 달마를 상징하는 것이겠다. 더구나 한쪽 짚신을 메고 가는 달마는 그의 무덤을 파보니 달마의 시신은 없고 나머지 반쪽 짚신만 남아 있었다는 고사와 함께 하는데, 달마대사의 죽음과 대사의 부활을 동시에 말하는 저 고사는 달마대사가 해탈한 공의 경지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해탈한 공은 비유·비무다. 죽었으니 비유이고, 부활하여 살아 있으니 비무로서 이중부정의 입장을 알알이 드러내었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스승님께서 연등불을 뵈옵고 다겁토록 인욕선인이 되셨도다. 몇 번이나 태어나고 몇 번이나 죽었던가? 생사가 아득하여 그침이 없었도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담의 이야기다.


전생에 부처님은 연등불이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고 진흙바닥에 깔아서 연등불 부처님의 발에 흙이 묻지 않도록 하셨다. 그 공덕을 보고서 연등불께서 석가모니 부처님께 수계하시면서 너는 다음 생에 태어나 석가모니 부처가 되리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또 전생에 우리 스승님께서 산중의 토굴에서 수행을 하고 계셨는데, 당시의 가리왕과 그 수하 시녀들이 수행 장소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한다. 왕이 사냥에 몰두하던 중에 시녀들이 수행중인 한 남루한 성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 그 주위에서 그에게 경배를 올리고 있었다 한다.


이를 보고 임금이 질투심에서 화가 나 이 남루한 성자가 자기의 여자들을 유혹하여 혼을 빼앗는다고 생각하여 그 성자를 잡아서 갈기갈기 토막 내어 죽었다고 한다. 그 성자(우리 부처님)는 그토록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면서 그 왕에 대한 분노와 원한을 품지 않았으므로 오늘날의 부처님으로 화현하셨다는 것이다.


▲김형효 교수
우리 부처님이 전생에 바쳤던 그 많은 하심과 인내심이 바탕이 되어서 불도를 이루게 되였다는 것이 영가(永嘉)대사의 생각이다. 대사는 불법을 닦기 위하여 자아를 지우는 하심(下心)의 겸허와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디는 인고의 미덕이 중요함을 역설하셨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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