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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다르마-上

기자명 법보신문

“유색인종이란 말 자체가 불교에 위배된다”

흑인 비구니 수행자에게
유색인종 명상수행 요청
흑인 부인 둔 백인 의사
“불교 가르침 훼손” 지적

 

 

▲유색인종 프로그램에는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 등 미국불자들이 동참했다.

 


지난 번 글에서 나는 법문을 하기 위해 듀크대학교를 방문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비구니 빤냐와띠(Pannavati) 스님을 소개했었다. 다음날 나는 스님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펼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이 머물고 있는 사찰은 거의 오롯이 하얀 색깔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이 속해 있는 마을의 건물들이 대체로 ‘하얀색’이라는 것이 사찰이 하얀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마을에 사는 몇 안 되는 흑인들은 대부분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했다. 흑인인 스님은 그러면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언급했다. “미국의 흑인들은 ‘규칙을 지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또한 ‘안전할 수 있다’고 배운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었다. 즉 박해의 위협과 차별, 편협, 더불어 은밀하게 형성되어있는 편견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흑인들은 순응해야 한다’라고, ‘가능한 전형적인 미국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배웠다는 것이다. 그들은 예를 들어 ‘자유사상가’가 되라고 격려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1960년대 많은 백인들이 인도와 일본, 태국 등지로 ‘행복을 찾아’ 떠났지만 흑인들 중에는 아주 소수만이 그랬던 이유에 대한 중요한 설명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빤냐와띠 스님에게 “요즈음 젊은 흑인 세대는 부모 세대가 지켜왔던 사회적 규범을 넘어 추구하고 싶거나 시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느끼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스님 같은 분은 젊은 흑인 수행자들에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흑인인 그 스님이 주민의 절반이 흑인인 ‘더럼’이란 지역으로 돌아와 가르침을 나누어 줄 것을 요청했다. 내가 유색인종(주1)열 명을 법회 청중으로 모을 수 있다면 스님은 자신의 절에서 4시간 거리를 운전해서라도 법문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지역 사회의 몇몇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열 명의 유색인종 청중을 모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빤냐와띠 스님의 법회에 참석했었고 10여년 간 선(禪) 수행을 해오고 있는 나이든 백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의 부인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고 두 사람 모두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겸 교수였다.


우리의 이메일 서신교환 내용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대화를 통해 미국에서의 인종과 다르마(法)에 대한 이해나 일부 측면을 여러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고, 그래서 미국 넘어 다른 곳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문장의 길이와 흐름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메일에 담긴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수미에게! 유럽계 미국인과 또한 가능하다면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법회 참석 요청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기를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간청합니다. 첫째로, 특정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불교 정신에 어긋나는 것 같아요. 또한 어떤 특정 조건의 사람들만 모이게 하는 것도 불교 정신에 위배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까닭에 대해 나는 당신이 위압적인 태도나 법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마구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추측해 봅니다. 물론 그것은 이해할 만 해요. 하지만 나의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친구들, 친척들 그리고, 직업상 만나게 되는 환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보건데 비록 그들에 대해 편안하다거나 개방적이라고 느끼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긍정적이고 분별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개의 경우 그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아요. 또한 ‘유색인종’이라는 용어는 항상 나를 혼동시키는 데 아시아계 미국인도 그것에 포함되는 것인가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친애하는 선생님! 네, 그렇습니다. ‘유색인종’은 백인이 아닌 모든 사람을 가리켜요. 아시아계와 스페인계, 라틴 아메리카계, 아메리칸 인디언, 혼혈 등을 포함해서요. 특정 정체성과 그에 따른 구성원 선별에 대해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시는군요. 서구에서 권위 있고 평판이 좋은 명상 센터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주 바레 소재의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 IMS)에서 운영하는 유색인종 안거 프로그램 편성을 참고로 해서 저는 바로 이 그룹을 구성하게 되었어요. 이 협회에서 몇 년 전 유색인종 안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백인들을 포함해야 할지에 대해서 광범위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유색인 안거 수행자 및 법사들의 수많은 의견들을 수렴해보니 백인 스태프와 백인 수행자가 참여하지 않을 때 가장 깊은 심리적 편안함과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여성 참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여성으로서 매우 힘겨운 삶의 경험이 있는 여성 안거 수행 참여자가 있었는데, 남성들의 참여가 없는 여성들만의 안거 수행은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기 어려운 특별한 심리적 공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 스스로 어떤 정체성 집단(identity group)의 일원이 되어 보았고 그 때 이질적 집단에 속해 있을 때보다 더 깊이 관련 일들을 살필 수 있는 경우가 때때로 있었어요. 예를 들면 여성 집단과 부모 집단, 청년 집단에 소속되었거나 그 외 불자만의 집단 또는 상좌부 불자들만의 집단 미팅에 참여했었어요. 어떤 이유에서든 아마도 인간 심리의 본성 때문에 각 집단 정체성의 맥락에 따른 집단 고유의 대화가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나 자신의 깊은 내면의 정체성 중 한 부분을 공유하는 타인들과 함께 하게 된 기회들을 나는 진심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백인으로서, 아시아인과 결혼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혼혈의 예쁜 두 자녀를 둔 엄마로서 당신이 말하는 것을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 지역의 일반적인 명상그룹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종류의 정체성별로 비슷한 류의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빤냐와띠 스님과 함께하는 이 특정한 집단의 수행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수미런던 지도법사
(주1)미국에서 백인이 아닌 인종을 지칭하는 용어가 유색인종(people of color)이다. 일반적으로 부모 양쪽이 모두 순수하게 코카서스인 또는 유럽인이 아닌 사람은 유색인종으로 간주된다. 약어로 PoC.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번역=백영일 번역편집위원 yipaik@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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