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없는 나라는 없지만 중국만치 짝퉁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심지어 소고기, 계란 같은 것도 만든다고 하니 그 나머지는 말할 것이 없을 정도다. 몇 년 전부터 중국정부는 가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한다. 그런데 워낙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대국 기질이 있어서, 혹 그 조차도 짝퉁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대체로 진실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나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상품도 짝퉁이나 가짜는 대체로 고가품에 집중되어 있다. 싼 물건에는 짝퉁이 별로 없는데 노력과 대비해 보았을 때 경제적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형적인 경우는 종교계에 많이 분포해 있다.
선에도 짝퉁선이 있다. 이를 상사선(相似禪)이라고 한다. ‘상사선’이란 참된 선(禪)이 아닌 가짜 선, 사이비 선, 엉터리 선승을 가리킨다. 진실한 깨달음이 아닌 가짜 깨달음, 지식적 관념적인 깨달음, 또는 무늬만 비슷한 선이 상사선이다. 곧 짝퉁선으로 깨닫지도 못했으면서 깨달은 척하는 경우(사기)와, 또 하나는 자기는 분명히 깨달았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엔 아직은 깨닫지 못한 것(자기도취 혹은 착각), 또는 덜 깨달은 것을 말한다.
상사선의 어원은 ‘대승기신론’에서 말하는 상사각(相似覺)에서 비롯되었다. 아직 완전히 대승의 진리를 깨닫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깨달은 것이 상사각이다. ‘대승기신론’에서는 ‘거친 분별과 집착하는 모습은 떠났기 때문에 상사각이라고 한다(以捨麤分別執着相故 名相似覺)’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거친 분별과 집착하는 모습(麤分別執着相)’이란 아직 미세한 것까지는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지만, 큰 것들은 제거된 상태, 혹은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에서는 ‘대승기신론’의 해석보다 훨씬 더 낮추어 사용하고 있다. 즉 사이비선, 짝퉁으로 보고 있는데, 대혜 선사(1089∼1163)는 ‘서장’에서 고산체 장로에게 답한 편지(答鼔山逮長老)에 다음과 같이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근래 불법(佛法)을 아주 헐값으로 팔고 있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도처에서 한 무더기 한 짐씩 상사선을 배워가지고 팔고 있는데, 잠시라도 종사(宗師)들이 방치해 두면 마침내 주거니 받거니 헛소리를 이어받아서 서로 인가해 주며 후학들을 호도하고 속여서 점점 바른 종지를 사멸시키고 있습니다. 직지인심의 선풍을 쓸어버리고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서 ‘불법(佛法)을 아주 헐값으로 팔고 있다’는 말은 사이비 선승들이 짝퉁선을 가지고 아무에게나 깨달았다고 인가(認可)를 해 주는 것을 말한다. 깨닫지도 못한 자들이 상사선(相似禪)을 가지고 인가증명서를 남발하여 선의 값어치 없는 물건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고봉 원묘의 제자 천목 중봉 화상(1243~1323)은 “만약 깨달은 것도 없이 함부로 자의적으로 선을 말한다면 이것은 모두 업식을 희롱하여 생사의 업을 맺게 되는 것이니, 그는 윤회의 그물로 들어가 고해에서 죄과를 받게 될 것이다.
오늘날 선원에서는 상사선을 공부한 이들이 많은데, 그들은 단지 문장을 줄줄 해설하는 것을 가지고 최고로 삼고 있다. 번뇌 망상이 흘러 마르지 않는데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잘못된 앎, 잘못된 깨달음이라고 하나니, 옛 선승들은 이것을 일러 ‘들여우의 침(타액)’이라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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