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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④-축생3

기자명 서광 스님

축생 무지는 카리스마로 오인 쉬워
고집임을 깨닫고 동조하지 않아야

우리가 어떻게 축생의 마인드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지, 이번 호에서는 동물적 무지를 축생계의 주된 특징으로 본 쵸감 트룽파 린포체의 견해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미 알고 있듯이 축생마인드의 특징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무지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타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 의해서 누가 어떻게 상처받고 다치는지, 어떤 가치들이 파괴되던지 크게 상관치 아니하고 무조건 자기 앞만 보고 나아간다. 그들에게는 인간계의 주된 고민들, 인간존재로서의 실존적 한계와 의문, 가치들이 무의미하고 오히려 소모적이고 한심해 보일는지도 모른다.


알다시피 축생계에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님은 사고하고 사색하는 능력을 상징하는 책을 들고 계신다. 축생마인드의 자기중심적 무지와 고집스러움이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가치, 감정과 입장을 경청하고, 수용함으로서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나 개인적 생각이지만 축생의 마인드를 가진 이들은 다른 영역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괴로워하거나 갈등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낮은 차원의 정신세계, 즉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소비중심의 집단에서는 축생의 무지와 고집이 오히려 카리스마와 리더쉽으로 비추어질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따뜻한 가슴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고뇌, 갈등보다는 정해진 목표만을 향해서 돌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성원의 정신적 수준이 떨어지는 집단과 강력한 리더를 원하는 아귀의 정신세계가 주축을 이루는 집단일수록 축생마인드를 가진 리더나 통치자들이 득세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일어난다.


솔직히 축생의 정신세계를 가진 이들이 스스로 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축생의 마인드는 무조건 앞으로 돌진만 할 줄 알지, 상대나 주변상황에 어떤 유익함이 있는지에 대해 사유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축생의 마인드는 진실이나 진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에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유리한 쪽을 선택하고, 다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갈등이 없고 무지하기 때문에 우리가 축생의 마인드에 머무르고 있는 한, 자발적으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축생의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일은 주변 환경이 돕지 않으면 안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적인 통찰의 부족에서 오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진실과 진리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오직 목적만을 성취하려는 태도를 초지일관하는 추진력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축생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원칙이나 개념을 고수하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변화에 둔감하다. 외형적으로는 변화를 따르지만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통과 규칙이라는 미명아래 엉뚱하게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서 자신의 에고를 지키려고 한다.

 

▲서광 스님
거듭 강조하지만 축생의 마인드는 사유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의 거부나 알아차림, 싸늘함이 없이는 내면으로부터 스스로 갈등하고 고통하지 않는다. 어쩌면 축생 마인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왕따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주변이 그의 무지와 고집을 알아차리고 동조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인 지도 모른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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