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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다르마-下

기자명 법보신문

“유색인종 법회는 백인 우월감을 경책한다”

피부색은 상상이 빚은 안료
그럼에도 유색인종에 대한
고용차별·거부 등 편견여전
‘유색’이란 말로 차별 경고

 

 

▲아프리카나 아시아계 유색인종 불자들이 한 명상센터에서 수행에 집중하고 있다.

 

 

수미런던 법사는 아프리카계 흑인 비구니인 빤냐와띠(Pannavati) 스님에게 주민의 절반이 흑인인 ‘더럼’이란 지역에서 유색인종을 위한 법회를 열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녀는 유색인종 법회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해 법회 홍보메일을 지역 사회의 몇몇 지인들에게 보낸다. 법회 홍보메일을 본 어느 백인 의사는 유색인종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이 메일을 수미런던 법사에게 보내온다.


빤냐와띠 스님이 주관하는 법회에 동참했었던 백인 의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아내로 두고 있었으며 그는 메일에서 특정 사람들을 배제하는 법회는 불교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유색인종’(주1) 이란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수미런던 법사는 이에 서구에서 권위 있고 평판이 좋은 명상센터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 주(州) 바레 소재의 ‘통찰명상협회’에서 운영 중인 ‘유색인종 안거프로그램’을 참고해 유색인종 법회를 구성했음을 밝힌다. 그러면서 유색인종 안거 수행에 동참한 수행자 및 법사들의 동참 경험을 모니터링 한 결과, 백인이 동참하지 않았을 때 가장 깊은 심리적 편안함과 신뢰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다음 내용 역시 ‘유색인종 법회’에 대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일의 내용이다.


나의 메일에 대한 백인 교수의 답변이 또 이어졌다.


“수미에게! 우리의 대화를 이어가자면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더 논의하고 싶어요. 먼저 다른 지역 출신의 학계 관련자와 소수의 인종 차별주의자를 제외할 것 같으면 이곳 남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부분은 아시아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 보다는 백인들과 상호 교류하는데 훨씬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들은 또한 아프리카인들 보다도 백인들에 대해서 훨씬 더 편안하게 느끼고 있지요. 또한 많은 아시아인들은 흑인들에 대해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록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만약 당신의 관심사가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가에 있다면, 당신이 이 그룹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당신은 다시 생각할 수 있기를 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의 아내도 이 점에 대해서 저와 같은 의견입니다. 둘째로, 통찰명상협회가 인종적으로 분리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고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협회는 미국 불교를 위해서 너무도 많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 단체를 너무 배척하기도 어렵네요. 그것은 아마도 내가 남부의 인종차별 속에서 성장했고 그러하기에 인종 편견의 씨앗에 물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찌됐든 누군가가 백인들 틈에서 불편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수행하기에 멋진 기회입니다. 피부색은 ‘상상이 빚어낸 안료’(pigment of the imagination)입니다. 왜 불자들은 그에 대한 집착에 그렇게 관대한 것인가요?”(‘상상이 빚어낸 산물’(figment of the imagination)이란 영어 표현에 대해 비슷한 발음의 영어 단어를 이용한 말의 유희)


의사 선생님의 메일에 나는 다시 답변 메일을 보냈다.


“친애하는 선생님! 나는 아시아인들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당신의 지적에 대해 동의합니다. 한편으로는 흥미롭게도 통찰명상협회 유색인 안거 수행프로그램에 아시아인 및 혼혈 아시아인 참여자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함께 참여했고 그 프로그램의 법사 중 한 사람은 아시아인입니다. 두 번째로 지적하신 점에 대해 내가 통찰명상협회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그 협회 스스로가 그 수행 프로그램 형식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색인 참여자, 유색인 법사, 순수 백인 스태프와 운영자들 사이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서 결정했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일종의 지혜입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당신과 똑같은 견해를 가진 유색인들과 백인들이 있었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종 프로그램 형태는 합의에 의해 도출되었지요. 당신이 지적한대로 통찰명상협회가 소재한 북부 지방에서의 인종간 관계는 남부지역과는 다소 다른 성격을 가졌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북부 지방에서 성장한 나로서는 결코 그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형태의 이메일 교환을 통해 나는 그 새로운 명상그룹은 아무튼 유색인들만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느꼈다. 일단 그 구성원들이 만나게 되면 그때 그들이 백인들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배제하는 행위의 다른 측면에 서서 피부 색깔 때문에 동참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놀라운 배움의 경험이 되었다. 이것은 매우 조그마한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는 것을 유념하면서도 유색 인종이 고용 또는 등록 거부 같은 현실적인 영향력을 갖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미국과 서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 내지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경계에 관해 유색인종 법회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경책의 진언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선(禪) 수행 불자 의사로부터의 마지막 이메일은 다음과 같이 멋진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수미런던 법사
“수미에게! 좀 더 생각해보았는데, 참여자와 그들의 법사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점 및 감정, 관점, 의도 등에 따라 동일 집단을 활용하는 것이 어떻게 해서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깊이 생각해보니 유색인종이란 말 자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차별, 분리와 같은 부정적인 요인들을 자정하고 깊이 고민하게 할 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외딴 곳에 버려져 있지만 피안으로 건너갈 수 있는 또 다른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1)미국에서 백인이 아닌 인종을 지칭하는 용어가 유색인종(people of color)이다. 일반적으로 부모 양쪽이 모두 순수하게 코카서스인 또는 유럽인이 아닌 사람은 유색인종으로 간주된다. 약어로 PoC.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번역=백영일 번역편집위원 yipaik@woori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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