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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⑤-인간계1

기자명 서광 스님

인간계는 본질적으로 높은 이상 추구
온갖 사고 난립으로 생각 정리 어려워

쵸감트룽파 린포체는 인간계의 주된 특징으로 열정, 또는 갈망을 꼽았다. 그리고 그 열정과 갈망은 행복을 추구하는 논리적 이성적 마음작용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사실 우리 인간이 행복을 갈망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인간계의 정신세계에는 오직 즐거운 대상만이 편안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느끼는 무의식적인 믿음이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 즐거운 대상을 향한 매력에 완전히 오래 만족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그 즐거움의 대상을 자기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인간계에서 즐거움의 대상을 끌어당기려는 마음작용은 아수라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다르다. 인간계에서는 대상을 끌어들이는 에너지가 고도로 선택적이고 안달복달할 만큼 열정적인데 반해 아수라 영역은 끌어당기는 힘이 선택적이거나 계산적이지 못하다. 즉 인간의 마인드는 자신의 이상과 스타일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이 아닌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한다. 또 자기 스타일에 맞는 사람에게는 강한 인상을 받고 자기도 그러한 특질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대상을 향한 단순한 질투의 문제가 아니라 그 대상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를 원하고, 대상과 같아지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갈망적인 질투다.


인간계의 마인드는 또한 본질적으로 어떤 높은 이상을 성취하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은 지식, 학습, 교육, 정보 등을 수집하고 성취하는데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인간계에서 가장 왕성하고 활동적인 것이 지성이다. 그 결과 인간의 정신세계는 온갖 사고들이 산만하게 난립하기 때문에 엄청난 생각의 교통체증에 걸려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인간은 너무나 많이 바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인간계와 아수라, 천상의 정신세계가 뭔가에 완전히 빠져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온갖 아이디어, 계획, 환각, 꿈 등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계다. 반면에 천상의 정신세계는 축복의 상태, 만족감에 완전히 빠져있다.


인간계의 마인드는 사고적이다. 지적이거나 논리적인 마음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상황에 끌린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나 전략, 책에서 얻은 것들, 삶에서 일어나는 의미있는 사건 등을 붙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마음은 완전히 생각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진 잠재의식들이 끊임없이 작용하면서 굉장히 지적이고 바쁘고 혼란스럽다.


한편 마크 엡스타인은 인간계의 특징을 자아에 대한 추구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기가 정말로 누구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 알 수 없는 자아를 찾아 끊임없이 정신적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여정에서 우리는 자아의 참모습을 잃어버리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므로 인간계에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님은 자아에 대한 무지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구제하시고자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선 고타마 싯다르타, 즉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엡스타인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로서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아상(我相)과 자기를 숨기려는 경향성의 두 가지 상반된 특성을 들었다. 즉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과 동시에 특정한 부분의 자기모습을 감추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 서광 스님

결국 쵸감 트룽파 린포체와 마크 엡스타인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인간계에서의 정신세계는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에서 거부당하고, 억압되어 숨겨진 자기를 드러내고무의식적인 욕망에 의해 끊임없이 자아를 찾고 구하고 애쓰는 노력,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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