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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센터의 새벽 참선

기자명 자우 스님

수행의 시작은 참회
가부좌 자세 안되면
의자 들고 와 앉기도

 

▲미국 로스엔젤레스 선센터의 선방.

 

 

이곳 선센터의 아침은 조용히, 참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벽 5시가 되면 선원에 있는 불자들이 각자의 거처에서 하나, 둘 선방으로 들어선다. 어제 유도(Yudo)가 안내한, 내가 앉아도 되는 자리중 하나에 나도 동방아를 입고 앉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불교의 영향인지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그들은 입구에 준비된 개인 보조방석을 들고 들어온다. 선방에 들어서며 반배한다. 그 모습은 아주 정중하다. 좌식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은 대부분 아주 높게 보조방석을 이용한다. 반가부좌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의자를 들고 들어와서 의자에 앉는다.


평소 시끄러울 정도로 발랄한 이곳 캘리포니아 주 사람들도 이시간이 되면 180도로 바뀐다. 묵언을 유지하며 느리고 섬세하게 움직인다. 먼저 자기자리에서 합장반배한 후 중앙에 모셔진 문수보살께 반배하고 자리에 앉는다. 또 같은 줄의 수행자가 들어올 때 마다 반배로 인사한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다소 번거롭게 느껴졌다. 나중에 왜 그렇게 하는지를 물었더니, 함께 수행하는 수행자에 대한 공경의 표현이라고 한다. 아, 그렇구나. 5시 25분이 되면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자리에 앉고 종소리가 울리면 주지스님이 들어온다. 스님시자가 촛불로 부터 향을 지펴 주지스님께 건네면 받아서 문수보살 전에 올린다. 주지스님은 가사, 장삼을 수하였다. ‘아이쿠, 이런 나도 가사, 장삼을 입었어야 하는구나!’ 주지스님 옆으로는 참선지도자들이 가사, 장삼을 수한 체 앉아있다. ‘내일은 나도 가사, 장삼을 입고 와야지. 그럼 나의 자리는 어디가 될까?’ 주지스님이 좌정한 후 선방스튜어드가 ‘참회게송을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함께 합장을 하고 합송한다.


‘저의 탐욕과 성냄과 무지로 인해서 몸과 말과 마음으로 예부터 지은 모든 바쁜 업을 지금 저는 모두 참회합니다.(All evil karma ever committed by me since of old, On account of my beginningless greed, anger, and ignorance, Born of my body, speech, and mind, Now I atone for it all.)’


게송에는 음률이 있어 아름답게 들린다. 게송이 울려 퍼지는 동안 나의 가슴이 울컥한다. 수행이란 전생부터 알게 모르게 지은 악업을 참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이 이곳에 있다. 나와는 피부와 생김새가 아주 다른 사람들의 신심.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간절함. 수행에 대한 뜨거운 열정. 감동적이다. 합장을 내리면 다시 종소리가 울리고 참선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서로 마주 보고 않는다. 30분이 지나면 종소리가 다시 울리고 행선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걷다가 신호를 주면 빨리 걷는다. 모든 것이 신호에 의해 진행되는데 한국선방에 익숙한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참선하는 의식이 왜 이렇게 복잡할까.’ 하지만 그들은 마치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진리를 받들듯 모든 의식을 경건하게 따른다. 5분정도의 행선이 끝나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이번에는 벽을 향하여 참선을 한다. 오랜만에 많은 대중과 참선을 하니 참으로 좋다. 깊게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 ‘나는 누구인가’를 살피는 선정의 느낌은 한국에서나 이곳 미국에서나 같구나.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한한 감사가 가슴가득 샘솟는다. 승가는 어디를 가나 내심의 울타리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 30분의 좌선시간이 지나자 다시 종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은 머리에 가사를 올리고 게송을 한다.


‘광대한 것은 해탈의 가사, 형용할 수 없는 공덕, 제가 지금 여래의 가르침을 걸치니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Vast is the robe of liberation, A formless field of benefaction. I wear the Tathagata-teaching, Saving all sentient beings.)’


▲자우 스님
이 게송을 처음하면서 가사를 걸치던 감동이 밀려온다. 한국에서는 스님들만 느끼는 감동을 이곳에서는 모든 제가불자들이 오조가사를 걸침으로 함께 나눈다. 그런데 이들은 만들기 어려운 가사를 어떻게 구입했을까? 기회가 되면 누군가에게 물어보아야겠다. 이렇게 미국 선센타에서의 나의 하루는 감동과 호기심으로 시작된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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