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상현실 속 또 다른 가상현실

기자명 법보신문

“페이스북엔 불교핵심인 공동체가 없다”

젊은 세대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가상세계 익숙
서구법사 젊은 세대들에
가상세계 단면 일깨워야

 

▲수미런던 법사와 명상수행 중인 청소년들.

 


몇 달 전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숲속에 있는 조그마한 선(禪) 수행센터에서 9세 이상 12세 이하에 해당하는 아홉 명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안거 수행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술활동과 요리, 약간의 명상 그리고, 불교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충실하게 오후 시간을 보낸 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잠자기 전 네 명의 소녀가 쓰고 있는 한 방사에 들렀다. 내가 들어가자 곧바로 한 소녀가 물었다.


“랩탑(노트북) 컴퓨터 가지고 오셨어요? 휴대전화는요?”


나는 그 소녀가 아마도 엄마가 보고 싶고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걸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어~”라고 대답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곧이어 “아니”라고 답했다.


“랩탑은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전화기는 있어. 그런데 왜?”
소녀는 재빨리 대꾸했다.


“왜냐하면 저녁 시간 이 무렵쯤에는 대개 한 시간에 걸쳐 대략 15명의 친구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요.”
나는 웃었다.


“에밀리,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내 휴대전화를 쓰게 할 수는 없어. 지금은 안거 수련 중이야.”
순간적으로 그녀는 짜증이 난 듯 했지만 이윽고 웃으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내가 문 쪽으로 다가가자 소녀들은 학교에서의 온갖 수다스러운 것들에 대한 대화로 되돌아 가 그들 방식대로 낄낄거리면서 즐거워했다. 나는 ‘에밀리’의 요구가 갖는 함축적인 의미에 대해 상당히 놀란 채로 침대에 누웠다. 익히 잘 알고 있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세 명의 다른 소녀들이 바로 여기에 그녀와 함께 있건만, 바로 같은 방에 있는 실제 인간들과 사교적으로 감정적으로 연결되기보다 ‘에밀리’는 오히려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그녀의 다른 친구들과 문자 메시지 교환을 하는 가상세계에 접속하기를 갈망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 순간에 대해 이처럼 깊이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다음날 아침 나는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 잠에서 깨어났다.
일상적인 생활 방식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 속에 철저히 갇혀 있기 때문에 대개 우리는 현실에서 다소 유리되어 있다. 미래에 대해 생각하거나 혹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또는 무언가 분석하느라 분주해하면서 머리로 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재, 이 순간에 충분히 몰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명상 수행을 통해 현재 이 순간에 좀더 온전히 다가서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꿈을 꾸듯이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온전히 깨어있는 삶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는 전환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세대 그리고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와 페이스북, 트위터, 온라인 소셜 미디어가 구축한 또 하나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또 다른 세상은 오로지 눈과 두뇌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그곳에는 촉감도, 맛도, 냄새도 없고 아주 약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교 법사들은 가상세계 때문에 현실로부터 한 단계만 멀어진 것이 아니라 두 단계나 떨어져서 살고 있는 수련생들을 마주하게 된다. 현대인 특히 신경학적으로 이런 생활양식에 적응한 젊은 사람들에게 소셜 미디어가 주는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또 명상하고 자아를 자각하고 진리를 깨닫고 마침내 해탈을 이룰 수 있는 우리 수행자들의 역량에 미치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법사들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게 되었다.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기술 문명의 강력한 영향력에 대해 이해하고자 함에 있어서 차세대 불교 법사들은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 법사들은 사람들에게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지하라고 요구해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사고 작용이 현실의 한 부분인 것과 마찬가지로 가상세계 또한 현실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 법사들 중 특히 선배 세대들이 인터넷을 ‘받아들이는 것’을 얼마나 어려워했는가를 확인하곤 한다. 우리 세대 누구나 ‘구글 메일’(Gmail)이 훨씬 뛰어난 이메일 처리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배들은 아직도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AOL’과 ‘Mindspring’의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젊은 법사들은 그들을 다소 비웃는다. 30대와 40대에 해당하는 우리 세대들은 여전히 직접 사람을 만나고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 법사들은 두 가지 점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기술 발달을 활용함에 관한 가르침을 수련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명한 서구불교법사 중의 한 사람인 ‘이썬 닉턴’(Ethan Nichtern)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1년 불교 괴짜 컨퍼런스’(Buddhist Geeks Conference : 기술 발전과 철학, 교육, 비즈니스, 정치 등 다양한 문화 현상과 불교가 서로 교차하는 측면에서 각 분야별 프로 전문가들이 실험적 불교 탐색을 시도하는 회의. 역자 주)에서 ‘인터넷은 당신의 스승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말했다.


“공동체는 불교 가르침의 정말로 중요한 핵심 개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소셜 네트워크가 출현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심각하게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우리 불교 법사들은 ‘인간 공동체’에 참여하라고 세상을 향해 실제로 외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잠시만 컴퓨터를 꺼보세요, 나중에 다시 켤 수도 있으니 그리고, 지금은 함께 명상도 할 수 있고 서로 사귈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실제로 그들에게 다가가서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내가 속해 있는 센터에서 명상수련 시간이 종료되면 함께 밖으로 나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그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 소셜과 게임이 접목되어서 현실의 인간활동 대부분이 그대로 구현된 가상현실을 말함. 역자 주)에서의 저녁 식사가 아니라 우리는 실제 식사를 해야 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는 핵심은 서로 간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인터넷을 가장 중요한 배움의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일부 불교 법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가르치는 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의 ‘위즈덤 2.0 컨퍼런스’(Wisdom 2.0 2012 Conference : 기술 리더와 명상 지도자들, 신경과학자, 학계 등이 참여해 기술 주도의 시대에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찾고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깨어있으면서 지혜롭게 살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 우리의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도록 위대한 기술 발전을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탐구’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그 회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이베이(eBay), 페이팔(Paypal), 징가(Zynga) 등 창업자와 기술 리더들 그리고,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 존 카밧 진 (Jon Kabat-Zinn), 잭 콘필드(Jack Kornfield) 같은 지혜의 스승들이 함께 했다. 게다가 미국의 교사들은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 외에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수단으로써 ‘스카이프’(Skype : 인터넷 무료전화프로그램. 역자 주)와 온라인 교육환경의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나는 듀크 대학에서 스티븐 배철러(Stephen Batchelor)와 아잔 브라흐마(Ajahn Brahmavamso)에게 ‘스카이프’를 통해 학생들에게 법문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비용과 시간, 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법문이 컴퓨터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었고 또한 인간 사이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차세대 후손들이 살고 있는 가상 세계의 사회를 모든 불교 법사들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지난 세기에는 산사(山寺)에 다수의 위대한 스승들이 있었고 그들은 자동차를 운전하지도 않았고 TV를 시청하지도 않았으며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비디오 게임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좀 더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었다.


▲수미런던 법사
사원 밖 세상 속에서, 일요법회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법사 활동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다음 사실을 고려해야만 한다. 즉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세계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중 한 세상(온라인 상 가상현실)은 현실의 이 세상(불교에서는 세상을 가상현실로 보고 있음. 역자 주)보다 더 가상(假想)의 공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길을 잃고 방황하듯이 가상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길을 잃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그들의 공간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수미런던 듀크 불교공동체 지도법사
번역=백영일 번역편집위원 yipaik@wooribank.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