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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도 비판

▲스님은 서양철학서까지도 섭렵했다.

탄허 스님은 불교 외적으로 역학은 물론 서양철학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칸트나 소크라테스 등 서양철학자들의 사상을 꿰뚫어 비판하기도 했고, 마르크스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는 등 독서를 통한 사상의 보폭이 동서양을 넘나들었다. 탄허는 이 가운데 영국이 지배 철학으로 삼았던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서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원리로 힘이 곧 정의임을 의미했으나,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평등이론이 등장하면서 적자생존의 진화론은 패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마르크스 이론을 극복하고 소멸시킬 대안으로 불교의 화엄사상이 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요체라고 역설했다.


특히 탄허는 ‘순수이성비판’ 등 칸트 철학서를 보고 칸트의 철학을 생활화가 안 된 대표적 사례로 지적하며 ‘이론에 불과할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 우주 만유 인식경계의 모체가 순수이성이라면 이 우주 만유의 모체인 순수이성을 타파할 때 우주만유가 그대로 순수이성화 되어야 할 것”이라고 칸트의 이론을 지적하고, “산을 대하면 산, 물을 대하면 물, 이것이 전부 순수이성화가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칸트 사상에는 그러한 순수이성화 된 결론이 없다”며 생활화와 거리가 먼 철학이라고 비판했다.


탄허는 그러면서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무나니 세간사 그대로가 법이라”는 ‘법화경’ 구절을 예로 들어 불교가 더 순수이성화 되고 생활화 돼 있음을 강조했다. “산을 보면 산 그대로가 진리이고 물을 보면 물 그대로가 진리가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똥 덩어리 까지도 그대로가 진리다. 이때 그것은 완전히 순수이성화가 된 것이다. 그것은 한번 부정을 거친 긍정이다. 세간법 그대로가 불법이 된 것으로 거기서 다시 한번 긍정하는 것”이라고 불교적 관점을 설명했다.


종교와 관련해서도 “유물론자들인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종교를 아편이라 하고,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종교는 공포심으로부터 나온다고 정의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종교심은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보편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새 시대를 맞아 거기에 걸맞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타인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 우선은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신을 믿지 못한데서 타인도 믿지 못하고 불신풍조가 생긴다. 신을 믿고 부처를 믿고 자신을 믿는데서 타인을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다음에 수행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수행만이 최고의 자기 재산”이라며 수행을 당부했다.


탄허는 서양철학자들의 한계를 기독사상의 학리가 부조리하고 포교가 잘못 된 데서 나타난 현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기독 사상이 주관과 객관이 대립되어 있지 않음에도 포교하는 사람들이 기독사상의 바른 뜻을 잘못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탄허 스님의 어록을 통해 본 이같은 분석들은 그가 얼마나 서양철학에 관심을 갖고 많은 서적을 탐독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예언서나 미래예측 관련 서적에도 관심이 많았다. 일례로 “‘25시’란 소설을 쓴 게오르규라는 사람이 장래의 세계를 구출할 사람은 한국인이며 특히 승단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며 역학적으로 그 말을 증명할 수 있음을 적시하기도 했고, 프랑스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집’이나 토인비의 예측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서양 철학사까지도 두루 관심을 보였던 스님은 30여 년 간 역경을 통해 15종 74책이라는 분량의 경전을 번역해서 간행하는 것으로 후학들의 공부를 독려하고, 1983년 세수 71세 법랍 49세로 입적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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