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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⑤-인간계3

기자명 서광 스님

고뇌로부터 해방은 자아의식 탐색에서 출발
초보자는 몸의 반응을 다루는 것이 효과적

지난 호에서 인간영역이 안고 있는 고통의 근원을 심리치유적 관점에서 탐색해 보았다. 즉 인간계의 정신세계는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하지 못하고, 자기개발과 성취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쓰면서도 얻어진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가 진짜 누구인지 쉬지 않고 질문하고 답을 구하지만 항상 자기에 대해서 착각하는 모순 속에서 희망과 좌절, 즐거움과 괴로움의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인간적 고뇌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아집, 아상을 버리면 된다. 문제는 그 아집을 어떻게 버리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애쓰고, 또 애써도 “나”라는 생각, 관념은 사라지지 않는데. 마치 가지를 치면 더욱더 무성하게 자라나는 나무들처럼, 잘라내려고 하면 “나”라는 생각은 순식간에 더 강해지고 만다. 우리의 에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교묘하다. 정면도전은 무리다. 그래서 에고, 즉 자아의식이 발생하는 근원에 대한 이해와 탐색이 필요하다.


유식에서 자아의식의 바탕은 저장식이다. 그런데 저장식은 저장된 경험, 앎이다. 용수보살의 말을 빌리면 대상과의 경험, 즉 대상을 향한 감각, 느낌, 감정, 생각, 기억 등으로 구성된 오온(색수상행식)에 대한 집착이 바로 자아에 대한 집착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경험에 대한 집착이 바로 “나”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상에 대한 집착을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면 대상과의 경험에 대한 집착이고, 그것이 바로 “나”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아픔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집착하는 것은 사랑하는 상대,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자각해보면 집착의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 자체라기보다는 그 상대와 나누었던 경험, 즉 감각, 느낌, 감정, 생각, 기억에 대한 집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대상과 함께 했던 시간들과 경험, 생각, 기억에 대한 탐닉으로 그 경험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반복하고 싶은 욕망이 상대에 대한 집착,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괴로움을 낳는다.


이전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은 욕망과 집착은 곧바로 욕망하고 집착하는 주체로서의 “나”, “자아의식”을 계속해서 발생시키고 강화시킨다. 나아가서 강화된 자아의식은 더욱 더 강렬하게 대상과의 경험을 갈망하고 증폭시키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와 같이 욕망과 집착의 좌절로 고통하는 상태에서 자아의식을 버리려는 노력은 오히려 자아의식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통의 주체인 자아의식을 거칠게 다루거나 억압하는 대신 친절하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상대나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경험의 내용을 부정하거나 판단하기 보다는 현재의 자기감정, 생각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식에서 자아의식은 4가지 번뇌로 작동하고 이는 무의식적 과정이다. 마음의 심층에서 너무나 빠르게 발생하고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괴로움의 주체인 자아의식을 포착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강한 자아의식의 작용은 강한 정서를 동반하기 때문에 자아의식 대신 자아의식이 유발하는 정서, 즉 마음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마음의 고통은 반드시 신체적 반응을 동반하므로 결국은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다루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사랑의 대상을 상실한 아픔의 경우, 몸의 반응으로 가슴이 조이고 피부가 따갑다든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아프다든지, 또는 배신감과 분노로 뒷목줄기가 뻣뻣하고 열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는 등 다양한 신체적 반응들이 가능할 것이다.

 

▲서광 스님
이때 그와 같은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서 약물, 섹스, 도박 등 파괴적인 수단 대신 명상을 통해서 호흡에 집중하고 몸의 반응들을 자각하면서 부드러운 터치, 맛사지, 절, 자비기도 등을 실천할 수 있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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