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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⑤-인간계4

기자명 서광 스님

이차적 고통은 자각과 수용으로 해결
몸에 대한 집중은 마음치유로 이어져

마음치유의 관점에서 불법을 공부하면 할수록 참으로 절묘하고 수승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진리를 부처님께서는 이미 2500년 전에 간파하셨지만 서양의학은 극히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이원성에 바탕을 둔 서양의 정신의학은 마음의 문제는 마음으로만 풀려고 했기 때문에 심리치료가 오랫동안 말을 통한 만남에 국한돼 왔다. 반면에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일원성에 바탕을 둔 불교의 마음치료는 말에 치우치지 않고, 몸과 말, 생각의 신구의 삼업의 실천을 통한 치유를 강조한다. 행동, 말, 생각의 통합적 변화와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불교는 완전한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간계에서 겪는 고통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순수한 고통이다. 이를테면 생로병사의 사고(四苦)와 팔고(八苦)등 존재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겪게 되는 고통들이다. 다른 하나는 에고의 작동에 의해 오염된 것으로서 무상의 이치를 따르지 않는 고통이다. 이를테면 고통을 고통으로 자각하고 수용하지 않고 저항하거나 회피함으로서 오는 이차적 고통이다. 그러니까 고통자체가 주는 일차적 아픔에 더해서 그 고통을 향한 반응태도에 의해서 2차적으로 가중되는 고통을 말한다. 한마디로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방어기제의 작동에 의해서 생겨난 고통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그 두 번째 화살의 근원지는 우리의 에고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지난 호에서 이해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에고로부터 발산되는 두 번째 화살을 피해갈 수 있을까? 고통을 회피하거나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말고 자각하고 수용하라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통을 자각하고 수용할 것인가? 고통을 수반하는 생각이나 감정, 기억이 떠오를 때, 그들과 직면하기 보다는 그러한 생각이나 감정, 기억들과 관련된 신체적 반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생각이나 감정을 다루기 보다는 몸의 반응을 통해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호흡에 귀의하고 몸의 감각에 귀의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귀의하라는 의미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우리의 주의가 생각, 감정, 기억에 초점을 두거나 휩쓸리지 않도록 호흡과 신체반응으로 되돌아와서 의지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고통스런 생각이나 기억, 감정이 일어날 때, 주의를 몸으로 가져가서 고정시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너무나 아프고 괴롭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피하고 쉽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진다. 잊어버리고 쉽고, 생각하고 싶지 않고, 다른 대상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것으로 도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므로 잠시자각을 놓치면 자신도 모르게 갖가지 방어기제가 발동하게 된다. 이를테면 상대를 비난한다든지 투사, 흑백논리 등 다양한 에고의 기능을 작동시킴으로서 고통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생각과 기억, 습관적 패턴이라는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통과 함께 머물러야 하고 고통을 음미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통속에서 에고의 존재를 자각하고, 지금껏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패턴이 깨어지고 우리 자신의 오랜 업식이 녹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서광 스님
파괴적인 생각이나 기억, 감정으로 고통받는 순간, 우리의 주의를 몸으로 가져가서 고정시키고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는 일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아니, 몹시도 힘겹고 괴롭다. 그럴때는 등산이나 요가, 절수행, 맛사지 등을 겸하면서 몸으로부터 주의를 떠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정시간 그렇게 견디다보면 몸의 통증이 줄어들면서 우리의 마음도 함께 치유되어지게 될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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