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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맹선(盲禪)

기자명 법보신문

법문도 못하고 수행자 지도도 못하는 선
선수행 핵심은 장좌아닌 법안 갖추는 것

맹(盲)은 눈이 먼 것,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글자를 낱낱이 해체하여 풀이하는 것을 ‘파자(破字, 글자를 쪼개다)’라고 하는데, 맹(盲)’ 자를 파자하면 ‘죽(亡)은 눈(目)’, 혹은 ‘눈(目)이 사망한 것(亡)’을 뜻한다.


파자는 주로 필자처럼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데, 한자가 상형문자이므로 일치하는 경우도 많다.


맹목(盲目)은 앞뒤를 가리거나 사리를 판단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하고, 맹신(盲信)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고 무작정 믿는 것을 말하고, 맹점(盲點)은 어떤 일에 결경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을 말한다. 멍청한 것을 ‘맹하다’고 하듯이 ‘맹(盲)’ 자 속에는 무지와 멸시가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맹선(盲禪)’이란 소견(所見), 지견(知見), 정견(正見)이 없는 선승을 가리킨다. 어리석은 선승, 안목 없는 선승을 가리키는 말로, 오래도록 앉아 있었지만, 아직 눈이 열리지 못한 것, 개안(開眼)하지 못한 것을 폄하하는 말이다. 맹선은 교학적, 학문적인 바탕 없이 무작정 앉아 있기만 했기 때문인데, 절구통처럼 앉아서 버티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나 정견, 정법안이 전혀 열리지 않아서 법문도 맹꽁이처럼 한 가지 외에는 못하고 수행자를 지도할 줄 모르는 것을 말한다.


천태지자대사는 ‘관심론’에서 “와서 법을 구하는 모든 이들을 보면 삼매를 닦아서 선정(禪定)을 얻는 데만 힘쓰고, 관심에 대하여 물으면 전혀 모른다. 맹선으로 소견이 없다(諸來求法者, 修三昧得定. 不知問觀心, 盲禪無所見)”라고 하여 좌선, 선정제일주의를 비판하고 있는데, 마음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목 또는 지견(知見)이 없는 선승을 ‘미려마라(瞇黎麻羅)’라고 한다. ‘미려’는 애꾸눈, 사팔뜨기이고, ‘마라’는 색맹(色盲)으로, 식견이 없는 자, 안목이 없는 자를 가리킨다. ‘벽암록’ 51칙 평창을 보도록 하겠다.


선의 근원(宗教)을 확립하고자 한다면 안목 있는 사람을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 전진(前進)과 후퇴, 옳고 그름을 식별할 줄 알아야 하고, 죽이고(殺, 把住) 살리고(活, 放行), 사로잡고(擒, 把住) 놓을 줄(縱, 放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애꾸눈이나 사팔뜨기, 색맹(色盲)처럼 안목이 없으면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마구잡이로 묻고 아무렇게나 답하게 된다. 이것은 (자신의 콧구멍(본래면목)이 자신에게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손 안에 있는 격이나 마찬가지임을 전혀 모르고 있다.


(大凡扶豎宗教, 須是辨箇當機, 知進退是非, 明殺活擒縱. 若忽眼目瞇黎麻羅, 到處逢問便問, 逢答便答. 殊不知 鼻孔在別人手裏. ‘碧巖錄’ 51則)


또 안목이 없는 것을 ‘당착노주(撞著露柱)’, ‘사한(死漢)’이라고도 한다. ‘당착노주’란 눈앞에 노주(露柱, 기둥)가 있는지도 모르고 가다가 머리를 부딪히는 것을 말하고, ‘사한(死漢)’이란 ‘죽은 놈’이라는 뜻으로, 참선학도(參禪學道)에 눈이 뜨이지 않은 선객, 즉 맹선(盲禪)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상의 여러 선어에서도 본다면 선수행의 핵심은 고목처럼 오래 앉아 있는데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지견, 안목, 정안(正眼), 법안(法眼)을 갖추는데 있다. 그래서 임제의현은 올바른 견해 즉 진정(眞正)한 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수행의 척도는 좌선의 다소(多少) 여부를 가지고 판가름해서는 안 되고 정법안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윤창화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어리석게도 절구통처럼 오래 앉아 있는 것, 맹선(盲禪)을 가지고 수행의 척도로 삼고 있다. 주로 과거 어느 선승 밑에서 두들겨 맞으면서 열심히 참구했다는 것만 강조한다. 유명한 선승을 등에 업고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고하지 말고 자기의 법력, 능력으로 설 자리를 찾아야 한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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