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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공명조·비익조[끝]

한 마음에서 피어난 시기와 사랑

 

▲ 비익조·목인박물관.

 

 

마음은 수만 갈래로 부서진다. 기뻤다가 슬프고, 좋았다가 밉다. 화났다가 즐겁다. 마음 거울에 비친 세속 인연들이 만들어낸 감정들이다. 인연 사라지면 가라앉는 감정들이지만 웃고 눈물 흘린다. 부질없는 감정이란 말, 맞다. 중생심, 맞다. 그러나 우리네 마음‘들’이다. 세속 인연들에 치어 그렇게 살아가야만 했다.


새는 온몸으로 난다. 날개로 나는 게 아니다. 머리, 꼬리 깃, 날개, 몸통, 발 모두 공기에 의지하며 하늘을 가른다. 그렇게 절절히 날아야만 했다. 본래면목을 찾아야 하는 중생들도 온 마음 감싸 안고 웃고 울며 살아간다. 절절히.


몸 하나에 두 머리를 달고 살아가는 새가 있다. 공명조(共命鳥)다. 공명조는 목숨을 함께 하는 새다. ‘아미타경’ 초반부 부처님은 극락정토를 설한다. 그곳에선 공작과 앵무새는 물론 사리조와 가릉빈가, 공명조가 밤낮으로 온화한 소리를 낸다. 아미타불 법음을 널리 펴기 위함이다.


‘잡보장경’에 공명조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나온다. 한 쪽이 자면 한 쪽은 밤새 지켜준다. 허나 비극은 공명조를 비켜가지 않았다. 깨어있던 다른 쪽 머리가 맛있는 나무열매를 혼자 먹었고, 먹지도 않았는데 포만감을 느낀 한 쪽 머리가 분한 마음을 가졌다. 복수혈전이다. 열매를 혼자 먹은 머리가 잠들자 독이든 열매를 냉큼 삼켰다. 숨은 점차 얕아졌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비익조는 공명조와 다르다.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다. 짝을 이루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땅에는 연리지, 물속엔 비목어, 하늘엔 비익조가 있다. 비익조는 둘이서 열심히 날개를 퍼덕여야 날 수 있다. 눈도 하나뿐이니 서로 열심히 좌우를 살펴야 한다. 생각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로 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 명나라 때 백과사전 ‘삼재도회’는 “이 새들은 쌍이 같이 있지 않으면 날지 못하고 이름은 겸겸이다. 눈과 날개가 하나씩 나눠져 있기 때문에 두 마리가 같이 있어야 날 수 있다”고 했다. ‘산해경’에도 비익조 내용이 전해진다. ‘산해경’은 고대신화, 지리, 동굴, 식물, 광물, 무술, 종교, 의약, 민속 등이 기록된 중국 옛 서적이다. ‘산해경’도 “두 마리가 나란히 붙어 있지 않으면 날 수 없다”고 전한다. 때문에 비익조는 애정과 사랑, 그리움, 애틋함의 대명사다. 어리석음을 비유한 공명조 얘기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공명조와 비익조는 아미타 극락정토와 관련해 사찰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상주 남장사 대웅전 불단 목조각과 의성 환성사 대웅전 불단 비익조다. 낙산사 해수관음 복전암에도 비익조가 새겨졌다. 보통 불단은 수미단으로 극락세계 아래 있는 무한대의 높은 산, 수미산을 의미한다. 비익조가 빠지면 섭섭하다.


서로 더부살이하고 있는 두 새 얘기가 왜 이렇게 다를까. 마음 한 번 잘 쓰고 못 쓰고에 목숨이 달린다. 죽음이라는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기도 하고 하늘로 비상하기도 한다. 부처님은 마음을 복전이라고 했다. 복 심는 밭이란 뜻이다. 씨앗은 스스로 뿌려야 한다. 어떤 씨앗을 파종하는지도 스스로 몫이다.


한국불교도 마찬가지다. 한국불교의 화두는 2가지로 압축된다. 수행과 포교다. 산사에서 수행에 매진하는 스님들은 이 시대의 어른으로, 포교현장에서 현신하는 스님이나 재가자는 전법 사명으로 함께 절절히 살아가야만 한다. 수행과 포교, 한 몸에 달린 두 개의 머리이려나. 서로 기대야하는 두 몸, 한 맘 날개짓이려나. 복전도 수행과 포교도 비상의 날개짓을 꿈꾼다. <연재를 마칩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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