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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친절한 새벽예불의 힘

기자명 법보신문

낯선 의식마다 미리 안내
존중·사랑받고 있는 느낌

 

▲붓다에센스템플의 소박한 법당.

 

 

새벽 참선이 끝나자 사람들이 방석을 정리하고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묵언이다. 한 줄로 선다. 모든 사람들이 나오자 안행을 하여 법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특이한 것은 지도자일수록 뒷줄에 선다는 것이다. 모두가 법당에 들어갔지만 주지스님은 설법전 앞에서 모든 대중들이 법당으로 들어갈 때 까지 기다린다.


법당 안에서는 도우미가 법회지를 나누어준다. 인상적인 것은 매일 의식 때 마다 지금 몇 페이지의 무엇을 하는지 안내 멘트를 한다는 것이다. 눈치껏 알아서 따라가야 하는 우리의식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미국문화에서는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왜, 무엇을, 어떤 순서에 따라 어떤 의미로 하는지가 이해되지 않으면 함께하지 않는다. 또한 설명이 없으면 본인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한국으로 출가한 캐나다 국적의 자은 스님이 생각났다. 자은 스님이 한국에서 스님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냥 따라 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매번 “왜요?(Why?)”를 했더니 은사 스님께서 어느 날 답답해하시며 “내가 이곳 대통령이다. 그냥 좀 따라와라”고 하셨다는 말이 생각나 나도 몰래 웃음이 났다. 질문 없이 마냥 웃어른을 존경하며 순종만 해 오신 은사 스님께서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렇게 표현을 하셨을까? 그리고 자은 스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예불도중 잘 모르는 것 같거나 의식에 따라 내가 움직여야 할 때면 어느새 누군가가 살짝 다가와 안내를 해준다. 이러한 배려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처음 참석한 새벽예불에서 나는 존중받음과 사랑받음을 느꼈다. 벌써 가족이 된 느낌이다. 예불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 마지막 순서로 도량을 지키는 신장들에 대한 예경이 있었다. 이들의 의식은 엄격하면서도 따뜻함과 경건함이 숨어 있다.


드디어 모든 의식이 끝났다. 주지 스님이 대중들에게 커다란 웃음으로 “Good morning”을 하자 다들 큰 미소로 대답한다. 특히 주지인 에코쿠 로시 스님의 웃음소리는 도량을 흔들 정도다. 이들은 불교와 수행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법속에서 다들 편안하기를, 행복하기를, 누구에게나 밝은 미소로 하루의 안부를 묻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사람은 주지스님이다. 과연 그녀의 지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어떻게 대중을 이렇듯 화기애애하면서도 깊은 수행에 대한 열정으로 인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나에게 깊고 밝은 미소로 “How are you?”한다. 이곳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배우게 된 것은 미소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는 것이다. 미소의 힘은 참 크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마술과 같다. 관세음보살의 마음을 누군가 형상화하라고 한다면 나는 “환한 미소”라고 하고 싶다. 반가움으로 밝게 인사하는 것을 이번 기회에 꼭 익혀, 미소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겠다.


도량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다. 반갑게 “Good morning” 했더니 “Are you Jawoo?” 한다. 너무 놀랍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이곳에서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왜일까? 그의 설명에 의하면 내가 오기 전 주지 스님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모든 대중에게 미리 했고, 지객은 내가 도착한 것을 이곳과 연관되어 있는 모든 대중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누가, 언제 선센타에 오더라도 나와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란 이렇듯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단체가 화합과 공통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성공의 비결은 구성원 모두가 소통할 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소통을 통하여 현재상황과 목표를 서로 정확히 알 때 문제점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고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자우 스님
다시금 지도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이렇듯 개인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데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 캘리포니아 한인타운에 위치한 선센타 Buddha Essence Temple에서 나의 아침은 이렇듯 미소와 놀라움으로 시작된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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