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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⑥-아수라1

기자명 법보신문

아수라의 정신세계는 일관성 결여
상에 집착해서 갈등에 휩싸이기도

아수라의 정신세계 또한 쵸감트룽빠 린포체와 마크 엡스타인의 견해를 빌려서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쵸감 트룽빠 린포체는 아수라의 정신세계에서 가장 특징적인 성향을 편집증 또는 망상증으로 보았다. 이를테면 아수라의 마인드에 있는 사람은 타인이 자기를 도와주려고 하면, 상대방의 행동이 자기를 억압하거나 아니면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반대로 자기를 돕지 않으면 자신의 편안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상대를 매도한다. 만일 상황에 따라서 돕기도 하고 돕지 않기도 하면 상대방이 자기하고 게임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수라의 심리상태는 말 그대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정신없이 굴러가고 어수선하며 안정감과 일관성이 없다.


아수라의 정신세계는 또한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모든 구석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지능적이다. 그들은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이와 같이 심한 편집증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방어적 형태의 프라이드를 아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작동시키고 유지한다. 이들의 정신세계는 공격당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피하면서도 즉석에서 모든 것을 성취하려고 애쓰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바람의 특성과 연합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한 마음은 끊임없이 뭔가 더 높고 큰 것을 얻으려고 시도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함정을 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준비없이 행동한다. 그래서 아수라의 마인드를 가진 이들에게서는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쵸감트룽파 린포체는 또한 비교하고 경쟁하는 일에 고도로 몰입되어 있는 것이 아수라의 정신세계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보았다. 그들에게는 안전함을 유지하면서 보다 큰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분투하고, 변화를 계획하고 자신의 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참조, 이정표가 필요하다. 그들은 모든 대상을 자기 자신, 그리고 자신과 경쟁하는 상대자인 이원적 존재로 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삶을 일종의 게임으로 지각한다. 모든 것을 의심스럽거나 위협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그들은 구석구석을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고 경계하게 된다. 그 결과 스스로를 숨기고 위장하면서도 막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자기 계획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들면 아주 직접적으로, 기꺼이 정면에 나와서 싸운다.


한편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마크 엡스타인은 아수라의 정신세계를 열매가 가득 달린 소원의 나무 위에서 질투하는 신들이 싸우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아수라의 세계는 끝없는 욕망에 의해서 냉혹하게 경쟁하고 싸우고 질투한다. 그런데 엡스타인은 천상과 아수라의 세계를 동전의 양면처럼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이 두 극단의 세계를 잇는 다리를 인간의 아상으로 보았다. “나”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좌절될 때 분노하거나 아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타인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행위, 아니면 타인을 질투해서 공격성을 품는 행위 등이 바로 아수라의 세계에 속한다고 보았다. 한마디로 나라고 하는 상에 집착해서 질투하고 혼돈과 갈등에 휩싸인 마음이 아수라의 정신세계라는 것이다.


▲서광 스님
그러면 이제 우리는 다시 이와 같은 아수라의 정신세계와 고통속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인 만다라 그림에서 아수라에 계시는 관세음보살님은 불을 내뿜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나투신다고 한다. 엡스타인은 이 불타는 칼이 분별적 자각을 상징한다고 보았는데, 관세음보살님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아수라의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위를 불타는 칼로 잘라내어 그 방향을 바꾸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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