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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육자(六字)-3

기자명 법보신문

잇펜 스님은 염불문 최후 사색자
“육자명호가 명호를 듣는다” 선언

호넨 스님, 신란 스님, 그리고 잇펜 스님의 입장을 각기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호넨 스님 : “부처님을 생각하세요, 그러면 부처님은 반드시 중생을 생각해주실 것입니다.”
신란 스님 : “설령 중생이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아도, 부처님이 중생을 생각하시지 않는 때는 없다.”
잇펜 스님 : “부처님이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중생이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염불 스스로의 염불이다.”


잇펜 스님의 말씀을 좀 더 들어보자.


“그러므로 생각생각의 칭명은 염불이 염불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잘 염불하여 왕생하고자 한다면, 자력의 아집(我執)이 빠지는 허물이다. 결국 그와 같은 사람은 왕생할 수 없게 된다. 염(念)이든 불념(不念)이든, 집중을 하든 집중을 하지 않든 모두 나의 근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다만 일념으로 부처님이 되는 것을 일향전념(一向專念)이라 하는 것이다.”(‘반주법어집(播州法語集)’)


이 사상은 진실로 잇펜 스님의 신앙의 귀추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원래 ‘유불여불(唯佛與佛, 단지 부처와 부처)’라고 하는 사상은 옛날에도, 또 신란 스님의 편지 안에도 ‘부처와 부처의 작용’이란 말이 보인다. 이러한 생각이 잇펜 스님에게 이르러 마침내 무르익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까.


신란 스님은 일체의 행위를 부처님의 공덕으로 돌렸으나, 잇펜 스님은 부처님도 중생도 함께 사라져 버린 육자의 명호 자체에서 궁극적 경지를 보았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무(南無)의 주체(機, 사람)와 아미타의 법(대상, 불)이 둘이 아니라, ‘기법일체(機法一體)’라는 사상이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신란 스님과 같이 일체가 아미타불에서 온 것이 아니라, 아미타도 또한 나무의 주체와 하나가 되어서, 즉 육자가 되어서 비로소 그 스스로를 완전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하나에서 중생만이 아니라 미타 또한 사라지고, 단지 육자의 명호만이 살아있는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이를 ‘오직 하나인 명호’라 불렀던 것이다. 명호에는 생각하는 사람도, 생각되어지는 부처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명호가 명호를 듣는다”라고 잇펜 스님은 서술한다.


육자의 의미는 이 이상은 될 수 없다. 그는 염불문 최후의 사색자였다. 그의 말을 모은 ‘반주법어집’에는 육자에서 어떻게 분별이 하나로, 더욱이 하나가 분별 이전으로 소급해가야 할까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나무란 모든 중생의 근기이다. 아미타란 법이다. 불이란 깨달음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다. 육자를 잠시 기와 법과 각(覺)의 세 글자로 열어놓고, 마침내는 이 셋이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호 외에는 귀의의 주체가 되는 중생도 없고, 귀의의 대상이 되는 법도 없고, 깨달음의 주체가 되는 사람도 없게 된다. 이것은 곧 자력과 타력을 끊고, 기와 법을 끊는 곳을 나무아미타불이라 말한다. 불이 장작을 태울 때는 장작이 다하면 불도 소멸되는 것과 같다. 주체라는 감정이 다하게 되면, 대상 역시 다하게 된다.(계속)”

 

▲야나기 무네요시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 ‘반주법어집’ : 반주는 지금의 효고(兵庫)현을 가리킨다. 잇펜 스님은 거기서 교화하시다가 왕생하였다. 나중에 제자들이 스님의 평소 말씀을 기억하여 만든 어록이 ‘반주법어집’이다. 후에 한문으로 번역되었으니, ‘반주문답집’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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