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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답답한 교포 사회의 종교 현실

기자명 자우 스님

해외서 개종 권하는 한국인
그들에게 무엇 해줬나 반성

 

 

▲ 선센터에 봉안돼 있는 관세음보살님.

 

 

오늘 새벽 참선에는 전날과 달리 가사 장삼을 입고 선방에 들어섰다. 그랬더니 주지스님 자리가 있는 어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 스님들의 승복은 일반인 옷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미얀마나 태국처럼 옷 그자체로 가사를 대변하는 형태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삭발도 미국에서는 불교수행자의 의미보다는 머리스타일의 한 형태로 인식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한국에서야 승복입고 삭발하면 누구나 스님으로 자연스럽게 인정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미국에서 의식에 참여하거나 선방에서 수행할 때도 가사장삼을 꼭 수해야만 스님으로 인정된다는 힌트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일본불교가 먼저 들어와 정착한 영향이 큰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승복에 대한 찬탄을 이곳에서 많이 듣는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종교인의 옷이 이곳에서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멋진 옷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한다.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 많다.


아침햇살이 전나무 사이로 보이는 목각관세음보살의 얼굴에 떨어져 은은한 미소가 온 도량에 풍긴다. 점심을 먹고 무진스님께서 한국 슈퍼마켓에 같이 가기를 제안하셨다. 일주일후면 스위스로 돌아가셔야하는 스님은 2달을 혼자 머나먼 타국 땅에 머물러야하는 나를 걱정하시며 이것저것 준비를 해주시겠다고 한다. 내가 이곳에서 미국불교와 각 나라 불교 그리고 각 종교를 돌아보고 세계 속에서 한국불교가 나가야 할 방향을 잡기를 원하시며 모든 경비를 후원하시겠다고 하신다. 서양인으로 한국에서 출가한 스님은 그것이 한국불교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당신이 할 일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들뜬 마음으로 마켓에 갔다. 가득한 사람들 속에 타국인들도 가끔 보였지만 한국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스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다 LA에는 불자들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어떤 나이 칠십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나를 아주 반갑게 부른다. “아이고, 스님. 한국에서 오셨지요?” 나는 ‘드디어 미국 LA에 와서 첫 번째 불자를 만나는 구나’하고 아주 기쁜 마음으로 “네. 안녕하세요?” 했다. 그러나 그다음 말에 나는 그만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스님! 예수 믿고 천당 가야지요. 얼굴도 예쁜데 지옥가면 어쩌요.”


‘세상에 한국에서도 지하철만 타면 받는 협박인데 머나먼 이곳 미국에까지 와서도 들어야 하다니….’ 마음이 한마디로 착잡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때 함께 갔던 무진 스님이 구세주처럼 나타나셨다.


“할머니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저를 보세요. 나는 기독교나라에 태어났지만 거짓말인거 알게 되어서 스님이 되었잖아요.”


스님이 참으로 고맙다. ‘이제 포기하겠지’ 했지만 아니다. 이 할머니 한술 더 뜬다.


“아이고, 마귀에 씌었구먼. 보통 씐 게 아니여. 예수 믿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지옥 가.”


어쩌다 한국사회가 이렇게 되었나? 타국에서 만난 같은 한국 사람을 반가워하기보다는 자기의 종교를 강요하여 기분을 상하게 하는 분위기. 그들이 그렇게 할 때 타 종교인들이 예수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나중에 반야사 주지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나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 LA에는 한국사찰이 20개인 반면 교회는 2000개라고 한다. 한국사찰은 30~40명 들어가는 규모인데 교회는 500명이상을 수용하는 대형교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가슴이 먹먹하다.

 

▲자우 스님
1700년의 불교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는 해외불자들을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내에서는 불자이던 사람들이 해외 가서 기독교로 바꾼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이 이 정도인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해외불자들을 잘 돌볼 수 있을까? 어깨가득 무거운 고민을 짊어지고 나무숲사이의 관세음보살을 바라본다. 저녁 햇살을 받은 관음의 입가에 미소는 여전하지만 왠지 걱정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신다. 관세음보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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