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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육자(六字)-4

기자명 법보신문

자력·타력 넘어서는 것이 육자명호
귀명은 스스로를 완전히 버리는 것

“…‘금강보계장’(주 참조)이라는 책에서는 ‘나무아미타불 속에는 주체도 없으며, 대상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주체와 대상을 세워서 미혹과 깨달음을 분리하게 된다면, 약과 병을 서로 대립시키는 법일 뿐이지 진실하고도 지극한 진리는 아니게 된다. 미혹과 깨달음, 주체와 대상을 끊고, 자력과 타력을 넘어서는 것을 불가사의의 명호라고 말하는 것이다.”(여기까지가, 앞서 인용한 잇펜 스님의 ‘한슈법어집’으로부터의 인용이다.


즉 호넨 스님은 중생을 바라보며, 신란 스님은 부처님을 바라보며, 잇펜 스님은 중생과 부처님이 아직 나누어지지 않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으리라. 저마다 깊은 의미가 없지 않다. 또 이렇게 움직여가는 데에서 육자에 대한 이해의 자연스런 발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귀명(歸命)은 필경 스스로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다. 무엇인가 큰 것에 목숨을 바치려고 하는 것이나, 혹은 위없는 것으로부터 소환되어서 자신을 바치려고 하는 것이나, 또는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나,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 나무이다.


이 버림이야말로, 즉 위없는 미타에게 새로운 생명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위없는 국토를 ‘정토’라 부르며, 혹은 ‘극락’이라 이름하고, 그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왕생’이라 말해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는 기도이고, 이 기도를 완수하는 것이 미타이며, 그리하여 안주하는 장소가 정토이다.


반대로 아미타불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그것을 깨달음의 부처, 진리의 부처라 간주하는 것도 좋으나, 단지 그것만으로는 이(理)이며 적(寂)이어서 동(動)의 측면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아미타가 동적인 면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유정과 무정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있음에 집착하는 인간이 있기 때문이고, 거기에 죄에 빠진 범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곳이 대비가 움직이는 곳이다.


사람이 미타를 부르는 것은, 미타가 사람을 부르는 것이다. 미타가 없다면 사람에게는 왕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동시에 사람이 없다면 미타에게 정각은 없다는 것 역시 의미한다.


이리하여 미타가, 움직이는 미타가 된 것이 육자이다. 그러므로 육자에는 인간의 왕생이 있고, 마찬가지로 육자에는 미타의 정각이 있는 것이다. 육자를 떠나서는 인간이 없으며, 육자를 떠나서는 미타 역시 미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육자라는 장소에서 인간과 부처는 함께 녹아버린다. ‘삼부가명초(三部名)’의 저자 코우아(向我, 向阿: 1265~1345)의 말을 빌리자면 ‘부자상영(父子相迎)’이다.

 

그렇기에 나무와 미타의 두 글자는 육자 속으로 사라져서, 육자로서 하나가 된다. 나무도 미타도 저 혼자만으로는 의미를 잃고 만다. 더구나 대립하고 서로 나뉘어서는 사람도 사람다울 수 없으며, 부처도 부처다울 수 없다.


▲야나기 무네요시
그러므로 육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는 사람의 왕생이 있고, 귀명을 받는 부처의 정각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가리켜 ‘기법일체’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삼부가명초’ : ‘귀명본원초’, ‘서요초(西要)’, ‘부자상영초’의 3부로 이루어진다. 호넨 스님의 정토사상을 유려하게 해설하고 있다.


*부자상영 : 왕생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임을 나타낸다. 아버지는 아미타불, 아들은 중생을 비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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