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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⑦-천상2

기자명 법보신문

사랑은 무의식이 끊임없이 갈망한 결과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는 사실 인정해야

천상의 심리상태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이나 전통적 이해는 천상의 복은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의 끝에는 지옥이 있다.


앞에서 쵸감트룽파 린포체는 천상의 심리상태를 엄청나게 노력한 수행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설명했다. 그런데 천상의 즐거움과 희열은 엄청난 수행의 결과 외에도 사랑받고 사랑하고자 하는 갈망에 의해서도 그 경험이 가능하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천상의 마인드를 경험한다. 바로 사랑의 순간이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항상 사랑을 갈구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순간에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빠질 수가 있다. 사랑은 우리의 무의식이 끊임없이 갈망한 결과다.


흔히 눈이 멀고 콩깍지가 씌워져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사랑의 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랑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아무리 똑똑해도 거기까지 생각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 ego” 가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에고가 서서히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천상의 희열과 즐거움은 원망과 분노로 바뀌면서 지옥을 향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천상에서 지옥행으로 가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나아가서 천상의 마인드를 좀 더 오래 지속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램이 일어난다. 지옥이나 아수라 등의 영역과는 달리 천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천상에서의 인연이 다하는 자리에 지옥행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아는 우리로서는 마냥 그 상태에 빠져서 지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만다라에서 비파를 들고 천상계에 나투시는 관세음보살님의 그림은 천상의 즐거움은 순간적인 것이니 꿈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가르침을 상징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상에 의지해서 경험되는 천상의 즐거움과 희열은 선사들의 “깨진 유리잔”의 비유를 생각나게 한다. 유리잔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며 찬탄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선사는 아름다운 유리잔에서 이미 깨진 유리잔을 본다고 말한다. 멀쩡한 유리잔을 보고 깨진 유리잔을 본다든지, 멈춤에서 움직임을 보거나 움직임에서 멈춤을 보는 것, 죽음에서 삶을 보고 삶에서 죽음을 보는 것 등의 표현은 바로 천상의 희열에 빠진 사람들을 일깨우는 가르침이 될 수 있다.


물론 즐거움의 한가운데서 괴로움의 잠재성을 보거나 삶의 한가운데서 죽음의 잠재성을 보는 것은 지나치게 부정적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선입견에 불과하다. 삶에서 죽음을 보는 것은 힘겹고 칙칙한 삶의 색깔을 영롱하고 찬란한 칼라로 변화시키고, 지루함과 괴로움의 에너지를 열정과 사랑의 에너지로 전환시킴으로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은 에고의 집착이고 환상일 뿐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사랑하는 순간에 깨진 사랑을 보는 것, 그것이 사랑을 계속 사랑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에고의 기능이 잠시잠깐 마비되는 사랑의 순간은 분명 우리들에게 찾아오는 진여, 자성, 불성, 본각, 불보살님들의 화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특정한 대상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통해서 보다 깊게, 더 많은 대상으로 우리의 주의를 이동하고 확장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그리고 사랑의 열정이 식어가는 천상과 지옥의 어느 지점에서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고통의 두 극단을 오가면서 우리를 뒤흔드는 아집의 뿌리를 발견하고, 그것이 녹아지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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