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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멀어진 아들

기자명 법보신문

재혼 가정 위기는 자녀 소외에서 비롯

 

▲히로나카 스님의 사찰 사이쿄인의 최연소 입소자인 리오나(2).

 

 

Q. 재혼 후 아들이 삶에 의욕이 없고 가정에 적응하지 못해 고민입니다.


16살 고등학생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아버지입니다.

아들의 생모인 전처는 아이를 낳고 바로 병환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당시 저도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아니라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주말마다 찾아가는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부모님은 시골 분이라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줄 몰랐습니다.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한참동안 한글을 못 쓰고 구구단도 외우지 못했지요. 일 때문에 제가 아이를 붙잡아 공부를 가르칠 수도 없어 고민하다가, 아이를 위해서 재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재혼을 했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열심히 돌보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지내보니 아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고 방도 치우지 않아 늘 짜증을 냈어요. 새엄마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아들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아내가 만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고, 집을 떠나 PC방에서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들이 불쌍해 동네 식당과 PC방에 항상 돈을 내고 아들이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식당에서 돈이 모자란다고 연락이 오면 바로 찾아가 지불했지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들 얼굴마저 볼 수 없게 될 까봐 두려웠거든요. 우리 부부는 아들 때문에 늘 다투다가 지금은 별거 중입니다. 아들은 중학교를 겨우 졸업 시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보냈는데, 여전히 공부는 커녕 삶에 대한 의욕조차 없습니다. 아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입니다. (47세, 아버지)

 


 

A. 요즘 세상에 이혼과 재혼은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지요. 아이를 데리고 재혼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새로운 가정을 만들 때는 가장 먼저 아이를 생각하라”고요. 배우자보다 그의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재혼하는 부모의 책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이미 16살이면 키도 많이 컸겠네요. 아들의 마음도 신체의 성장 속도와 더불어 잘 컸는지요? 혹시 아들의 마음이 아빠가 재혼한 초등학교 2학년 상태로 멈춰 있지는 않은가요?


어린 아들에게 아빠는 일주일에 한번씩 꼭 찾아오는 존재이었지요. 아빠는 그 때마다 아들한테 잘해주었고, 아빠와의 만남은 바로 아들의 버팀목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빠가 재혼하자 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떠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지내게 되었지요. 아빠와 새엄마가 있는 새로운 환경 말입니다. 그런데 아빠 엄마는 아들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할 일이 바쁘고 둘만의 대화를 나눴을 겁니다. 아들은 왠지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고 외로움을 느꼈을 지도 몰라요.


당신은 혹시 첫부인의 사진을 집에서 모두 지워버리지 않았나요? 그리고 전처에게도 지금의 아내에게도, 그리고 부모님과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당신의 마음이 바로 가족을 하나로 묶을 수 없게 하는 원인인 것 같습니다.


전처가 병환으로 세상을 뜬 것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는 일이었어요. 아이를 낳고 바로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엄마의 슬픔과 안타까움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녀는 저승에서도 지금의 아내에게 간절히 기도했을 겁니다. 제발 아들과 남편을 잘 보살펴 달라고요. 그런데 당신이 전처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다면 그녀의 간절한 소원이 전달되기가 어려워지지요.


전처가 먼저 떠났기 때문에 당신은 아들의 새엄마를 만날 수가 있었어요. 그것이 바로 인연입니다. 당신 스스로가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동안 아이의 새엄마는 열심히 노력했을 것입니다. 이 아이를 정말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고 아끼면서 키워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내도 전처에게 “제게 맡겨주세요”라고 인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아들을 위해 재혼한다고 하면서 아들의 생모를 마음속에서 두 번 죽인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당신 스스로가 아들보다 먼저 아내를 생각하면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요?


특히 재혼해서 새엄마가 생겼으니 아들에 대해 이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안심하지는 않았나요? 아들은 바로 그런 아빠의 마음에 반발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재혼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꼭 한번 아들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재혼하고 나서 아들만을 생각하는 시간을 소홀히 했던 것이 아닌지요?


아들이 새엄마가 만든 음식을 안 먹게 된 것은 새엄마가 자신의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아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침체된 집안 분위기가 싫어서입니다. 아들은 새엄마가 아니라 바로 아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들을 위해 식당이나 PC방에 항상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잘못된 사랑표현입니다. 그 순간부터 이미 아들 마음속에는 아빠의 존재가 작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 아들은 아빠의 흔들리는 마음을 이용할 줄도 압니다.


아들에게 있어서 엄마는 죽은 생모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꿀 수가 없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전처의 사진을 가지고 아들 학교를 찾아가세요. 아들과 같이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새엄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겁니다.


당신이 아들을 기숙사학교로 보낸 것은 아들을 감당하기가 힘들고 아들 때문에 별거한 아내와 다시 한번 잘 해보고 싶어서겠지요? 부부 사이가 좋아지고 집안 분위기가 바뀌면 아들 마음도 안정을 되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지금 아들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정의 따스함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전처에 대해 안 보이는 질투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이 아이는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니까 내 말을 안 듣는다는 생각도 함께요. 그리고 당신의 부모님도 어릴 때 손자를 열심히 키웠는데 갑자기 빼앗겨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당신은 그런 가족들 사이에 서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따뜻한 눈으로 아들을 지켜주려면 당신이 먼저 현실을 인정해야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말고, 모든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행복한 아이라고 느낄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아들을 위해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했습니다.


▲히로나카 스님
1. 아들을 피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아들을 찾아가세요. 아이가 어릴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2. 아들 생모의 사진을 아들에게 주고 소중히 가지고 있으라고 하세요. 아들에게 생모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존재입니다.
3. 별거 중인 아내와의 관계를 빨리 회복하세요. 아마 아빠가 아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하면 아내도 꼭 돌아올 겁니다. 아빠의 노력으로 아들의 마음이 달라지면 새엄마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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