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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국을 사랑한 파란 눈의 불자들

기자명 자우 스님

버스웰 교수·무진스님에게
한국불교 무엇 주는지 자문

 

▲ UCLA대학 교정에서.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는 무진 스님은 참 특이한 분이다. 영국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님은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심리학자 피아제를 지도교수로 심리학 학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어린이 발달심리를 전공해 인간교육에 탁월한 지견을 가지고 있다.


십대 때 우연히 파티에서 만난 인도의 요가 수행자 수피에게 영향을 받아 마음수행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졸업 후 싱가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찰에서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더 집중된 수행을 위해 출가를 결심하고 스리랑카로 가서 사미니계를 받는다. 얼마 후 우연인지 필연인지 당시 스리랑카에서 유학중인, 지금은 작고하신 성철 스님의 첫째상좌 원명 스님을 만난다. 국제포교에 큰 뜻을 두신 원명 스님은 무진 스님이야말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꼭 필요한 분이라 판단하고 한국으로 초청해 울진 석남사에서 한국적 수행을 시작하고 비구니계를 받도록 돕는다.


그 후 1987년 종로구 소격동에 연등국제불교회관을 함께 건립해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영어강의를 시작한다. 한국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와 문화를 소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현재의 조계종국제포교사 또한 그때 두 스님이 미래의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준비로 만든 코스였다. 그렇게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노력해 오신 스님의 나이가 어느새 육십이 넘었다.


내가 LA 공항에 도착한 이후, 스님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직접 차를 대여해 나에게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셨다. 스님의 표현에 의하면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라는데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스님과 나는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나에게 최초로 출가를 권하신 분이시기도 하다. 당시 20대로 세상에 대한 명예와 물질에 대한 꿈을 꾸고 있던 나에게 출가 권유는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충격이었다. 출가를 망설이던 나를 데리고 해인사 부근의 비구니암자를 비롯해 내가 출가한 은해사 백흥암으로 인도하신 분도 무진 스님이다.


오늘은 스님과 함께 캘리포니아주립대(이하 UCLA)로 향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불교학자 로버트 버스웰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한때 한국에서 출가자로서 살았던 그는 중국과 일본의 아류로 취급되던 한국불교를 세계 불교학의 중심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2회 만해대상도 받은 바 있다.


약속시간이 되어 버스웰 교수의 연구실로 갔다. 그는 편안하고도 반가운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1년에 한두 번 한국을 방문하는 그는 예전에 구산 스님 상좌였다. 7년 동안 수행자의 삶을 살다가 대학에 돌아와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스님으로 생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결국은 제가자의 길로 다시 돌아갔다. 지금은 UCLA대학의 석좌교수로 있다. 그는 한국말이 아주 유창하다. 한국불교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고요히 수행할 수 있는 수행센터가 많다는 점과 수행과 교학의 연구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체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라고 했다.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출가했던 버스웰 교수, 영국인으로 출가해서 지금까지 한국불교의 수행자로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무진 스님. 두 분의 삶을 통해 나는 그저 부처님 법이 좋아서 한국에서 출가한 파란 눈의 외국인 출가자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주고 있는지 생각한다. 너무 먼 이야기 일까? 그들이 한국불교에 정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의 모색과 본국에 돌아갔을 때 수행과 포교를 맘껏 할 수 있는 지원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우 스님

그와 함께 푸르름이 넉넉한 교내 식당에서 점심공양을 하면서 미국인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저들이 한국불교를 알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정진하고 포교할 것을 결심하며 조용히 입술을 깨문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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