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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공안선(公案禪)-1

기자명 윤창화

공안 의미 공부해서 선의 진리 깨닫는 선
원오 ‘벽암록’이 공안선 절정 이룬 완결판

‘공안(公案)’이란 부처님과 역대 조사 선지식들이 깨달음을 얻게 된 기연(機緣, 동기 계기)이나 오도(悟道) 인연, 또는 선문답을 가리킨다. 고인(古人, 옛 선승)의 말씀은 불변의 법칙이라는 뜻에서 고칙(古則)이라고도 하는데, 송초(宋初)에 이르러 조사, 선사들이 이것(고칙 공안)을 참선수행자들에게 참구 과제로 수시(垂示, 提示/제시)하여 공부하게 함으로써 공안선이 형성되었다.


공안선(公案禪)은 공안의 의미를 공부(참구)함으로써 선(禪)의 진리를 깨닫는 선이다. 공안의 어의(語義)는 ‘공부(公府, 官府)의 안독(案牘, 즉 판결문)’에서 ‘공(公)’과 ‘안(案)’ 두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상부(上府)의 ‘공문’, ‘법령’, ‘규칙’, ‘관부(官府, 법원)의 판례(判例)’ 등을 가리키는 행정, 법률용어이다.


그러나 원래 자의(字意)는 재판관이 공적(公的)으로 안건을 심리할 때 쓰던 큰 책상(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것이 발전하여 법률용어가 되었고 이어 선종으로 들어와 선문답이나 조사·선지식들이 깨닫게 된 오도기연(悟道機緣)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인데, 마치 국가 공무원이 상부(上府)의 공문이나 법령, 판례 등을 준거(準據), 준칙(準則)으로 삼아야 하는 것처럼, 공안 역시 참선 수행자들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는 하나의 규범, 모범문제, 준칙(準則)이 되기 때문이다.


공안의 바탕이 되는 오도기연과 선문답은 대부분 당대(唐代)에 형성되었지만, 공안선의 시작 즉 그것을 공안이라고 칭하여 공부, 참구하기 시작한 것은 송초라고 할 수 있다.


송초 즉 북송에 이르러 시문학의 발전과 함께 선승들은 고칙 공안에 대하여, 송고(頌古, 고칙 공안의 의미를 간결한 게송으로 표현하는 것), 염고(拈古, 고칙에 대한 시적인 촌평), 대어(代語, 고칙에 대하여 타인을 대신하여 평함), 별어(別語, 고칙에 대하여 별도로 말함), 착어(着語, 공안에 대한 촌평) 등의 형식으로 그 의미를 에둘러 표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繞路說禪), 그 효시는 임제 의현의 5대 법손인 분양 선소(汾陽善昭, 947∼1024)였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편찬된(1004년) ‘전등록’에서 오도기연 100개를 뽑아 송고(頌古), 염고(拈古), 대어, 별어를 붙여서 ‘송고대별삼백칙(頌古代別三百則)’을 편찬, 저술했다.


이어 운문 문언(雲門文偃, 864∼949)의 3대 법손인 설두 중현(雪竇重顯, 980∼1052)은 다시 ‘전등록’에서 100칙을 뽑아 게송을 붙여 ‘설두송고백칙’을 편찬, 저술했다. 시문(詩文)에 뛰어났던 설두 중현의 ‘설두송고백칙’은 분양 선소의 송고를 훨씬 뛰어넘는 시적(詩的)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송고백칙’은 바야흐로 공안선 시대, 문자선 시대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팡파르였다.


그 뒤를 이어서 공안선의 극치인 원오 극근(1063∼1135)의 ‘벽암록’이 나오고, 굉지 정각의 ‘종용록’과 대혜 종고의 ‘정법안장(正法眼藏)’, 그리고 송대의 마지막 공안집 ‘무문관’과 ‘허당록(虛堂錄)’이 잇달아 나왔는데, 특히 원오의 ‘벽암록’은 공안선의 절정을 이룬 완결판이었다.


이시설선(以詩說禪, 시로써 선을 표현함), 선(禪)과 시(詩)가 결합하여 북송의 선불교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공안선은, 그러나 ‘벽암록’을 정점으로 막을 내리고 남송시대 간화선 탄생의 단초를 제공한다.


공안선과 간화선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대체로 같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경향이 많은데 그것은 또한 공안과 화두를 같은 것으로 보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윤창화
그러나 근래에는 공안선과 간화선을 구분해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 역시 공안과 화두는 구분하고자 하는 입장인데, 선문답의 전체 단락(이야기)은 공안이고, 그 가운데 ‘무’, ‘간시궐’, ‘정전백수자’ 등 스승의 답어나 핵심구는 화두로 분리하여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호해서 혼란스러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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