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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종단의 개혁-5

호국불교, 권승·정권 합작한 허위의식
일제 때부터 정착된 권력유착 청산해야

‘호국삼부경’의 내용이 담고 있는 진리와 이데올로기는 별개의 문제다. 이데올로기란 특정 집단이 권력획득과 유지를 위하여 진리를 은폐하고 이를 다른 무엇으로 대체한 허위의식으로 대중들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삶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방식이다. 헤겔철학이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파시즘의 이데올로기로 이용되었던 것처럼, 불교 또한 중세 봉건체제에서 당시 지배층에 의하여 이데올로기로 전환하여 활용되었다.


‘호국삼부경’을 산스크리트어 원문과 한역된 불경을 대조할 때, 원전에서 국토와 인민의 수호에 역점을 주던 내용이 한역 불경에서는 국왕의 수호로 바뀌고 있다.(金岡秀友, ‘불교의 국가관’) 이는 중국의 왕권계층이 전제왕권을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불교 교리를 조작하는 작업을 하였음을 의미한다.


신라 왕권층도 중국으로부터 이런 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호국삼부경’을 소의경전으로 삼았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왕명을 내린 성덕왕과 같은 이상주의자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왕권집단은 불교를 전제 왕권을 강화하고 백성을 억압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이용하였다. 이에 대한 승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권승들은 이데올로기의 전파자를 자처하며 권력의 시혜를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승려들은 왕권의 외호를 받아 불교를 널리 펼치려는 데 더 궁극적인 목적을 두었다. 한 마디로 말하여, 호국이란 호법을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근대국가 수립 이후 권력층과 권승들은 이런 교리와 전통을 왜곡하여 호국불교 논리를 펼쳤다. 이들은 국가를 정권으로 대체하고 동일화하였다. 국가가 아니라 군사독재정권을 미화하고,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을 동원하는 이데올로기로 이용하였다. 권력의 외호를 받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치자는 뜻은 애초부터 없었다. 권승들은 불교계 안에서 권력을 갖고 이해관계를 관철하고자 정권을 지지하고 충성을 바쳤으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행사에 스님과 불자를 동원하였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1975년에 창설한 ‘호국승군단’이다.

 

그러니, 호국불교는 정권에 아부 내지 충성하여 그 대가로 불교계 내에서 권력을 보장받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자신의 이런 행위를 정당화한 허위의식의 관념체계이다. 이제 종단 차원에서 호국불교 논리가 권승과 정권이 합작하여 만든 허위의식의 관념체계임을 공식적으로 선포해야 한다.


소임자들은 권력층에 충성할수록 불교와 종단의 권력이 약해지는 역설을 직시하고 일제 시대와 군사독재정권 때부터 문화로 굳어진 권력과 유착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층의 입장에서는 종교집단이 가장 무서운 상대인데 스스로 투항해오니 그리 고마울 데가 없는 형국이다.

 

▲이도흠 교수
중국선종은 권력과 유착하면서 몰락하였고, 반면에 일본 불교는 메이지 유신 이후 권력의 탄압을 받자 인재 양성, 사회사업, 문화사업 등에 힘써 세계불교를 주도하고 있다.(차차석, ‘불교의 이상정치론과 역사적 실체’) 국가 체제 안에서 권력과 종교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전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런 권력의 공학적인 관계를 모르고 권력과 야합하였다면 무지한 것이고, 그를 알면서도 행하였다면 사악한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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