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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서정주

기자명 법보신문

Beside a Chrysanthemum <국화 옆에서>

For one Chrysanthemum to bloom,
the cuckoo must have cried since spring.
To bring one chrysanthemum to bloom,
thunder must have rolled through the black clouds.
Chrysanthemum! You are like my sister
standing before her mirror,
just back from the far gone byways of youth,
where she was racked with longing and want.
For your yellow petals to open,
last night such a frost fell,
and I could not sleep.


한 송이 국화꽂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꽂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꽂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해설] 미당 서정주(1915~2000)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분으로 현대 시문학의 새 지평을 열은 문학계의 거목이다. 서정주 시인은 동국대 전신인 불교전문학원에서 수학해서인지 작품은 낭만적이면서도 내적으로는 심미적이며 불교적으로 윤회사상이 다분한 시를 많이 남겼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시 ‘국화 옆에서’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집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에서 말하는 한 송이 국화꽃은 시인이 가을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국화꽃에 빗댄 우리들 삶의 한 줄거리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꽃의 이미지를 통한 생의 성숙과 삶의 모습이 제시되고 있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정제된 형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의 순환 법칙과 함께 불교의 사고(四苦)로 표현되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생의 변화 과정을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이 말하는 국화꽃은 우리들 일생의 소망과 성취이며 소쩍새는 바로 우리들이다. 그리고 소쩍새가 우는 봄은 우리들의 청춘을 비유한다.

 

봄은 소생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한 송이 국화꽃(소망)을 꽃피우려 봄(청춘시절)부터 소쩍새(우리들)는 그렇게 울었던 것이며, 그리고 한여름의 천둥은 먹구름(삶의 고달픔)속에서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또 그렇게 울었던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누님과 국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 즉 시인 자신이다. 따라서 그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누님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전옥배 원장

국화 한 송이가 피기 위해 그런 과정이 필요했듯이 누님의 정신적 성장에도 역시 시련과 방황이 필요했고 그 이후에야 성숙한 여인으로 거울 앞에 설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전옥배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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