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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십팔계(十八界)

독자적 경계 유지하며 경험세계 발생

십팔계란 무엇인가. 여섯의 감관(六根)과 여섯의 감각대상(六境) 그리고 이들을 조건으로 발생하는 여섯의 의식(六識)을 내용으로 한다. 십팔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독자적인 경계를 유지하면서 경험세계를 발생시킨다. 십팔계에서 ‘계(界)’란 다뚜(dhātu)를 번역한 것으로 풀이하자면 ‘확립된 원리’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의 용례는 다음과 같다. “여래가 출현하거나 출현하지 않거나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죽음이 뒤따른다. 이것은 ‘확립된 원리’이며, 법으로서 확립되어 있는 것이며, 법으로서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SN. II. 25).”


계란 특정한 사물이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원리이다. 이것을 지님으로써 해당 사물은 다른 무엇과 뒤섞이지 않는 독특성을 발하게 된다. 물이 기름에 섞이지 않듯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서로 다른 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계에 따라 함께 모이고 함께 어울린다. 저열한 신념을 가진 중생들은 저열한 신념을 가진 자들과 함께 어울리고 좋은 신념을 가진 중생들은 좋은 신념을 가진 중생들과 함께 모이고 함께 어울린다(SN. II. 154).”


십팔계는 구체적으로 눈(眼)과 시각대상(色)과 눈의 의식(眼識), 귀(耳)와 소리(聲)와 귀의 의식(耳識), 코(鼻)와 냄새(香)와 코의 의식(鼻識), 혀(舌)와 맛(味)과 혀의 의식(舌識), 몸(身)과 감촉(觸)과 몸의 의식(身識), 마음(意)과 마음현상(法)과 마음의 의식(意識)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각각의 요소는 일체의 경험이 전개되는 최소 단위에 해당한다. 이들을 상정함으로써 인식과 경험의 발생에 관한 정연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접촉하거나 느끼거나 지각하거나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러한 18가지 원리(界)들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십팔계는 있는 그대로(yathabhūtaṁ)의 실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십팔계설의 의의는 미망의 현실이 전개되는 경로를 밝힌다는 데 한정된다. “눈과 시각대상을 조건으로 눈의 의식이 발생한다. 이 셋의 부딪힘이 접촉(觸)이다. 접촉을 조건으로 느낌(受)이 있다. 그는 느끼는 그것을 지각한다(想). 그는 지각하는 그것을 생각한다(尋). 그는 생각하는 그것을 망상한다(戱論).… 이와 같이 과거·미래·현재에 걸쳐 눈으로 의식되는 시각대상에 관해 망상에 오염된 지각과 관념이 생겨난다.… [귀와 코 등도 마찬가지이다](MN. I. 111-112).”


십팔계는 오온(五蘊) 및 십이처(十二處)와 비교되곤 한다. 오온은 ‘나’의 현실을 주객이 혼융된 단순한 경험의 갈래들로 뭉뚱그려 분류한 것이다. 십이처는 오온을 여섯의 감관과 감각대상으로 환원해 놓은 것이다. 십이처는 오온의 발생 배경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십팔계는 십이처의 마음(意)에서 의식(識)을 분화시킨 후 여섯의 감관에 배대하여 별도의 항목들로 추가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여섯의 의식은 그들이 의존하는 감관과 감각대상에 대해 고유의 원리로 작용할 뿐 십이처의 마음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십팔계는 경험세계의 발생을 설명하기 위해 상정된 원리이다. 이것을 이루는 개개의 요소들은 변화하지 않는 근원적 실재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오온이라든가 십이처의 항목들과 마찬가지로 경계해야 하고 버려야 할 대상이 된다(SN. IV. 81).

 

▲임승택 교수
“어떠한 온(蘊)과 계(界)와 처(處)이든 그것을 헤아리지 않고, 그것에서 헤아리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헤아리지 않고, ‘그것은 나의 것이다.’라고 헤아리지 않는다. 그와 같이 헤아리지 않는 자는 세상에 대해 어떤 것도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으므로 동요하지 않는다. 동요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완전한 열반에 든다(SN. IV. 24).”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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