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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무진스님의 법문

기자명 자우 스님

환희와 감동의 법회에
서양불자들 감사 전해

 

▲ LA선센터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

 

 

일요일 아침11시. 오늘은 무진 스님의 법문이 이곳 LA선센터에서 있는 날이다. 스님이 여러 해 LA선센터를 방문하였지만 공식 법문요청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조심성이 많아서 스님이라도 좋은 수행자라는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공식적인 법문요청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님은 좋은 법문이 될지 걱정했다. 한국에서 매년 10월 창립기념일마다 스님을 초청해 법문을 들었던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스님의 법문은 언제나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일요일 아침예불을 평소와는 달리 8시30분에 한다. 상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에 다니는 것을 배려한듯하다. 이른 7시부터 밝고 경쾌한 얼굴로 사람들이 하나, 둘 도량으로 들어선다. 일주일의 피로를 일요참선으로 녹인다. 오전 참선이 시작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참선이 끝나고 모두 달마홀로 향했다.

“어떤 식으로 법회를 진행할까?”


나의 호기심은 끊임이 없다. 참선이 끝나고 밖에 나가서 한 줄로 안행을 하여 달마홀로 향한다. 참선에 참석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불교에 관심 있는 주변지역 분들이 홀을 가득 채웠다. 서로가 간단한 인사를 하며 반갑게 웃는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대중이든지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전체적인 에너지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들에게서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훈훈한 기운이 처음 온 사람에게 다시금 오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청중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을 때 시자 두 명 중 한명이 법사를 안내한다.


법사가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절을 할 때 대중이 같이 한다. 이때 경쇠로서 신호를 준다. 법문에 앞서 법사는 주지 스님 앞에 가서 정중히 반배로 인사를 하고 다음 대중에게 반배로 서로 예경을 한다. 자리에 착석을 하면 한 시자가 법문대를 들고 들어오고 다른 시자가 차를 드려온다.


자리가 정리되면 주지 스님이 법사님에 대한 소개를 아주 정중하게 한다. 주지 스님은 대중의 마음을 살피는 조심성과 함께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스님의 표정 하나, 하나는 대중의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법사에 대한 환영과 이력 소개가 끝나자 경전을 여는 게송을 거룩한 합장과 함께 아름다운 운율로 읊는다. 이번 스님 법문의 주제는 ‘자유’다.


“우리가 언제 우리의 자유를 잃어버렸는가? 석가모니 부처님이야말로 실제적인 자유를 언급하신 분이다. 타종교는 고행 끝에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부처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게 수행하는 법을 말씀하셨다. 당신이야말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욕심, 성냄, 어리석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선택의 자유는 당신에게 있다.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를 써라. 선한 길과 악한 길의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의 자유는 당신에게 있다.”


참으로 섬세한 법문이다. 법문 내내 사람들의 표정은 환희로움 그 자체다. 들어본 법문 중에 최고다. 청중과 하나로 호흡하고, 함께 즐거워하며 일상의 수행과 직접 연결된 살아 있는 법문. 그들의 눈빛에서 감사와 환희가 읽혀진다. 무진 스님이 외국인이지만 한국불교에 출가한 스님이라는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일찍이 없었다.

법문이 끝나자 사홍서원을 합송한다. 법회의 형식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영어로 게송을 읊는 것과 아주 즐거운 분위기로 법회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생에 들어 본 최고의 법문이라며 감사한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대중들이 느끼는 것은 같다는 것이다. 내가 수행한 만큼, 얻은 지혜만큼만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정한 승가의 모습은 이렇듯 모여서 수행을 논하는 모습이라는 확신이 든다. 세계의 어느 곳을 가든 청정한 승가를 만날 때 마다 나 또한 승가의 한 구성원인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그 길은 모두가 행복한 길이여야 한다는 부처님의 고구정녕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출가자로서 중생의 고통을 함께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가슴 벅차게 느낀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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