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se vestige is the leaves of paulownia
that fall silently in vertical wavelets against the windless sky?
Whose faces are those patches of blue
that peep through the cracks in the dark clouds,
driven by the west wind after a long spell of wind.
Whose breath is this subtle scent
that wafts through the green moss on old flowerless tree,
to lure the quiet sky above an ancient pagoda?
Whose song is the narrow meandering stream
tinkling over the pebbles
and flowing from a source unknown?
Whose poem is the evening glow
that graces the dying day as it steps with lotus-flower soft,
on the infinite seas and touches the edgeless sky with its delicate hands?
Burned ashes again turn to oil.
Whose lamp is my heart that burns all night long,
not knowing how to stop burning?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해설] 만해 스님의 모든 시는 불교적 세계관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불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교적 세계관은 그가 세계와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데 개입될 뿐이지 직접적으로 시의 주제가 되지는 않는다. 만해 스님의 시집 구성 동기는 국권상실로 고통 받는 민족을 인도하고 그들 스스로 빛과 광명을 찾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방법으로 일반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체험인 남녀 간의 사랑을 매개로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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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권 상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그의 입장은 철저하게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의 대표시 ‘님의 침묵’은 물론 그의 시집 전체의 구성원리가 된다는 점에서 불교적이라 할 수 있다.
전옥배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장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