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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십이연기 해석

괴로움 전개와 벗어나는 이치 설명

십이연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연기(緣起, paṭiccasamuppāda)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온전히 옮기자면 ‘조건에 의한 발생’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이것은 늙음·죽음으로 대변되는 괴로움의 현실이 특정한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괴로움이란 본래적인 것도 아니고 우연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럴만한 조건에 의해 발생했다가 사라진다. 붓다는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을 12단계에 걸친 연쇄적 조건으로 설명하였다.


초기불교에서는 괴로움이 생겨나는 과정을 2단계, 3단계, 5단계, 9단계, 10단계, 12단계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한다. 이들 모두는 괴로움에 떨어지는 경로를 해명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들 가운데 12단계의 십이연기가 가장 온전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십이연기는 괴로움(苦), 괴로움의 원인(集), 괴로움의 소멸(滅),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방법(道)이라는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과 사실상 동일한 맥락이다(AN. I. 177).


연기설이 지니는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연기를 보는 자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 연기를 본다(M. I. 190~191).” 이 언급은 붓다의 모든 가르침이 연기로 집약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기의 이치는 붓다가 깨달은 핵심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기설은 다음의 정형구로 집약된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다. 이것이 발생하므로 저것이 발생하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SM. II. 70).”


12단계에 이르는 각각의 지분들은 위의 정형구의 형식으로 엮이어 있다. 예컨대 태어남(生)이 있을 때 늙음·죽음(老死)이 있고 태어남이 없으면 늙음·죽음도 없다. 또한 태어남이 발생하므로 늙음·죽음이 발생하고 태어남이 소멸하면 늙음·죽음도 소멸한다. 이와 같이 태어남은 있음(有)을 조건으로 하고, 있음은 집착(取)을, 집착은 갈애(愛)를 조건으로 한다. 그리하여 결국 무명(無明)을 조건으로 나머지 11가지 지분들이 발생하고 소멸한다.


십이연기에 대해서는 2가지 대표적인 해석이 존재한다. 각각의 지분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해석과 순차적으로 발생한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전자는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다”는 것에 근거한다. 이때 이것과 저것 사이에는 시간적인 간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살생을 저지르는 상황(老死)이 발생했을 때, 그러한 행위를 발동시키는 어리석음이 무명(無明)이며, 그것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지음(行)이며,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이 의식(識)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십이연기의 전체 지분이 동시에 작용한다.


한편 후자는 각각의 지분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하여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발생하므로 저것이 발생하고 이것이 소멸하므로 저것이 소멸한다”라는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때의 이것과 저것 사이에는 시간적인 간격이 자리한다. 예컨대 과거의 삶에서 누적된 무명(無明)과 지음(行)이 현재의 삶에서 원초적 의식(識)으로 발현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앞선 지분들은 이후의 지분들에 대해 인과적 조건이 된다. 이러한 해석은 윤회설과 결합하여 전생에서 현생, 그리고 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임승택 교수
이상과 같이 십이연기에 대한 상이한 해석들이 존재한다. 전자는 어리석음에 빠지면 괴로움에 처하게 되고 어리석음을 제거하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이치를 잘 드러낸다. 반면에 후자는 괴로움이 전개되는 점진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미래의 괴로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잘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따라서 어느 한 해석만이 옳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이들은 십이연기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의 2가지 사례이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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