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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인디언들의 종교의식

기자명 자우 스님

전기·물 모두 부족하지만
미소 떠나지 않는 사람들

 

▲티타쵸가 사는 오두막.

 

 

아침을 일찍 서둘러 먹고 오전 7시에 출발. 오늘 가는 곳은 미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처음부터 살았던 곳이다. 지금도 인디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LA에서 1시간을 가면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도 부유층들이 사는 베니스(Venice)가 나온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로 멋지게 다듬어진 정원을 가진, 영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그런 집들이 즐비해 있는 동네다. 이곳에 무진 스님의 친구 제니퍼가 연로하신 어머니를 돌보면 살고 있다. 그녀의 안내로 베니스를 벗어나면서 펼쳐지는 커다란 사막 언덕들,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산과 곳곳에 나타나는 평온한 집들, 그리고 멕시코 노동자들, 햇볕에 반사된 바다물결이 보석을 뿌려 놓은 듯 찬란한 산타바바라(Santa Barbara)의 해변, 아름다운 나무와 숲, 드넓은 초원을 지나 능선을 가파르게 올라가면 그들이 사는 곳이 있다.

 

나는 영화 속 인디언을 생각했다. ‘아마도 그들은 옷을 거의 안입고 있지 않을까?’ 나의 예상과 달리 그들은 평범한 일반인 복장차림이다. 티타쵸 (Titachoi). 그는 레드인디언 17세대로 백인인 베티(Betti)와 결혼을 하였고 그 둘 사이에는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다. 지금은 열일곱 살인 아들 리버티만 함께 사는데 그는 지금까지 현대적인 공부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세상의 지식이란 아름다운 영혼을 오염시킨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자그맣지만 이곳의 나무와 진흙을 이용해 지은 집들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듯 포근한 느낌을 준다. 놀랍게도 이곳의 모든 집들을 남편인 티타쵸가 아닌 아내 베티가 직접 지었다. 그녀의 밝은 미소에는 아름답고 평화로우면서도 숨겨진 강인함이 있다. 세상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주는 곳. 전기도 없고 물도 부족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함께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특히 2살 벨라와 함께 사는 염소, 말, 개, 고양이, 닭은 인기가 많다.

 

나는 티타쵸의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인디언들은 무엇을 수행하는가?”를 물었다. 그는 “새들과 나무와 흙 외에 모든 존재들에 대한 인식(recognition)을 통하여 모든 존재들과 마음을 통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것을 수행한다”라고 한다.

 

순간 호흡이 멈추는 놀라움이 밀려온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존중과 알아차림을 통한 소통. 아마도 깨달은 선사들이 느끼는 경지가 아닐까? 오후에는 제니퍼의 오두막에 둘러 앉아 무진 스님의 참선 지도에 따라 수행의 시간을 가졌다. 창으로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을 느끼며 호흡하는 나와 자연이 하나 되는 평화 속으로의 여행을 하다보면 내속에 용트림하는 불성을 만난다. 밤이 되자 낮은 오두막집들 위로 은하수들이 쏟아진다. 일찍이 본적이 없는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밤하늘이 깊어간다.

 

이른 아침에는 불에 대한 경배의식이 있었다. 이곳에서 불의식 전에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 돌로 둥글게 큰 원과 작은 원이 만들어져 있다. 입구로 큰 원에 들어가 작은 원 주변으로 둥글게 선다. 작은 원 속에는 작은 나뭇가지가 엉켜있다. 티타쵸가 불을 피우고 한 나무에 불을 붙여 몸을 감싸며 옆으로 전달하고는 자기의 소망을 담아 말린 이끼를 불에 태운다. 악기를 들고 노래를 한다. 마지막으로 자연의 소리를 크게 내고 원 밖으로 줄을 맞추어 나오면 첫 번째 나온 사람이 뒷사람을 포옹한다. 계속적으로 모든 사람을 포옹하고 따뜻하게 아침인사를 한다.

 

불의 의식을 보면서 이들의 의식이 현재 우리의 종교의식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한국 선방에서 수행할 때 예불을 번거롭게 느껴진 적이 있다. 하지만 매일의 종교의식이 없다면 그 집단은 가야할 방향을 잃게 되기 쉽고 공통된 목표를 향한 대중의 힘을 잃게 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어두운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을 투명하게 볼 수 있음은 공기가 신선해서 그렇듯 내 마음의 티끌을 모두 없앴을 때 나의 별빛도 투명하게 빛나리라는 커다란 가르침을 신비한 그곳에서 만났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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