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가 문화가 되어 계율을 지키는 자가 외려 비난을 받고 추방당하는 곳에 승단은 설 수 없으며 부처님도 등을 돌리신다. 종단은 차제에 승단의 문화와 계율 및 청규, 사회법 사이에 괴리를 빚고 있는 것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이 괴리를 메워야 한다. 괴리를 없애고 계율과 문화를 일치시키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문화를 계율에 맞추어 바꾸는 것이고, 둘은 문화에 맞추어 계율을 수정하는 것이며, 셋은 양자 모두 조정하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돈을 돌리는 것이 한국 절집의 문화가 되었다. 1표당 얼마라는 액수도 공공연하고, 상대와 소임에 따라 그 이상도 된다는 말들이 떠돌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는 거부하는 이가 외려 도반의 눈총을 산다. 그 돈은 어디서 왔는가. “출가수행자들은 삼의일발(三衣一鉢)이나 육물(六物)만 소유하고 무소유의 삶을 살라.”한 것을, “구족계를 받은 비구는 주지 않는 것이면 풀잎이라도 훔쳐서는 안 된다.”라는 계율을 어긴 것이 아닌가. 이 행위는 범계의 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탐욕에 맞서는 터전인 도량을 시장으로 전락시키며, 수행하는 도반을 갈등하게 하고 결국 탐욕의 노예로 만든다. 돈을 뿌리고 당선된 자는 그리 쓴 돈을 소임활동을 통하여 보전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그러기에 선거에서 돈을 받는 행위는 양심을 파는 행위를 넘어서서 자신이 속한 집단을 부조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이다. 나아가 좋은 도반이 소임을 맡아 절집을 잘 운영할 기회를 가로채는 것이다. 이런 사유로 일반 대중도 선거에서 돈을 주고받으면 그 수십 배를 벌금으로 물고 당선 또한 취소시키는데,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수행자가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문화는 당장 혁파해야 한다. 선거공영제를 정착시키는 한편, 엄중히 일벌백계를 행해야 한다. 돈을 받은 자는 그 열 배 이상의 벌금을 내놓고 일정 기간 이상 동안 참회하여야 한다. 단 돈 1원이라도 돈을 준 것이 드러나면 당선을 취소함은 물론, 선거에서 뿌린 돈의 열 배를 내놓도록 하고 최소한 10년 동안 소임을 맡지 못하도록 엄격히 처벌하여야 한다. 사회에서 시행하여 효과를 보는 것처럼, 돈선거를 신고하는 자에게 포상을 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주지 스님이 행차를 할 때 아리따운 여신도가 수행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의아스러웠다. 깨끗하지 못한 한 스님의 기행 정도로 생각하였다. 곧 주지나 큰스님 정도면 으레 그런 것이라 여길 정도로 한국 절집의 문화가 된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 여신도가 스님을 보좌하여 목탁을 두드리며 의례를 집전하는 것도 아니고, 경전을 좔좔 암송하거나 슬기롭게 해석하여 보조하는 것도 아니며, 회심곡을 부르고 바라춤을 추어 대중을 부처님께 이끄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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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