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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종단의 개혁-11

소임자 제외하곤 스님 스마트폰 금지
인터넷도 공개된 자리서만 사용해야

둘째 경우는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계율을 바꾸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문화에 관한 것이다. 시대는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사회로 급격히 변동하고 있다. 절집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출가라 함은 세간을 떠난 것을 이르는 것인데, 상당수의 스님들이 온라인상으로는 세간에 얽매여 있다. 핸드폰이나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속인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세간사를 접하며, 그 중 일부 스님은 음란물을 내려 받아 보기도 한다. IT 강국답게 절마다 인터넷이 깔리고 스님들이 독방에서 인터넷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며, 절집의 뒷마당에서 스님이 신도와 오랜 시간 동안 통화하는 것을 보며 왠지 절집에 어울리는 풍경 같지는 않다고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중세의 수도원처럼 디지털 문화와 등지고 과거로 퇴행할 필요는 없다. 일시적인 단절은 가능하겠지만, 수행자들이 이를 부정하고 비판한다고 해서 디지털 사회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장점도 많다. 예전처럼 이 집 저 집을 다니지 않고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단번에 수백 만 명의 중생들을 팔로워나 페친으로 확보하여 교화하고 제도할 수 있다. 팔만대장경을 손톱만한 유에스비 안에 담을 수 있고, 언제든 인터넷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읽고 검색하고 전할 수 있다. 경전의 말씀들을 인터넷에 올리면 수많은 네티즌들이 중중무진의 하이퍼텍스트를 생성하며, 법당에서 디지털 장치를 통해 경전에 나오는 장면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9세기 때 신라의 의상과 당나라의 법장이 수만 리의 거리로 인하여 수년에 걸쳐 서신으로 오가며 화엄에 관하여 대화한 것을 상기해 보라. 지구 반대편의 도반들과 ‘동시에’ 대화하는 것은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럼, 디지털 사회문화를 부처님 말씀에 부합시키는 길은 무엇인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완전히 금지시킬 필요는 없다. 그것이 방일이나 탐욕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으면 된다. 소임을 맡은 자, 포교의 일을 행하는 자를 제외한 출가자는 스마트폰을 소유해서는 안 되며, 인터넷 또한 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컴퓨터는 개인이 소유해도 되지만, 인터넷만큼은 공동의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경우는 문화와 계율을 함께 조정하는 것이다. 이의 대표적 사례가 음주다. 필자를 포함하여 재가불자들 가운데 대다수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출가자 또한 상당수가 음주를 한다. 불교에서 음주를 경계하는 것은 그 인연담에서도 이야기되듯이, 음주를 함으로써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람들의 조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불음주의 계율은 제 정신줄을 놓아 버리지 말라는 경계다.(류제동, 「불교에서 욕망과 계율, 깨달음의 상관관계」) 또 당시 사회에서 술은 카니발이나 의례에서 인간을 접신(接神), 혹은 엑스타시 상태에 이르게 하는 매개체로 활용되었기에 지금의 마약과 유사한 기능을 하였다.

 

▲이도흠 교수

인간 사이의 정을 중시하고 술을 매개로 한 소통이 활발한 한국 사회에서 술 없이 사람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포교를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무조건 음주를 금지한다기보다 술을 먹되,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정신을 잃지 않는 선에서 절제하는 것으로 개정할 수 있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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