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문화와 계율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런 사유로 지금까지 저지른 범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스님들의 범계 행위가 불교를 쇠망하게 할 만큼 극단의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종단도 이를 의식하여 성찰과 쇄신을 주장하는데, 진실 없는 참회와 성찰은 쇼에 지나지 않으며, 외려 쇄신의 장애다.
모든 성찰과 쇄신은 진실의 조사와 공표로부터 시작한다. 신뢰받는 출가자와 재가자 공동으로 “청정승가정립을 위한 범계행위 진상조사위원회(가칭)”를 구성하여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진실을 조사하여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하여야 한다. 조사한 후 드러난 허물이 개인적인 것은 참회하고, 드러난 문제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것은 구조와 제도를 개혁하여야 하며, 문화적인 것은 승풍을 진작하는 문화운동을 하며, 일정 정도 이상의 범계 행위를 한 자는 승단에서 추방한다. 범계행위가 드러난 스님에 대해서는 공양을 올리지 않는 재가자의 운동도 필요하다. 범계를 유형화하고 그 원인을 밝히고 각 원인별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불자들은 진상이 드러날 경우 종단의 혼란과 불교의 위상 전락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범계 행위는 계속될 것이며 결국 불교는 대중의 지지를 상실하여 쇠멸할 것이다. 약간의 혼란과 대중의 충격, 위상 전락이 따르겠지만 재빨리 성찰하고 제도개혁을 해나간다면, 그를 중심으로 불자들이 하나가 되고, 잃었던 신뢰와 지지를 되찾을 것이며, 종단의 정당성과 위상, 스님들의 위의도 다시 회복될 것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진실을 낱낱이 조사하고, 공표하고 함께 성찰하고 모든 삿된 것을 몰아낼 수 있는 제도 개혁을 단행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대만불교의 사례가 타산지석이다. 대만불교는 일제의 영향으로 식육과 대처를 하고, 일본의 고유 신앙인 신도(神道)가 불교가 습합되어 불교 교리가 훼손되고 스님들이 승복을 입지 않아 승속의 구별이 없었다. 그러다가, 1953년 바이성(白聖) 스님의 주도로 ‘칠조규정(七條規定)’을 제정하고 대선사(大仙寺)에서 정기적으로 수계식을 거행하였다. 집과 속세를 떠나 승려의 위의를 갖추는 자에게만 비구계를 수여하여 출가주의 불교정신을 회복하고, 반드시 승복을 입게 하며, 승보를 스승으로 삼는 이에게만 수계를 받게 하고, 거사계를 받은 모든 이들이 신도나 무리를 거느리지 못하게 하며, 계를 타인에게 위탁하는 것을 금하고, 과거 다른 종파의 계를 수지한 자는 반드시 삿됨을 개정하고 바른 도리로 돌아올 것은 선서하고, 음주, 흡연, 육식을 절대 금하였다. 스님들은 이를 엄격하게 수지하고 실천하였으며, 신도들은 문제가 많은 승려에 대해선 공양을 올리지 않았다. 이렇게 내부의 자율적인 정화 활동과 승가에 대한 불자들의 외호가 조화를 이루면서 대만불교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불교로 거듭났다.(김응철, 「승단의 범계 원인과 근절방안에 대하여」)
|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