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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일념다념(一念多念)-1

기자명 법보신문

염불 속에 일상 전체 담겨 있어
신심 이외에 마음에 둘 건 없어

염불의 일문은 칭명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졌다. 부처님의 본원은 오로지 육자 위에 내걸리게 되었다. 염불종이 성행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무량수경’에 “저 부처님의 명호를 들을 수 있게 되어서 환희용약하고, 내지 일념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사람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며, 곧 위없는 공덕을 구족하게 되리라.” 이를 ‘일념무상문(一念無上文)’이라 한다. 여기서 일념이란 일성(一聲)의 염불을 말한다. “나무아미타불” 육자를 외는 것이다. 호넨 스님은 그의 저서 ‘선택집’ 제5장에서 말씀하셨다.


“염불로써 무상(無上)을 삼는다. 그러므로 한번 외움으로써 한번 무상을 삼는 것이니,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십념으로써 열 번의 무상을 삼고, 또한 백념으로써 백 번의 무상을 삼으며, 또 천념으로써 천 번의 무상을 삼는다.”


실은 이러한 말씀에 ‘일념인가, 다념(多念)인가’, 혹은 더 나아가서 ‘행인가 믿음인가’란 문제가 잉태되어 있다고 해야 하리라. ‘행’은 칭명의 행이다. ‘명의진행집(名義進行集)’에서 말하였다.


“겐쿠(源空, 호넨 스님)도 처음에는 염불 외에, ‘아미타경’을 매일 3번 읽으셨다. 한 번은 당음(唐音)으로, 한 번은 오음(吳音)으로, 한 번은 훈독(訓讀)으로 읽으셨다. 그런데 이 경에서 말씀하시는 것이 ‘다만 염불을 외우라’는 것이므로, 지금은 한 번도 읽지 않으시고 오직 염불을 외신다.”


스님은 ‘아미타경’을 외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그러나 이 경은 오로지 “명호를 굳게 지녀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즉 경에서 설하는 그대로, 경조차도 버리고 칭명만을 오롯이 하여 천만번의 구칭(口稱)으로 밤낮을 보내셨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에신니문서(惠信文書)’에도 보인다. 신란 스님은 일찍이 중생을 이익케 하고자 ‘삼부경’을 천 번 읽고자 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명호를 외기만 하면 되지 그 밖에 뭐가 더 부족하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고, 그 후에는 독경을 그만두고 오롯이 칭명만 하시게 되었다.


그런데 열병으로 고생하고 있을 때, 다시 ‘대경’을 쉴 틈 없이 읽는 꿈을 꾸시고서는, “염불의 신심 밖에 무엇을 마음에 두어야 할 것인가”라고 하면서, 스스로 깊이 부끄러워했다 한다.

 

▲야나기 무네요시

‘백만편(百萬遍)’이라 불리는 절의 이름은, 칭명이 얼마나 존경받았는가 하는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일상(行住坐臥) 전체가 다 염불이다. 아니, 염불 속에 일상 전체가 있는 것이다. ‘일언방담(一言芳談)’에서 말한다. “돌아가신 호넨 스님의 가르침이 있으니, 가령 다른 일을 하면서도 염불을 해야지, 다른 일을 다 하고나서 염불하려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당음, 오음 : 당음은 중국의 송나라 이후에 일본으로 전해진 발음을 좇아서 읽는 것을 말함. 예를 들면, ‘만두’를 ‘만쥬’라고 함. 오음은 6~7세기, 양자강 하류로부터 전해진 중국어 발음으로 읽는 것을 말한다. 불교 용어들은 대개 오음으로 읽는다.


*훈독 : 일본은 한자를 읽는데 두 가지 방식을 겸용한다. 음독(音讀)과 훈독이 있다. 음독은 중국의 발음을 좇아서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춘(春)’을 ‘슌’으로 읽는 방식. 훈독은 일본인들의 말을 한자를 빌어서 표기하고, 그것을 읽을 때는 일본어로 읽는 방식을 말한다. 예의 ‘춘(春)’은 ‘하루’라고 읽는다.


*백만편 : 교토의 동쪽, 교토대학 농대 가까이 있는 절. 정식으로는 지은사(知恩寺).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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