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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대사 이규만 사장

“불서엔 다양성 존중하는 지혜가 가득”

세상 소통하는 대중불서 발간
법보시엔 ‘약’과 ‘독’ 다 있어

 

 

▲매출 1% 나눔을 실천하는 이규만 사장은 “경전 말씀대로 살겠다”는 원을 세우고 있다.

 

 

언제 찾아가도 그 모습 그대로인 산(山)이 좋았다. 스물일곱 청년은 그래서 1986년 여름휴가도 설악산으로 떠났다. 그런데 세상으로 다시 내려오기가 너무나 싫었다. 그대로 백담사와 봉정암 사이에 자리잡은 수렴동 산장(지금의 수렴동대피소)에 눌러 앉았다.


그렇게 산 사람으로 살던 어느 날 봉정암 스님이 절일 좀 도와주면서 같이 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해 가을 봉정암으로 거처를 옮겨 절 사람이 됐다. 거기서 법당을 지을 때까지 햇수로 7년여를 살았다.


그때 이 청년의 삶을 또다시 바꿔놓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법당 불사를 마친 스님이 환속한 것이다. 그리고는 불서를 보급하는데 주력하겠다며 출판사를 만들었다. 청년도 스님을 따라 설악산을 내려왔다.


불교시대사 이규만(白松) 사장은 1992년 3월 그렇게 불교출판에 첫 발을 디뎠다. “도시를 떠나 산 생활을 시작하고, 봉정암에서 7년여를 살았던 것처럼 이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선대부터 이어져온 불교와의 지중한 인연의 연속으로 여겼다. 그의 고향은 경기도 이천이다. 조그맣게 농사일을 했던 부모님은 마을 인근 영원사를 자주 찾았다. 특히 아버지는 절에 불사가 있으면 올라가서 운력을 했다. 자원봉사였다. 그 덕분에 집에는 절에서 가져온 책이 몇 권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그도 그 책들을 보게 됐다.


“‘불자독송집’이 있기에 들춰보다가 ‘천수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 차례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중에서 ‘옴마니반메훔’ 여섯 글자가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절에서 살게 된 것도, 불교출판 일을 하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거부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 생각한 후론 즐기기로 했다. 불교출판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처음 한 일은 영업이었다. 무작정 서점을 찾아다녔다. 책 몇 권 들고 들어가서 다짜고짜 “거래 좀 터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그땐 어느 곳이든 책 들고 찾아가서 납품 요청을 하면 통했다. 경전시리즈 10권, 만다라총서 2권, 불교설화 등을 차에 싣고 전국을 누볐다. “마케팅 개념도 약했고, 특별히 영업이랄 것도 없던 시절입니다. 책 납품하고, 판매되는 대로 수금하는 단순 업무였으니까요.”


그랬다.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통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불서 영업을 한지도 어느덧 20년이다. 그리고 지난 2009년 4월부터 직접 출판사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불교시대사는 독특한 운영구조를 갖추고 있다. 2대 고광영 사장을 거쳐 그가 3대 사장을 맡고 있을 뿐, 개인 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 초대 사장 시절부터 누구든 몸만 떠나고 자산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합의했다. 법인체가 아니면서도 개인의 자산도 아닌 경우다. 자산 규모도 누적된 책 재고량과 서점가에 유통 중인 책까지 결코 적지 않다.


그가 경영을 책임지고 나서 출간한 책만 25종이다. 여기에 초창기부터 출간한 서적까지 더하면 대략 180종 가량이 그동안 불교시대사, 장승, 참글세상 등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찾았다. 이규만 사장은 이 가운데 94년 발간한 ‘불교상식백과’를 가장 아낀다. “이 한 권으로 불교 교리의 대강을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권쯤 소장하기를 권할 만한 책”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래서 재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1% 나눔으로 보시바라밀 실천
‘경전의 말씀대로 살겠다’ 서원


참글세상은 그가 출판사 경영을 맡으면서 새롭게 내놓은 브랜드다. 불교 울타리를 벗어나 부처님 가르침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대중서적을 펴내기 위해서다. 그는 젊은 시절 법정 스님이 지은 ‘텅 빈 충만’이나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책을 읽고 인생도 자연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제 그런 책을 직접 펴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린이용 서적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참글어린이’라는 브랜드도 새로 만들었다. “포교용 동화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짧은 경전을 동화로 구성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제작비가 적지 않지만, 일단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불교출판을 어렵게 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그는 법보시의 문제를 지적한다. 양날의 칼처럼 법보시가 ‘약’과 ‘독’의 양면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법보시가 당장의 출판사 운영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자들이 절에 가면 책을 공짜로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직접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법보시는 곧 공짜라는 생각이 굳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출판사에 독이 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뜻에서 시작한 법보시가 불서 읽기에 소홀한 불자들을 불서 구입하는 일에서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출판사에서 양질의 책을 만들어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규만 사장은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꿈꾸며 지난해 8월부터 남다른 나눔운동을 시작했다. 매출의 1%를 유니세프 기금으로 보시하는 일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매월 매출액에서 1%를 기부하는 것인데, 액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일에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육바라밀 실천행을 강조하는 불교에서 그 첫 번째인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매주 서너번 근교 사찰을 찾아 하는 108배와 매월 2∼3회의 등산은 그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해준다. 그는 등산을 하면서 마치 선 수행자가 화두를 들 듯,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덕분에 산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삶을 배우게 됐다. 성경과 코란을 읽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려면 먼저 이해가 필요합니다. 자기 것에만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서에는 그런 다양성을 존중하는 지혜가 가득합니다.”


젊은 날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발을 디딘 후 20년을 살아온 그에게 이제 불교출판은 ‘삶의 힘’이 되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경전 말씀대로 살아보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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